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키리야 카즈야키
주연 : 클라이브 오웬, 모건 프리먼, 엑셀 헨니, 안성기, 박시연
개봉 : 2015년 9월 10일
관람 : 2015년 10월 6일
등급 : 15세 관람가
[탐정 : 더 비기닝]을 보려던 내 마음을 돌려놓다.
요즘 환절기 감기 때문에 극장 출입을 자제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극장에서 보고 싶은 영화들은 점점 늘어만가고, 보고 싶은 영화들이 극장에서 내려지기 전에 어서 빨리 봐야한다는 제 조바심은 자꾸 커져만 갔습니다. 결국 감기 기운이 조금 덜했던 화요일 밤, 저는 [탐정 : 더 비기닝]을 혼자 보러 가기로 결심했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제가 이용하는 다운로드 어플인 Hoppin에서 [제 7기사단]이 떡하니 올라온 것입니다.
[제 7기사단]은 불과 한달전엔 9월 10일에 국내 개봉한 영화입니다. 당시 저는 [셀프/리스]와 함께 [제 7기사단]을 기대작으로 선정했습니다. 제가 이 영화를 기대한 이유는 클라이브 오웬, 모건 프리먼 주연의 영화이기 때문도 있지만, 우리나라 배우인 안성기와 박시연이 조연으로 출연하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소리소문없이 안성기와 박시연이 할리우드에 데뷔를 했으니 호기심이 생긴 것이죠.
하지만 이 영화는 국내 흥행에 실패했고, 제가 극장으로 달려갈 틈도 주지 않고 서둘러 극장에서 내려졌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한달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다운로드 출시가 된 것이죠. 저는 고민했습니다. 예정대로 [탐정 : 더 비기닝]을 보러 극장에 갈 것이냐, 아니면 그냥 편안하게 집에서 [제 7기사단]을 볼 것이냐. 결국 최종 선택은 [탐정 : 더 비기닝]이 아닌 [제 7기사단]이 되었습니다.
기대하기도, 기대하지 않기에도, 참 아리송한 영화였다.
사실 개봉 당시 [제 7기사단]은 제 기대작 리스트에 올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작정 기대하기에는 참 아리송한 영화였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시대극이고, 클라이브 오웬과 모건 프리먼이라는 듬직한 배우가 주연으로 출연하며, 안성기와 박시연까지 조연으로 출연하는 영화이니만큼 무조건 기대해야 마땅하지만 영화를 가만히 뜯어보면 그렇지가 않습니다.
일단 감독이 키리야 카즈야키라는 일본 감독입니다. 키리야 카즈야키 감독은 [캐산], [폭렬닌자 고에몬]이라는 일본영화로 우리나라에서도 익숙한 감독입니다. 그런 그가 할리우드 영화에 진출한 것이죠. 대부분 이런 영화의 경우 저예산인 경우가 많습니다. 계산이 빠른 할리우드가 일본 감독의 데뷔작에 큰 돈을 선뜻 내줄리가 없으니까요. 그런데 [제 7기사단]의 장르는 시대극입니다.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는 장르이죠. 저예산 시대극... 자칫 비디오용 B급 영화가 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그러한 제 생각을 뒷받침하는 것은 [제 7기사단]이 북미에서 개봉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저는 [제 7기사단]을 크게 기대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것은 구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TV를 제게 빼앗긴 구피는 제가 [제 7기사단]이라는 영화를 본다고하자 "재미없겠네."라며 입술을 삐죽 내밀었습니다. 하지만 저도, 구피도, 막상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쇼파에 나란히 앉아 영화 속으로 푹 빠져 들었습니다.
모건 프리먼과 클라이브 오웬의 카리스마가 작렬한다.
[제 7기사단]은 중세 유럽의 어느 왕국을 무대로 하고 있습니다. 노골적으로 뇌물을 원하는 장관, 기자 모토(엑셀 헨니)의 횡포에 바톡(모건 프리먼) 영주는 자신의 신념대로 맞섭니다. 그리고 황제의 명을 거역했다는 이유로 처형을 당합니다. 바톡 영주의 기자단인 레이든(클라이브 오웬)을 대장으로한 '제 7기사단'은 주군의 복수를 다짐하지만 기자 모토의 철저한 감시 때문에 훗날을 기약합니다.
