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5년 아짧평

[투 나잇 스탠드] - 흐뭇하게 즐기기에 모자람이 없는 로맨틱 코미디

쭈니-1 2015. 9. 23. 14:58

 

 

감독 : 맥스 니콜스

주연 : 마일즈 텔러, 애널리 팁튼

개봉 : 2015년 5월 7일

관람 : 2015년 9월 20일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마일즈 텔러는 요즘 대세배우

 

지난 3월, 저는 별 기대없이 [위플래쉬]라는 제목의 영화를 봤습니다. [위플래쉬]는 J.K. 시몬스에게 2015년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안겨준 영화입니다. J.K 시몬스는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 3부작]에서 '스파이더맨'(토비 맥과이어)을 괴롭히던 신문사 편집장 조나 제임스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배우입니다.

실제 [위플래쉬]에서 J.K. 시몬스의 연기는 대단했습니다. 하지만 J.K. 시몬스 외에도 제 눈에는 마일즈 텔러라는 낯선 배우의 연기도 굉장해 보였습니다. 사실 마일즈 텔러는 그동안 제가 본 영화에 꽤 자주 등장한 배우입니다. [래빗 홀]에서는 베카(니콜 키드먼)의 어린 아들을 죽음으로 몰고간 교통사고를 낸 제이슨을 연기했고, [프로젝트 X]에서는 광란의 파티를 즐기던 10대 소년 중 한명이었습니다. [다이버전트]와 [인서전트]에서는 트리스(쉐일린 우들리)의 최대 라이벌로 출연했었습니다.

문제는 이들 영화에서 마일즈 텔러는 그다지 돋보이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제겐 평범한 조연 배우에 불과했었습니다. 그러나 [위플래쉬]를 보고나니 마일즈 텔러가 궁금해졌습니다. 때마침 마일즈 텔러의 영화가 여러편이 소개되기 시작했는데, [판타스틱 4]를 비롯하여 [투 나잇 스탠드]와 [댓 어퀴드 모먼트 : 그 어색한 순간]이 한꺼번에 국내에 개봉된 것입니다. 그 중 [투 나잇 스탠드]를 지난 일요일 밤에 봤습니다.

 

 

 

독특한 상황을 전형적으로 풀어나가는 로맨틱 코미디

 

[투 나잇 스탠드]는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입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대학은 졸업했지만 직업은 없고, 약혼자가 바람을 피우는 바람에 졸지에 혼자가된 메건(애널리 팁튼)이라는 여성입니다. 그녀의 룸메이트는 크리스마스 연휴를 맞이해서 애인과 신나는 놀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돈도, 남자친구도 없는 메간은 마땅히 할 것도, 갈 곳도 없습니다.

결국 홧김에 만남 사이트에 포르필을 올리고 그냥 아무 남자와 하룻밤을 즐기기로 다짐합니다. 그때 메건의 레이더에 걸려든 남자가 알렉(마일즈 텔러)입니다. 별 생각없이 알렉과 '원 나잇 스탠드'를 보낸 메건. 그런데 문제가 발생합니다. 간밤에 기록적인 폭설로 인하여 교통이 마비된 상황에서 메건은 알렉의 집에 갇혀 버린 것입니다. 그냥 하룻밤 간단히 즐기고 쿨하게 헤어지려했는데, 하룻밤을 더 있어야하는 어색한 상황에 직면한 것이죠.

메건과 알렉이 처한 상황은 조금 독특하지만 영화의 전개는 로맨틱 코미디의 전형적인 전개를 따릅니다. 처음엔 티격태격하던 메건과 알렉이 점차 서로에게 마음의 문을 열때쯤 오해로 인한 위기가 찾아오고, 결국 두 사람은 헤어지지만 다시 만나 사랑을 이룬다는 내용입니다.

 

 

 

로맨틱 코미디의 걸작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가 떠오르기도...

 

하지만 [투 나잇 스탠드]가 그냥 로맨틱 코미디의 전형성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색하게 하루를 함께 보내야 하는 메건과 알렉은 이 어색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서로의 섹스 스타일에 대한 단점을 지목함으로써 다른 이성에 더 나은 상대가 되도록 하자는 합의에 이릅니다. 이렇게 두 사람은 달라도 너무 다른 남녀의 서로의 스타일을 솔직하게 이야기함으로써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게 됩니다.

이러한 상황은 로맨틱 코미디의 걸작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을 연상시키기도 했습니다. 특히 알렉이 메건에게 "여자들은 왜 옷을 후다닥 벗느냐?"라며 자신이 직접 여자들이 어떻게 옷을 벗었으면 좋겠는지 시범을 보이는 장면은 샐리의 가짜 오르가즘 장면을 떠오르게 했습니다. 물론 샐리의 가짜 오르가즘 장면은 영화사에 오랫동안 남을 명장면이고, 알렉의 옷벗기 시범 장면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하루라는 짧은 시간동안 제한된 공간에서 많은 대화를 하게 되는 메건과 알렉. 처음엔 서먹서먹하던 그들이 대화를 통해 가까워지는 과정을 보여주며 [투 나잇 스탠드]는 아무리 사랑하는 사이라도 대화가 필요하다는 진리를 관객에게 다시한번 깨닫게 해줍니다.

 

 

 

마일즈 텔러와 애널리 팁튼... 주목할만 하다.

 

로맨틱 코미디는 배우들의 매력이 매우 중요한 영화 장르입니다. 그렇기에 [투 나잇 스탠드]를 보기 이전에는 마일즈 텔러가 과연 로맨틱 코미디의 주인공으로 어울릴까? 라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었습니다. 그가 [위플래쉬]에서 고이장한 연기를 선보이기는 했지만, 로맨틱 코미디의 주인공이 되기엔 외모에서 풍겨나오는 매력은 덜 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의외로 잘 어울렸습니다. 순수함을 간직한 그의 외모는 메건과의 대화를 통해 사랑에 눈 뜨는 알렉과 잘 어울렸던 것입니다.

애널리 팁튼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일즈 텔러와는 달리 낯선 배우에 불과한 애널리 팁튼. 결코 예쁘다고 할 수 없는 그녀의 독특한 외모는 현모양처가 꿈이었지만 약혼자에게 배신을 당한 후, 무엇을 해야할지 몰라 방황하는 메건과 잘 어울렸습니다.

[투 나잇 스탠드]는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이지만 야하지는 않습니다. 대화가 조금 노골적이라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듯합니다. 그리고 냉정하게 말해 완성도도 그리 높은 편은 아닙니다. 영화의 러닝타임이 1시간 25분에 불과한데, 조금 러닝타임을 늘리더라도 알렉과 메건의 대화와 에피소드를 좀 더 삽입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로맨틱 코미디가 그러하듯 흐뭇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로는 충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