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5년 아짧평

[러덜리스] - 가끔은 솔직함이 모든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쭈니-1 2015. 10. 30. 17:28

 

 

감독 : 윌리암 H. 머시

주연 : 빌리 크루덥, 안톤 옐친

개봉 : 2015년 7월 9일

관람 : 2015년 10월 28일

등급 : 12세 관람가

 

 

2015 프로야구 한국시리즈가 쉬는 날

 

제 블로그를 오랫동안 방문해주신 분이라면 아마 '요즘 쭈니는 야구보느라 바쁘겠구나.'라는 생각을 하실 것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저는 대한민국에 프로야구가 처음 태어났던 1982년부터 OB 베어스(두산 베어스의 전신)의 열혈팬입니다. 처음엔 마스코트가 귀여워서 좋아하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두산 베어스가 경기에서 이기는 날은 기분이 좋고, 지는 날은 기분이 나쁠 정도의 경지(?)에 오르고 말았습니다.

그렇기에 두산 베어스가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요즘은 제 신경이 극도로 예민해져 있습니다. 특히 최근 몇년간 두산은 우승 문턱에서 좌절해 준우승에 머물었던 적이 많았기에 올해 만큼은 꼭 두산 베어스가 우승하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시리즈가 시작하면 마치 내 자신이 경기에 뛰는 것처럼 중계방송에 집중하고, 그런 저를 구피도 웅이도 웬만하면 건들지 않습니다.

이렇게 한국시리즈에 제 모든 신경을 집중하다보니 또다시 영화는 뒷전이 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한국시리즈가 매일 하는 것은 아니죠. 지난 수요일은 대구에서 서울로 이동일이었기에 한국시리즈 휴식일이었고, 한국시리즈가 쉬는 날을 이용해서 저는 오랜만에 영화를 봤답니다. 그날 제가 선택한 영화는 한국시리즈에 집중하느라 긴장한 제 마음을 달래기 위한 감미로운 음악영화 [러덜리스]입니다.

 

 

 

결코 편안하게 즐길 수만은 없는 음악영화

 

제가 [러덜리스]를 선택한 이유는 [러덜리스]가 [원스], [비긴 어게인]을 잇는 음악영화이기 때문입니다. 음악영화의 장점은 감미로운, 혹은 흥겨운 음악들이 쉴새없이 흘러나와 음악만으로도 영화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한 음악에 흠뻑 젖어있다보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물론 모든 음악영화가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는 아닙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위플래쉬]인데, [위플래쉬]는 굉장히 인상깊은 영화였지만, 결코 편안하게 음악을 감상하며 볼 수 있는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그렇다면 [러덜리스]는 어떤 음악영화일까요? 이 영화는 [원스]나 [비긴 어게인]처럼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음악영화는 분명 아닙니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위플래쉬]처럼 긴장하며 봐야하는 음악영화 또한 아닙니다. [러덜리스]는 대학에서 벌어진 충격적인 총기난사 사건으로 인하여 아들을 잃은 샘(빌리 크루덥)이 아들이 작사, 작곡한 노래를 부르며 상처를 치유한다는 내용입니다.

분명 [러덜리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원스], [비긴 어게인]과 비교될만큼 감미롭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노래를 통해 상처를 치유하는 샘의 모습 또한 감동적입니다. 하지만 영화의 중반, 샘의 아들인 조쉬가 총기난사 사건의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영화의 분위기는 갑자기 무거워집니다.

 

 

 

아들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로 달래다.

 

자식이 끔찍한 죄를 짓게 되면 그 부모는 자식을 제대로 키우지 못했다는 이유로 죄인이 됩니다. 샘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한때 잘 나가던 광고 기획자였지만 조쉬가 학교에서 총기를 난사하며 친구들을 죽인 사건으로 인하여 모든 것을 잃고 맙니다. 그는 요트에 숨은채 은둔자처럼 생활을 하고, 조쉬를 애써 잊으려합니다. 그런 그에게 조쉬의 노래가 전해진 것이죠.

사람들은 모두 조쉬를 악마라며 욕합니다. 하지만 샘은 그럴수가 없습니다. 샘의 기억 속에 조쉬는 착한 아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조쉬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 그리고 조쉬를 향한 세상 사람들의 손가락질이 샘을 더욱 괴롭힙니다. 사랑하는 아들을 잃었어도 그에겐 마음껏 울 자격이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조쉬를 그리워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그에게 조쉬의 노래는 조그마한 위로가 됩니다. 조쉬의 노래를 부르며 조쉬를 마음껏 그리워할 수있으니까요. 사람들은 이 노래가 조쉬가 만든 노래라는 사실을 모르기에 그는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고 마음껏 노래를 부르며 조쉬에 대한 그리움을 달랠 수 있는 것이죠. 그리고 샘의 노래에 반해서 밴드를 만들자고 청한 조쉬와 비슷한 또래인 쿠엔틴(안톤 옐친)과의 만남을 통해 샘은 점점 새로운 삶의 활력을 얻게 됩니다.

 

 

 

솔직함은 모든 문제의 해결이다.

 

하지만 비밀은 영원할 수가 없습니다. 조쉬의 여자 친구였던 케이트(셀레나 고메즈)로 인하여 샘의 노래가 조쉬가 만든 노래였음이 밝혀지며 샘이 느꼈던 짧은 행복도 끝이 납니다. 그리고 그제서야 샘은 깨닫습니다. 사람들이 아무리 손가락질을 해도 조쉬는 자신의 사랑하는 아들이었고, 샘 스스로 그러한 사실을 숨긴다면 영원히 그는 요트에 숨어 살아야만함을... 결국 그는 사람들 앞에 밝힙니다. "제 아들 이름은 조쉬 매닝이었습니다. 2년 전 6명을 총으로 쏴 죽였죠. 이건 제 아들의 노래입니다."

처음엔 노래를 하는 샘을 향한 사람들의 시선은 차가웠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털어놓고 진심을 다해 부르는 샘의 노래에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기 시작합니다. 이제 더이상 샘은 비밀을 간직한채 요트에 숨어서 살수만은 없을 것입니다. 사람들은 모두 샘의 비밀을 알아버렸으니까요. 하지만 샘은 조쉬에 대한 그리움을 억지로 숨기지 않아도 됩니다. 조쉬를 향한 비난은 샘의 몫이지만, 그러한 비난을 감당할 수 있다면 샘은 조쉬를 향한 그리움을 이젠 감추지 않아도 됩니다.

[러덜리스]는 우리에겐 배우로 더 잘 알려진 윌리암 H. 머시의 감독 데뷔작입니다. 제목인 '러덜리스'는 키가 없는 배처럼 방향을 잃었다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합니다. 샘의 심정을 잘 표현한 제목인 셈이죠. 비밀을 간직한채 요트에 숨어 살았던 그의 인생은 방향을 잃었었지만, 사람들에게 모든 사실을 숨김없이 솔직하게 밝힌 그는 이제 더이상 방향을 잃지 않고 앞을 향해 나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