아주짧은영화평/2015년 아짧평

[아델라인 : 멈춰진 시간] - 영원한 젊음을 포기해서 얻은 진정한 사랑

쭈니-1 2015. 12. 17. 17:28

 

 

감독 : 리 톨랜드 크리거

주연 : 블레이크 라이블리, 미치엘 휘즈먼

개봉 : 2015년 10월 15일

관람 : 2015년 12월 15일

등급 : 12세 관람가

 

 

겨울이 되니 감성적이 되어 버렸다.

 

부쩍 추워진 날씨 때문일까요? 아니면 연인의 계절이라는 겨울 때문일까요? 요즘 들어서 저는 부쩍 감성적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달달한 로맨틱 코미디 [극적인 하룻밤]을 혼자 보고 나와서 괜히 겨울 거리를 정처없이 걷기도 하고, 요즘 인기를 얻고 있는 케이블 TV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러브 라인에 혼자 가슴 설레이기도 합니다.

지난 화요일에 [아델라인 : 멈춰진 시간]을 본 것도 같은 맥락의 선택이었습니다. 사실 이 영화가 개봉했던 10월 15일에는 특별한 기대작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아델라인 : 멈춰진 시간]에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결국 10월 15일에 개봉한 영화중 [아델라인 : 멈춰진 시간]을 이렇게 가장 먼저 보게 되네요.

제가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우연한 사고이후 영원히 늙지않게 된 아델라인(블레이크 라이블리)의 특별한 사랑 때문입니다. 얼핏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와 닮은 듯한 판타지 러브스토리가 감성적이 되어 버린 저를 잡아당긴 것입니다.

 

 

 

영원한 젊음은 축복일까? 저주일까?

 

앞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아델라인 : 멈춰진 시간]은 우연한 사고로 영원히 늙지 않게 된 아델라인이 겪게되는 사랑 이야기입니다. 올해 나이 107세. 하지만 그녀의 외모는 여전히 29세의 미모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영원한 젊음을 간직한 아델라인을 부러워하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영화에서 아델라인은 영원한 젊음을 축복이 아닌 저주로 여기며 외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영원한 젊음을 유지하는 까닭에 FBI에게 잡혀가 살험 대상이 될뻔한 경험이 있는 그녀는 10년마다 신분과 거주지를 바꿔야 합니다. 어느덧 자신보다 늙어버린 딸과도 떨어져 살아야 하고, 새로운 사랑을 하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합니다. 

하지만 아델라인은 그러한 자신의 저주를 슬퍼하거나 좌절하지 않습니다. 묵묵히 삶을 살아갈 뿐입니다. 어쩌면 그러한 그녀의 의연한 모습은 107년을 산 연륜에서 묻어난 것일지도... 그런데 107세의 연륜으로도 어쩔 수 없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파티에서 만난 매력적인 남성 엘리스(마치엘 휘즈먼)와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 것입니다.

 

 

 

신파이어도 괜찮아.

 

영원히 늙지 않는 저주에 걸렸기에 계속해서 엘리스를 밀어내는 아델라인. 하지만 엘리스를 밀어내면 낼수록 그에 대한 사랑이 깊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아델라인은 엘리스의 마음을 받아들이고, 그의 부모님 집에서 주말을 보내기로 합니다.

영화의 초중반이 영원히 늙지 않는 아델라인이 엘리스의 사랑을 받아들이기까지의 과정을 그렸다면 영화의 중후반은 아델라인과 엘리스를 둘러싼 얄궂은 운명을 담고 있습니다. 엘리스의 아버지가 40여년전 아델라인과 사랑에 빠졌었던 윌리엄(해리슨 포드)이었던 것입니다. 아버지와 아들을 동시에 사랑하는 여성이라니... 만약 일반 드라마였다면 "이건 막장이야."라는 볼멘 소리가 나올만합니다.

하지만 [아델라인 : 멈춰진 시간]은 판타지가 곁들어진 로맨스 영화입니다. 영원한 젊음을 간직한채 107년을 살았다면 40년이라는 세월의 간극을 두고 아버지와 아들을 사랑하게 된다고해도 크게 무리가 없는 이야기인 셈입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윌리엄이 아델라인의 비밀을 알아버렸다는 점입니다. 이제 아델라인은 선택해야 합니다. 40년전 윌리엄에게서 도망쳤던 것처럼 또다시 엘레스에게서 도망칠 것인지, 아니면 엘리스에게 모든 비밀을 털어놓고 그와의 사랑을 받아들일 것인지...

 

 

 

블레이크 라이블리의 매력이 대단하다.

 

어쩌면 [아델라인 : 멈춰진 시간]은 영원히 늙지 않는 아델라인의 비밀을 제외하고는 그다지 특별할 것이 없는 로맨스 영화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이 영화에 정신없이 빠져 들었습니다. 처음엔 별 관심없이 보던 구피도 저와 함께 [아델라인 : 멈춰진 시간]을 몰입하면서 봤으니 저만 이 영화의 매력을 느끼는 것은 아닌가 봅니다.

우선 이 영화는 블레이크 라이블리의 매력의 정말 대단합니다. 구피는 "<가십걸>에 나오던 배우네."라며 단번에 알아봤지만, 미드를 거의 보지 않는 저는 블레이크 라이블리에 대해서 [그린 랜턴 : 반지의 선택]에 나왔다는 사실을 제외하고는 아는 바가 전혀 없었습니다. 그런데 [아델라인 : 멈춰진 시간]을 보니 앞으로는 그녀의 영화를 챙겨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블레이크 라이블리가 [아델라인 : 멈춰진 시간]에서 연기를 잘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외모에서 풍겨져 나오는 매력만으로도 107년을 살아온 여인에게서 풍겨져나오는 고풍스러움을 보여줬습니다. 마치 [위대한 유산],  [세익스피어 인 러브]에서 기네스 팰트로우를 처음 봤을 때의 황홀함을 저는 [아델라인 : 멈춰진 시간]의 블레이크 라이블리에게서 느꼈습니다.

 

 

 

영원한 젊음이라는 짐을 내려 놓은 홀가분한 표정

 

저는 [아델라인 : 멈춰진 시간]을 보고나서 깊은 여운이 술 한잔이 땡겼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이 영화가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와는 달리 달달한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려서 늦은 밤, 맥주 한잔의 유혹을 떨칠 수 있었지만... 오랜만에 여운이 깊게 남는 로맨스 영화를 본 것 같아 기분 좋았습니다.

영원한 젊음을 포기하고 진정한 사랑을 선택한 아델라인. 그녀는 이제 더이상 외롭지 않겠죠? 나이든 딸에게 "그도 이제 알아."라고 털어놓는 아델라인의 표정이 무거운 짐을 내려 놓은 홀가분한 모습이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원한 젊음이라는 저주 때문에 오랜 세월동안의 외롭게 살아야 했던 아델라인. 그녀의 외로움이  엘리스와의 사랑으로 충분히 보상받길...

[극적인 하룻밤]에 이어 [아델라인 : 멈춰진 시간]까지... 2015년 12월 겨울을 맞이하는 저는 영화로 사랑이 충만한 하루를 보내는 중입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12월 극장가에는 저를 만족시켜줄만한 사랑영화가 더이상 보이지 않네요. 2016년 1월에 개봉 예정인 [나를 잊지 말아요]가 개봉하기까지 제 감성을 조금 참아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