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15년 영화이야기

[헝거게임 : 더 파이널] - 내겐 조금 아쉬웠던 전사의 퇴장

쭈니-1 2015. 12. 2. 13:27

 

 

감독 : 프란시스 로렌스

주연 : 제니퍼 로렌스, 조쉬 허처슨, 리암 헴스워스, 줄리안 무어, 도날드 서덜랜드

개봉 : 2015년 11월 18일

관람 : 2015년 11월 30일

등급 : 15세 관람가

 

 

이렇게 또 한편의 시리즈가 막을 내렸다.

 

11월의 마지막날... 저는 직장인이라면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월요병을 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저답지 않게 활기차게 움직였습니다. 회사에서는 칼퇴근을 위해 일을 재빠르게 처리를 했고, 집에 돌아와서는 구피가 오기 전에 저녁식사 준비까지 완벽하게 마쳤습니다. 제가 이렇게 가을타기와 월요병의 무기력 2종 세트를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그날 밤, 구피와 함께 [헝거게임 : 더 파이널]을 보러 가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헝거게임 : 더 파이널]을 구피와 함께 보기로한 날은 전날인 일요일 밤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의 흥행부진 탓에 개봉 2주째를 맞이한 [헝거게임 : 더 파이널]의 상영시간은 띄엄띄엄 있었고, 저와 구피가 원하는 시간대에는 [헝거게임 : 더 파이널]이 상영하지 않아 일요일 관람은 결국 좌절되고 말았습니다.  

2012년 [헝거게임 : 판엠의 불꽃]에서부터 시작되어 매년 제게 즐거움을 안겨준 [헝거게임 시리즈]. 저는 이렇게 이 시리즈의 마지막을 극장에서 보지 못하고 나중에 다운로드 출시를 기다려야하는 처지가 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아무리 가을타기 때문에 극장가는 것을 귀찮아해도 [헝거게임 시리즈]를 이대로 허무하게 떠나 보낼 수는 없었습니다. 저는 회사에서 조퇴를 하는 한이 있더라도 [헝거게임 : 더 파이널]을 꼭 극장에서 보고 말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런데 그러한 심정은 구피도 마찬가지였나봅니다. 하긴 구피도 저와 함께 2012년부터 [헝거게임 시리즈]와의 추억을 쌓았으니까요. 평일에는 극장에 가지 않겠다는 스스로의 원칙을 깨고 구피는 월요일 밤, 저와 함께 [헝거게임 : 더 파이널]을 보러 가기로 약속한 것입니다. 제가 월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칼퇴근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 서둘러 저녁식사 준비를 한 것은 구피의 피곤함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한 나름대로의 노력이었습니다. 

이렇게 저와 구피는 졸리움, 추위, 피곤함, 그리고 월요병과 가을타기까지 모든 악재를 물리치고 [헝거게임 : 더 파이널]을 보고 왔습니다. 하지만 기대가 너무 컸기 때문일까요? 저는 솔직히 [헝거게임 시리즈] 중에서 [헝거게임 : 더 파이널]이 가장 실망스러웠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사정은 구피도 마찬가지였나봅니다. 구피는 화곡 메가박스 5관의 의자간 좁은 간격과 새건물에서 나는 이상한 냄새, 그리고 화면의 화질이 문제였다고 투덜거렸지만 만약 영화가 재미있었다면 그러한 영화 외적인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헝거게임 시리즈]가 국내에서 흥행에 실패했을 때에도 저만은 [헝거게임 시리즈]에 열광했었는데, 왜 유독 [헝거게임 : 더 파이널]만큼은 기대에 못미쳤을까요? 지금부터 저는 [헝거게임 : 더 파이널]이 제게 왜 재미없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려합니다.

 

 

하나의 원작을 두편의 영화로 쪼갠 것이 문제였을까?

 

모두들 잘 아시겠지만 [헝거게임 시리즈]는 원래 세편의 영화로 기획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1편인 [헝거게임 : 판엠의 불꽃]과 2편인 [헝거게임 : 캣칭 파이어]가 흥행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두자 제작사는 3편인 [헝거게임 : 모킹제이]를 파트 1과 파트 2로 나눠서 제작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사실 시리즈의 마지막을 2편으로 쪼개는 것은 [해리 포터 : 죽음의 성물]이 처음 시도했고, 이후 [트와일라잇 : 브레이킹 던]도 솔솔한 재미를 봤던 방식입니다.

소설을 영화화하는 것의 가장 큰 문제는 영화의 러닝타임을 아무리 길게 하더라도 소설의 모든 것을 영화로 옮길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소설에서 중요하지 않은 부분은 어쩔 수 없이 생략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두편으로 나눠서 제작하면 소설에서 생략되는 부분은 최소화될 수가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단점도 있습니다. 한편의 영화를 두편으로 나눠었으니 필연적으로 영화가 지루해질 수 있습니다.

