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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민 더 무비] -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애니메이션과는 다른 매력

쭈니-1 2015. 10. 6. 17:19

 

 

감독 : 자비에르 피카드

더빙 : 크리스토퍼 검머러스, 매츠 랑백카

개봉 : 2015년 8월 13일

관람 : 2015년 10월 2일

등급 : 전체 관람가

 

 

어느날 갑자기 쭈니네 집을 찾아온 무민

 

몇 달전 구피가 왠 하얀 인형을 집으로 가져왔습니다. 그러면서 그 인형의 이름이 '무민'이라고 하더군요. 솔직히 제겐 조금 낯선 캐릭터였지만 구피의 말에 의하면 굉장히 오래되고 유명한 캐릭터라고 하네요. 제가 보기엔 너무 단순한 하얀 곰인형처럼 보였지만, 그래도 구피와 웅이가 좋아하니 무민 인형은 저희 집 거실 한 구석을 떡하니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8월 13일 [숀더쉽]이라는 제목의 영국 애니메이션이 개봉하였습니다. 제가 믿고 보는 애니메이션 명가 아드만 스튜디오의 클레이 애니메이션이었기에 저는 당연히 [숀더쉽]을 기대했고, 개봉주에 웅이와 함께 극장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숀더쉽]이 개봉하던 날, 무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핀란드 애니메이션 [무민 더 무비]도 개봉했습니다. [무민 더 무비]의 개봉 덕분에 그동안 저희 집 거실 한 구석을 차지한 인형에 불과했던 무민에게 저는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숀더쉽]은 웅이와 극장에서 챙겨보았지만 [무민 더 무비]는 결국 극장에서 놓쳤습니다. [무민 더 무비]를 상영하는 극장이 별로 많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다행히 [무민 더 무비]가 Hoppin에 다운로드 출시가 되었고, 저희 가족은 금요일 밤, 옹기종기 모여앉아 극장에서 놓친 [무민 더 무비]를 봤답니다.

 

 

 

무민의 정체는 무엇?

 

[무민 더 무비]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 주인공인 무민의 정체부터 파헤쳐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저는 구피가 무민 인형을 처음 가져오던 날 무민이 곰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무민 더 무비]를 보니 곰이 아닌 하얀 하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하마처럼 뭉툭한 입 때문입니다. 하지만 영화에서 무민파파는 인간들에게 자신이 하마가 아닌 트롤이라는 것을 증명하느라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트롤이라면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거인족, 혹은 요괴같은 존재입니다. 2011년에 개봉한 노르웨이 영화 [트롤 사냥꾼]이라는 영화를 보면 트롤이 노르웨이 숲에 실제 살고 있으며, 정부가 그러한 사실을 숨기고 있다는 설정이 나옵니다. 하지만 사실 트롤은 수 많은 게임과 판타지 영화의 캐릭터로 우리에게 익숙한데, 친근한 이미지이기 보다는 괴물과 같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귀여운 외모를 지닌 무민 가족의 정체가 트롤이라고 합니다.  꽤 재미있는 설정이죠? 이렇게 귀여운 트롤, 무민 가족은 핀란드의 작가 토베 얀손에 의해 1945년 탄생하였으며, 1969년 일본 후지TV가 <무민>이라는 제목으로 65부작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제작함으로써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게 되었다고 합니다.

 

 

 

무민 가족을 소개합니다.

 

[무민 더 무비]는 무민 골짜기에서 평화로운 생활을 하던 무민 가족이 남쪽 해변의 호화로운 관광지로 여행을 떠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나이는 들었지만 소년같은 순수함을 간직한 무민파파, 따뜻하고 자상한 무민마마, 그리고 우리의 주인공 무민과 무민의 못말리는 여친 스노크메이든이 주인공입니다. 여기에 해적에게 잡혔다가 도망쳐온 리틀 미이가 합류합니다.

영화의 초반 해적이 등장해서 해적과 무민 가족의 대결을 담은 영화일 것이라 예상했는데, 해적은 리틀 미이를 무민 가족에게 데려다주는 역할만 할뿐, 영화 초반에 일찌감치 퇴장합니다. [무민 더 무비]는 이런 식입니다. 이 영화엔 악당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악당 역할에 제격인 해적이 초반에 나오지만, 해적은 결코 [무민 더 무비]의 악당 역할을 수행하지 않습니다.

그 대신 [무민 더 무비]는 허영에 가득찬 사람들을 풍자합니다. 호텔에서 빈둥거리는 것이 일상의 전부인 상류층 사람들은 얼떨결에 최고급 호텔의 스위트룸에 묶게 되는 무민 가족이 부자라고 착각하고 접근합니다. 그러한 속물들 속에서 스노크메이든은 한때 상류층 삶을 동경함으로써 무민의 애를 태우지만, 결국 겉만 화려한 상류층 생활보다 소박한 무민 계곡에서의 삶이 훨씬 더 행복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애니메이션과는 다른 매력

 

픽사의 [토이 스토리]를 시작으로 불기 시작한 3D 애니메이션의 열풍은 고전적인 셀 애니메이션을 더이상 극장에서 찾아보기 힘들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제작비가 많이 드는 블럭버스터급 3D 애니메이션도 좋지만, 저는 아직 고전적인 셀 애니메이션을 사랑합니다. 그렇기에 더욱더 핀란드의 셀 애니메이션 [무민 더 무비]가 반가웠습니다.

특히 [무민 더 무비]는 영화의 첫 장면부터 '우와!'라는 감탄사가 제 입에서 튀어 나오게 만들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파스텔 풍의 예쁜 색감 때문입니다. 솔직히 캐릭터는 단순하고 조잡합니다. 70년전 탄생한 캐릭터 그대로 영화에 표현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영화의 내용도 조금 지루합니다. 선과 악의 명확하고, 주인공의 모험이 긴박해야 재미있을텐데, [무민 더 무비]는 그러한 것들 없이 순수한 무민 가족이 허영으로 가득찬 관광 도시에 며칠 묶었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전부입니다.

하지만 제게 익숙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애니메이션과는 전혀 다른 매력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보면 볼수록 정감이 가는 캐릭터들과, 별다른 사건없이도 순수한 무민 가족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게 만드는 스토리 라인, 그리고 무엇보다 파스텔톤의 예쁜 색감이 참 좋았던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