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에릭 반 루이
주연 : 칼 어번, 제임스 마스던, 웬트워스 밀러, 이사벨 루카스
개봉 : 2015년 10월 1일
관람 : 2015년 12월 14일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두번째 리메이크
사회적으로 성공한 다섯 친구들이 자신만의 은밀한 성적 판타지를 위한 비밀공간 '로프트'를 공유합니다. 하지만 그곳에서 정체불명의 여성의 시체가 발견되면서 다섯 친구들은 살인용의자가 되고,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면서 그들의 우정은 서서히 금이 갑니다. 그리고 결국 그들을 둘러싼 치명적인 비밀이 밝혀집니다.
다섯 친구들의 성적 판타지와 살인사건, 그리고 충격적인 반전을 담은 [로프트]가 처음 만들어진 것은 2008년 벨기에였습니다. 그리고 2010년 네덜란드에서 앙투와네트 베우머 감독에게 리메이크되었고, 다시 2014년 미국에서 재리메이크를 결정하였습니다. 미국에서의 리메이크는 원작 [로프트]의 감독인 에릭 반 루이의 할리우드 진출작이기도 합니다.
하나의 영화가 두번이나 리메이크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원작의 완성도가 인정받았음을 뜻합니다. 게다가 스릴러 영화가 6년사이 두번이나 리메이크되었다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입니다. 스릴러 영화는 반전이 중요한데, 이미 반전이 만천하에 공개된 상황에서 리메이크를 해야하기 때문에 다른 장르의 리메이크보다 어려움이 많습니다. 그러한 어려움을 감안하고 고작 6년만에 두번이나 리메이크되었다는 것은 영화의 이야기가 그만큼 매력적임을 뜻합니다.
첫번째 리메이크 [로프트]에 대한 좋은 기억
하지만 [더 로프트 : 비밀의 방]은 지난 1월 30일 북미에서 개봉했지만 개봉첫주에 박스오피스 10위에 턱걸이하는 참패를 맛보아야 했습니다. 사정은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10월 1일 개봉했지만 개봉 첫주 박스오피스 TOP10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으며 누적관객은 5천명에 불과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굳이 [더 로프트 : 비밀의 방]을 보기로 결심한 것은 2012년에 별 기대없이 봤던 앙투와네트 베우머 감독의 [로프트]를 재미있게 봤기 때문입니다. 당시에는 영화가 끝나기 전에 범인을 맞추겠다고 호기롭게 달려들었지만, 영화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동안 결국 백기를 들고 "내가 졌소!"를 선언했었습니다. 그렇기에 미국버전의 [로프트]는 어떤지 제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결과부터 이야기하자면 솔직히 실망했습니다. [로프트]를 처음 봤을 때는 '과연 살인범이 누구일까?'에 초점을 맞춰 영화를 관람했기에 영화가 나름 재미있었는데, [더 로프트 : 비밀의 방]에서는 이미 범인을 알기에 '왜 살인이 벌어져야 했을까?'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랬더니 너무 많은 허점이 눈에 보이더군요.
공유하는 순간 비밀은 사라진다. (이후 영화의 내용 다수 포함)
'누가 로프트에서 여자를 죽였나?'라는 질문이 사라지는 순간 [더 로프트 : 비밀의 방]은 헛점 투성이 영화가 됩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허점은 왜 빈센트(칼 어번)는 친구들과 '로프트'를 공유하려 했을까? 입니다. 월세가 부담되어서? 아님 유부남의 늑대스러운 우정 때문에? 일단 빈센트가 '로프트'를 친구들과 공유하려 했던 이유부터가 허점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 이유는 빈센트가 친구의 동생, 아내, 연인을 '로프트'에서 범했다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빈센트는 아내뿐만 아니라 친구들에게도 '로프트'를 비밀로 했어야 했습니다. 빈센트가 친구들과 '로프트'를 공유하였기에 빈센트가 벌인 친구들에 대한 배신 행위는 결국 드러나게 되었고, 그것이 비극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필립(마티아스 쇼에나에츠)이 수면제 과다복용으로 이미 죽은 것으로 추정되는 사라(이사벨 루카스)를 난도질한 것도 말이 안되고, 이미 죽은 시체를 난도질했는데, 침대에 피가 홍건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신과 의사이긴 하지만)의사인 크리스(제임스 마스던)가 눈치채지 못한 것도 말이 안됩니다. 빈센트에 대한 복수를 위해 친구들이 너무나도 쉽게 루크의 불안전한 계획에 동참하는 것도 쉽게 납득이 되지 않고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에게 상처 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들이다.
이렇게 저는 [로프트]를 볼 때와는 달리 [더 로프트 : 비밀의 방]을 보면서는 스릴러적 재미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아마도 그것이 스릴러 영화의 리메이크에 대한 가장 큰 문제점이 아닐까요? 반전을 뻔히 알고 영화를 본다는 것은 그만큼 관객에게 스릴러적 재미를 안겨줄 여지가 사라진 것과 마찬가지이니까요.
하지만 [로프트]를 볼 때와 마찬가지로 인상적인 것도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돈독해보였던 친구들의 우정이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지는 과정입니다. 돈 때문에 의도적으로 크리스에게 접근한 앤(레이첼 테일러)은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에게 상처 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들이다."
그것은 굉장히 의미심장한 말입니다. 사실 그러합니다. 가장 믿었던 사람에게 받은 상처만큼 큰 것은 없을 것입니다. 아마도 크리스와 그의 친구들도 빈센트를 너무나도 믿었기에 그의 배신이 아팠을 것이고, 그래서 이런 말도 안되는 복수를 꿈꿨을지도 모릅니다. 그러한 메시지는 [로프트]에서도 그리고 [더 로프트 : 비밀의 방]에서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아주짧은영화평 > 2015년 아짧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델라인 : 멈춰진 시간] - 영원한 젊음을 포기해서 얻은 진정한 사랑 (0) | 2015.12.17 |
---|---|
[기생수 파트 2] - 인간이야말로 지구를 좀먹는 기생수이다. (0) | 2015.12.14 |
[오피스] - 가슴속 칼을 품고 출근을 하는 당신을 위한 영화 (0) | 2015.12.11 |
[서부전선] - 한국전쟁이 어떻게 웃길 수가 있니? (0) | 2015.11.05 |
[러브 앤 머시] - 천재 뮤지션 브라이언 윌슨은 왜 몰락했고, 어떻게 재기했는가? (0) | 2015.11.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