[해리 포터 : 죽음의 성물]과 [트와일라잇 : 브레이킹 던]은 장점을 취하되, 단점은 피했습니다. 이 두 영화가 그럴 수 있었던 것은 영화 자체가 철저한 오락영화이기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하나의 원작으로 두편으로 쪼개더라도 늘어난 부분이 주인공의 활약을 담은 액션이라면 지루함을 느낄 틈이 없어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헝거게임 시리즈]는 [해리 포터 시리즈], [트와일라잇 시리즈]와는 조금 다릅니다. [해리 포터 시리즈]와 [트와일라잇 시리즈]는 철저한 오락영화이지만, [헝거게임 시리즈]는 오락영화이면서도 사회성 짙은 메시지를 담고 있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영화의 무대는 판엠이라는 가상의 독재국가이지만, 그 속에 담고 있는 메시지는 독재와 혁명, 전쟁과 민간인 피해라는 현대 사회에 대입해도 무리가 없는 조금은 무거운 주제였던 것입니다.

실제 [헝거게임 : 더 파이널]은 오락영화라고 하기엔 만만치 않은 주제의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단순하게 독재자인 스노우(도날드 서덜랜드) 대통령을 무너뜨리기 위한 캣니스의 영웅적인 모험담에 그치지 않고, 혁명이라는 미명아래 행해지는 민간인 살인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보여준 것입니다. 실제로 지구촌 분쟁 지역에서 벌어지는 정부군과 반군의 전쟁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아무 죄가 없는 민간인입니다. 그들은 그저 남들처럼 평화롭게 살고 싶을 뿐이지만, 원하지 않는 전쟁에 휘말려 집과 가족을 잃고 난민처지가 되어 살기위해 떠돌아다녀야 합니다.

이처럼 [헝거게임 시리즈]는 사회성 짙은 메시지를 가진 영화이기에 마지막을 두편의 영화로 쪼개고나니 [해리 포터 시리즈], [트와일라잇 시리즈]와는 달리 지루함이라는 문제를 피해갈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만약 [헝거게임 : 모킹제이]와 [헝거게임 : 더 파이널]이 한편의 영화로 만들어졌다면 지루함이라는 문제는 [헝거게임 시리즈]에 해당사항이 없었을텐데... 라는 아쉬움이 생기네요.

 

 

'헝거게임'의 묘미가 표현되지 못했다.

 

[헝거게임 시리즈]가 무거운 주제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적 재미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헝거게임'이라는 독특한 소재 덕분입니다. '헝거게임'은 판엠의 독재자 스노우 대통령이 12개 구역을 통치하기 위한 하나의 이벤트입니다. 각 구역에서 남성과 여성을 한명씩 차출하여 단 한명이 살아남을 때까지 서로 죽이게 만듬으로써 12개 구역이 서로 뭉치지 못하고 경쟁하게끔 만드는 것입니다.

이러한 '헝거게임'의 묘미는 누가 적군이고, 누가 아군인지 알 수가 없다는 점입니다. [헝거게임 시리즈]는 그러한 '헝거게임'의 묘미를 잘 이용합니다. [헝거게임 : 판엠의 불꽃]에서 어린 여동생 대신 '헝거게임'에 참여한 캣니스는 같은 12구역의 피타 멜라크(조쉬 허처슨)가 다른 구역의 사람들과 동맹을 맺어 자신을 죽이려 한다고 의심합니다. 하지만 결국 피타가 자신을 구하기 위해 다른 구역의 사람들과 동맹을 맺은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며 그를 믿게 되고 결국 사랑에 빠집니다.

[헝거게임 : 캣칭 파이어]에서는 '헝거게임'의 묘미가 더욱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캣니스를 죽이기 위해 억지로 설정된 '75회 스페셜 헝거게임'에서 캣니스는 어떻게든 피타와 살아남기 위해 다른 구역의 사람들을 의심하고 경계합니다. 하지만 그럴때마다 '헝거게임'의 경쟁자인 피닉(샘 클라플린)은 '진짜 적이 누구인지 잊지마!'라며 캣니스를 깨우칩니다. '헝거게임'을 통해 12개 구역이 서로를 죽이게 만들고 싶었던 스노우 대통령. 하지만 캣니스는 진짜 적이 '헝거게임'의 경쟁자가 아닌 스노우 대통령임을 깨닫게 되면서 12개 구역이 뭉칠 수 있는 구심점이 됩니다. ([헝거게임 : 캣칭 파이어]가 시리즈 사상 최고 흥행성적을 올린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자! 그렇다면 [헝거게임 : 모킹제이]에서의 '헝거게임'은 무엇일까요? 아쉽지만 없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이유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헝거게임 : 모킹제이]가 두편으로 쪼개지며, 가장 중요한 '헝거게임'은 [헝거게임 : 더 파이널]에 속해버렸기 때문입니다. [헝거게임 : 더 파이널]에서의 '헝거게임'은 캐피톨 도심에서 벌어집니다. 혁명군을 막기 위해 도심에 온갖 부비트랩을 설치한 스노우 대통령. 캣니스는 혁명군 동료들과 함께 부비트랩을 피하며 대통령궁으로 향해야 합니다.