일단 [제 7기사단]의 초반은 모건 프리먼과 클라이브 오웬의 카리스마로 영화의 분위기를 장악합니다. 특히 모건 프리먼은 짧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신념대로 행동하고 떳떳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바톡 영주의 모습을 정말 멋지게 표현합니다. 바톡 영주가 죽은 이후에는 모건 프리먼의 카리스마를 클라이브 오웬이 이어나갑니다. 기자 모토의 감시 때문에 술에 쩔어 지내는 폐인 행세를 하다가 기자 모토의 감시가 소홀해진 틈을 타서 최후의 반격을 준비하는 레이든의 모습은 저와 구피를 영화 속에 빠져들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기대를 모았던 안성기와 박시연의 연기도 좋았습니다. 안성기는 귀족 어거스트 역을, 박시연은 어거스트의 딸이자 기자 모토의 폭력에 시달리는 아내 한나 역을 맡아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이렇게 [제 7기사단]은 배우들의 모습만큼은 꽤 만족스러운 영화였습니다.
[47 로닌]의 리메이크인가?
그런데 저는 [제 7기사단]을 보며 어디에선가 많이 본 듯한 내용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2013년 할리우드 최고의 망작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영화 [47 로닌]입니다. [47 로닌]은 일본에서 벌어진 실화를 바탕으로한 영화입니다. 내용은 이러합니다. 아코번의 영주 아사노 나가노리는 모욕감에 순간적으로 칼을 뽑아서 막부의 의전담당 고관무사인 기라 요시나카를 죽이려하다 실패합니다. 이를 본 천황은 크게 노하여 아사노 나가노리에게 자결을 명하였고, 그날부로 졸지에 아사노 가문은 영지를 몰수당하고 멸망합니다.
아사노 나가노리의 죽음으로 그가 거느리던 사무라이들은 자동적으로 낭인(로닌)이 되어 버립니다. 사무라이 사이에서 낭인이 되었다는 것은 주군을 지키지 못했다는 불명예를 떠안는 것입니다. 이에 아사노 가문의 사무라이들은 오이시 요시오를 중심으로 주군의 복수를 결심했고, 47인의 사무라이들이 거사에 동참하기로 결의합니다.
그로부터 1년 9개월 동안 기라 요시나카 저택의 설계 도면을 입수하는 등 철저하게 거사를 준비한 47인의 사무라이는 드디어 기라 요시나카의 저택을 습격, 기라 요시나카 소속의 사무라이 및 가족 36명과 기라 요시나카의 목을 베어 아사노 나가노리의 묘소가 있는 센가쿠지까지 당당하게 행군을 하였다고 합니다. 이 사건은 당시 수 많은 논란이 일었지만 결국은 가담자 전원에게 무사의 예를 갖추어 죽을 수 있는 명예로운 자결을 판결되었고, 47인의 사무라이는 한날 한시에 장렬히 할복자살하였다고 합니다.
제작비 부족 때문인가? 미드를 보는 느낌!!!
[제 7기사단]은 [47 로닌]의 기본적인 골격을 그대로 유지합니다. 단지 사무라이를 기사로 바꾸었을 뿐입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도 마찬가지인데, 할복이라는 일본 고유의 문화 대신 영예로운 죽음으로 바뀌었을 뿐입니다. 이쯤되니 이 영화의 감독이 일본인인 키리야 카즈야키라는 점이 다시한번 눈에 들어오네요. 그래도 우리나라 관객에겐 아무래도 거부감이 드는 사무라이 정신보다는 유럽의 기사도가 더 친근하긴 합니다.
저는 [제 7기사단]이 대체적으로 만족스러웠습니다. 배우들의 모건 프리먼, 클라이브 오웬의 연기력도 좋았고, 안성기와 박시연의 출연 분량도 적절했습니다. 레이든이 복수를 위해 철저하게 준비하는 과정도 영화에서 상당히 치밀하게 그려져 만족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나서 구피가 "영화가 아닌 미드를 보는 느낌이야."라는 이야기를 하더군요. 그러고보니 [제 7기사단]은 고급스로운 시대액션영화를 봤다라는 느낌보다는 약간은 거친, 그런대로 잘 만들어진 B급 시대액션영화를 봤다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영화를 보기 전에 들었던 우려 그대로였던 셈입니다. 영화가 조금 더 세련된 영상미를 갖췄더라면... 이라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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