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5년 아짧평

[러브 앤 머시] - 천재 뮤지션 브라이언 윌슨은 왜 몰락했고, 어떻게 재기했는가?

쭈니-1 2015. 11. 4. 14:28

 

 

감독 : 빌 포래드

주연 : 존 쿠삭, 폴 다노, 엘리자베스 뱅크스, 폴 지아마티

개봉 : 2015년 7월 30일

관람 : 2015년 11월 2일

등급 : 15세 관람가

 

 

음악영화인줄 알았다.

 

[러덜리스]를 재미있게 봤기때문일까요? [러덜리스] 다음으로 제 눈에 확 들어온 영화가 있었으니 바로 [러브 앤 머시]입니다. [러브 앤 머시]는 1962년, 여름과 어울리는 시원하고 화려한 서프 뮤직으로 전세계를 열광시킨 그룹 '비치 보이스'의 리더 브라이언 윌슨에 대한 영화입니다. 팝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는 저마저도 '비치 보이스'는 들어본 적이 있을 정도로 '비치 보이스'는 세게적인 그룹이었습니다.

아무래도 '비치 보이스'를 소재로 했기에 저는 [러브 앤 머시]가 흥겨운 음악이 영화 내내 흘러나오는 음악영화일 것이라 지레 짐작했습니다. 그래서 아들을 잃은 슬픔을 감미로운 음악으로 달래주었던 [러덜리스]에 이은 영화로 [러브 앤 머시]를 주저하지 않고 선택한 것입니다.

하지만 [러브 앤 머시]는 음악영화가 아니었습니다. 이 영화가 '비치 보이스'의 리더 브라이언 윌슨을 소재로한 것은 맞지만 [러브 앤 머시]는 음악보다는 브라이언 윌슨의 과거와 현재를 교차해서 보여줌으로써 음악 천재의 비극과 사랑으로 그것을 극복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였습니다.

 

 

 

천재 브라이언 윌슨은 어떻게 몰락했는가?

 

앞서 언급했듯이 [러브 앤 머시]는 브라이언 윌슨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비치 보이스'의 리더로 60년대 당시 '비틀즈'와 버금가는 인기를 얻었던 천재 뮤지션이었습니다. 그랬던 그가 20년 후에는 스스로를 잃어버린채 정신과 의사인 유진 랜디(폴 지아마티)의 감시아래 비참하게 살아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러브 앤 머시]는 60년대 브라이언(폴 다노)과 90년대 브라이언(존 쿠삭)을 교차해서 보여줌으로써 그가 어떻게 몰락했고, 어떻게 재기에 성공했는지 보여줍니다.

우선 60년대 브라리언의 몰락에는 몇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뒤섞여 있습니다. 우선 브라이언이 어린시절 당했던 아버지의 폭력이 그의 내면 깊은 곳에 불안감으로 잠재되어 있었습니다. 그러한 와중에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비틀즈'의 음악에 충격을 받은 브라이언은 '비틀즈'의 음악을 뛰어 넘는 새로운 음악을 만들겠다는 강박증에 시달리게 됩니다.

그렇게해서 마침내 '펫 사운드'라는 명반을 만들어내지만, '비치 보이스'의 멤버들조차도 예전의 쾌활한 음악으로 되돌아가야한다며 브라이언에게 불만을 터트립니다. 그러한 가운데 브라이언은 천재적은 능력을 가졌지만 그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한채 점점 자존감을 잃어버리며 결국 몰락할 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폐인 브라이언은 어떻게 다시 일어설 수 있었는가?

 

1990년대의 브라이언은 폐인 그 자체였습니다. 몸은 성인이지만, 정신과 담당의사인 유진의 허락이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랬던 그가 자동차 딜러인 멜린다 레드배터(엘리자베스 뱅크스)와 만나며 점차 변합니다. 유진은 멜린다와의 만남이 브라이언의 치료에 안좋은 영향을 끼친다며 두 사람을 못만나게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브라이언과 멜린다의 사랑은 깊어만집니다.

'스스로를 찾아야 한다.'고 응원하는 멜린다에게 '난 할 수 없어'라며 유진에게로 돌아가는 브라이언. 하지만 멜린다는 그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멜린다는 유진이 브라이언을 망치고 있다는 확신 속에 법적으로 유진을 브라이언에게서 떼어내기 위해 노력합니다.

[러브 앤 머시]는 '펫 사운드'라는 역사에 남을만한 뛰어난 명반을 만들어냈지만, 그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하고 결국 스스로를 잃어버린채 점차 몰락하는 60년대 브라이언과 멜린다와의 사랑의 힘으로 유진의 마수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90년대 브라이언의 모습을 통해 우리가 지금까지 모르고 있었던 '비치 보이스'의 리더 브라이언 윌슨의 진짜 모습을 진솔하게 관객 앞에 선보입니다.

 

 

 

조금은 지루한...

 

하지만 제 개인적으로 [러브 앤 머시]는 그렇게 잘만든 영화로는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물론 브라이언 윌슨의 몰락과 재기를 잘 표현한 것은 사실이지만, 솔직히 영화 자체는 조금 지루한 편이었습니다. 그 첫번째 이유는 앞서 언급한대로 음악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60년대 브라이언의 모습은 브라이언이 새롭고 실험적인 음악을 만드는 과정에 치중하다보니 막상 새롭고 실험적인 브라이언의 음악은 뒤로 묻혀 버렸습니다. 영화를 보며 2012년 롤링스톤지가 뽑은 인류 500대 앨범에서 2위를 차지했다는  '펫 사운드'의 음악들을 천천히 감상하고 싶었지만, [러브 앤 머시]는 그러한 기회를 관객에게 제공하지 않습니다. 

두번째 이유는 브라이언의 몰락을 깊이있게 설명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브라이언의 몰락은 다양한 요인이 있었지만, 영화는 90년대의 브라이언을 동시에 보여주기 위해 60년대 브라이언의 몰락을 상당 부분 건너 뛰었고, 그로인하여 영화에 깊은 감동을 심어놓지는 못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저는 [러브 앤 머시]를 졸음을 참아가며 봐야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엔딩 크레딧에 나오는 브라이언 윌슨의 실제 공연 모습은 감동적이었습니다. 이렇게 [러브 앤 머시]는 비록 제겐 조금 지루한 영화였지만, 막연하게 이름만 알고 있었던 '비치 보이스'의 브라이언 윌슨에 대해서 조금 더 깊이 알게 되었다는 것으로 만족할 수도 있는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