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5년 아짧평

[기생수 파트 2] - 인간이야말로 지구를 좀먹는 기생수이다.

쭈니-1 2015. 12. 14. 18:09

 

 

감독 : 야마자키 타카시

주연 : 소메타니 쇼타, 후카츠 에리, 하시모토 아이, 아사노 타다노부

개봉 : 2015년 5월 7일

관람 : 2015년 12월 9일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5개월만에 소환된 [기생수 파트 2]에 대한 기대감

 

무료하기만한 수요일 밤. 극장에 가자니 딱히 보고 싶은 영화도 없고, 침대에서 뒹굴거리자니 이상하게 짜증만나던 그날 밤, 저는 구피에게 오랜만에 거실에서 영화 한편보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구피 역시 저와 비슷한 처지로 무료함을 느끼고 있었기에 제 갑작스러운 제안에 무미건조하게 "그러지 뭐."라며 대답을 해줬습니다.

문제는 '과연 무슨 영화를 볼 것인가?'인데 hoppin에 등록되어 있는 영화 리스트를 주루륵 살피던 저는 [기생수 파트 2]에 손이 멈추었습니다. 사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지난 7월 [기생수 파트 1]을 본 후 [기생수 파트 2]를 자연스럽게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기생수 파트 1]을 본지 5개월이 흐르고나서야 [기생수 파트 2]에 대한 기대감이 되살아난 셈입니다.

다행스럽게도 5개월전 구피도 저와 함께 이 독특한 일본의 SF 공포 스릴러 영화에 호감을 느낀터라서 무료한 수요일 밤의 영화로 [기생수 파트 2]가 만장일치로 선택되었습니다. 물론 [기생수 파트 2]를 재미있게 보려면 [기생수 파트 1]를 복습해야 했지만 그러한 여유는 당시의 사정으로는 사치였기에 5개월 전의 기억을 더듬으며 [기생수 파트 2]를 봤습니다.

 

 

 

정체불명의 기생생물에게 점령당한 사람들

 

[기생수 파트 1]은 어느날 갑자기 정체불명의 생명체에게 오른팔을 점령당한 신이치(소메타니 쇼타)의 이야기입니다. 사람의 육체를 강탈하는 기생생물. 신이치는 다행히 뇌가 아닌 오른팔을 빼앗겼지만 뇌를 빼앗긴 사람들은 기생생물에게 점령되어 은밀하게 인간사회를 점령하고 있었습니다.

그러한 기생생물에게 어머니와 반 친구들을 잃은 신이치는 자신의 오른팔에 기생하며 살고 있는 오른쪽이의 도움을 받아 기생생물과의 전쟁을 선포합니다. 하지만 기생생물도 인간과의 공존을 주장하는 타미야 료코(후카츠 에리)와 인간을 먹고 싶다는 본능에 충실한 고토(아사노 타다노부)로 나눠어 점점 진화하게 됩니다.

[기생수 파트 1]이 기생생물의 공격을 다뤘다면 [기생수 파트 2]에서는 기생생물과 인간의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됩니다. 여자친구 사토미(하시모토 아이)를 지키려는 신이치는 본격적으로 기생생물의 독자적인 전쟁을 시작하고, 기생생물의 존재를 눈치채고 일본 정부도 기생생물 박멸 작전에 돌입합니다. 하지만 압도적인 위력을 가진 고토를 중심으로한 기생생물의 반격도 만만치 않습니다.

 

 

 

인간이야말로 지구를 좀먹는 기생수가 아니던가?

 

[기생수 파트 2]는 인간과 기생생물간의 생존을 위한 전쟁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러한 와중에 인간의 아기를 낳은 타미야 료코가 자신을 희생해서 아기를 지키는 인간적인 면모를 선보이기도 하고, 고토처럼 본능에 충실하며 무지막지하게 인간 살육을 하는 괴물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인상적이었던 것은 일본 경찰 특공대에게 사살되는 시장의 연설입니다.

"훌륭해. 이렇게 강경하게 나올 줄은 예상 못했다. 너희들의 승리라 해도 좋겠지. 살육에 관해선 인간을 능가할 수 없으니 당연하지. 하지만 너희도 언젠가 깨닫겠지. 살인보다 쓰레기 투기가 더 큰 죄라는 것을.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우리의 중요성을 깨닫고 보호하게 될 거다. 너희는 자신의 천적을 더 소중히 여겨야 해. 인간 한 종의 반영보다 생물 전체를 생각해라. 그래야 만물의 영장이야! 정의를 위해서라고 떠들지만 이 이상의 정의가 어디에 있나? 생물 전체의 균형을 지키는 우리들에 비하면 인간이야말로 지구를 좀먹는 기생충이 아닌가! 아니, 벌레가 아닌 짐승, 기생수다."   

그의 연설은 이 영화의 주제이기도 합니다. [기생수 파트 2]는 인간을 잡아먹는 섬뜩한 기생생물간과 인간의 대결을 그린 영화이지만, 그 이면에는 과연 우리 인간은 기생생물과 다른 것이 무엇이 있나? 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인간과 지구의 공멸을 막기 위한 인간천적.

 

원자력 폐기물 처리장에서 무시무시한 위력으로 끝까지 신이치를 위기에 빠뜨리는 최종병기 기생수 고토도 이런 말을 합니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계속 내 안에서 울리고 있어. 인간을 먹어 치워라. 이 별의 누군가가 문득 생각했다. 모두의 생명을 지켜야 한다. 너희들이다. 인간이 늘어나서 곤란한 건 바로 인간 자신이야.나에게 속삭인 건 바로 너희들이야. 우리는 너희를 구원하고 있었어."

섬뜩하지만  사실 이해가 되기도 했습니다. 지구상에서 자신의 천적을 하나씩 없애며 지구를 장악한 인간. 하지만 인구가 늘어나면 날수록 지구를 병들어가고 그로인해 우리 인간은 어쩌면 지구와 함께 공멸의 길로 접어들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 영화의 마지막 결전의 장소가 원자력 폐기물 처리장인 것은 그렇기에 의미심장합니다.

[기생수 파트 2]는 원자력 폐기물 처리장에서 뜬금없이 신이치와 사토미의 베드씬을 연출하기도 하고, 영화의 마지막엔 연쇄살인마 우라카미를 재등장시켜 영화의 주제를 재확인시키는 촌스러움을 연출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 인상깊었던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