여기에서도 누가 적군이고, 누가 아군인지 알 수 없는 '헝거게임'의 묘미가 적용됩니다. [헝거게임 : 캣칭 파이어]의 마지막 장면에서 스노우 대통령에게 붙잡힌 피타에 의해서입니다. 그는 스노우 대통령에게 사로잡혀 말벌독에 중독되고 세뇌당했으며, [헝거게임 : 모킹제이]의 후반부에서 자신을 구하려는 캣니스를 죽이려 하기도 했습니다. [헝거게임 : 더 파이널]에서도 돌발행동을 함으로써 캣니스를 당혹스럽게 만듭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피타를 사랑하지만 그를 믿을 수도, 그렇다고해서 믿지 않을 수도 없는 캣니스의 상황에 영화적 재미를 느껴야 하는데, [헝거게임 : 모킹제이]와 [헝거게임 : 더 파이널] 사이에는 1년간의 간격이 있다보니 피타에 대한 미안함, 사랑, 그리고 두려움을 느끼는 캣니스에게 쉽게 감정이입이 안되는 것입니다. 만약 이 두편의 영화가 그냥 한편으로 제작되었다면 좀 더 '헝거게임'의 묘미를 느낄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둘러 마무리되다. (이후 영화의 결말이 언급됩니다.)

 

엄밀하게 따진다면 앞에 제가 언급한 것들은 [헝거게임 : 더 파이널]을 재미있게 보지 못한 진정한 이유가 되지 못합니다. [헝거게임 시리즈]가 조금은 무거운 주제를 가지고 있는 것이 제가 이 시리즈를 좋아하는 이유이기에 지루함은 어느정도 감수할 수가 있습니다. 피타의 행동으로 인한 재미는 [헝거게임 : 더 파이널]을 보기 전에 [헝거게임 : 모킹제이]를 미리 복습했다면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문제입니다. 영화의 문제가 아닌 제 게으름의 문제인 셈입니다. 

[헝거게임 : 더 파이널]의 진짜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한편의 원작소설을 [헝거게임 : 모킹제이]와 [헝거게임 : 더 파이널]로 쪼개어 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마지막이 서둘러 마무리되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는 점입니다. 제가 원작소설을 읽지 않아서 소설에서는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영화에서는 혁명이 성공으로 끝나는 장면이 통째로 건너뛰고, 갑자기 알마 코인(줄리안 무어) 대통령이 스노우 대통령에 이은 독재자로 둔갑하는 초스피드 진행을 선보입니다.

사실 캣니스를 경계하고, 혁명의 승리를 위해 민간인 희생은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 알마 대통령의 모습에서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어느정도 유추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영화가 두편으로 쪼개지며 러닝타임이 길어진만큼 이 부분의 설명이 좀 더 있었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알마 대통령이 갑자기 제2의 스노우 대통령이 되고, 스노우 대통령에 향해야 하는 캣니스의 화살이 알마 대통령의 가슴을 향하며 영화는 너무 뜬금없는 급마무리를 짓고 맙니다.

 

하지만 모든 소동이 끝나고 한적한 집에서 피타와 진정한 행복을 찾는 장면은 가슴이 찡했습니다. 애초에 캣니스가 원한 것은 바로 그러한 평범한 행복입니다. 그저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서 예쁜 아이를 낳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 캣니스는 그것을 위해 스노우 대통령의 독재에 맞서 싸운 것입니다. 명예, 권력, 돈 따위는 애초에 그녀가 스노우 대통령에 맞서 싸운 이유가 아니었던 것입니다.

그렇기에 고된 혁명의 끝에 조용한 평화를 찾은 캣니스의 모습이 저는 너무 좋았습니다. 그리고 그녀에게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으며 "수고했어. 이젠 너의 작은 행복을 마음껏 누리렴."이라고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녀는 그럴 자격이 충분했으니까요. 따지고 보면 그녀가 누리는 이 작은 행복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난민들이 우리 지구촌에는 넘쳐납니다. [헝거게임 : 더 파이널]은 그러한 우리의 현실에 대한 어른을 위한 동화와도 같습니다.

비록 [헝거게임 : 더 파이널]에 만족을 느끼지는 못했지만 어찌되었건 또다시 제가 열광하던 또 한편의 시리즈가 끝을 맺었습니다. 갓난 아기를 안고 피타와 함께 미소를 짓는 캣니스의 마지막 모습을 보며 [헝거게임 시리즈]가 막을 내렸음을 실감했습니다. 그리고 2014년 2월 2일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세상을 놀라게한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의 모습도 찡했습니다. 이제 평범한 소녀에서 혁명의 전사로 성장하는 캣니스도, 언제나 멋진 연기를 보여준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도 제 추억 속에 묻어둬야만 하겠죠?

 

그래도 다행이다. 그녀가 행복해 보여서...

나중에 [헝거게임 시리즈]를 한꺼번에 본다면

[헝거게임 : 더 파이널]에 대한 아쉬움도 환희로 바뀔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