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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 임파서블 : 로그네이션] - 유리벽에 갇힌 스파이들

쭈니-1 2015. 8. 6. 11:25

 

 

감독 : 크리스토퍼 맥쿼리

주연 : 톰 크루즈, 제레미 레너, 사이먼 페그, 레베카 퍼거슨, 숀 해리스

개봉 : 2015년 7월 30일

관람 : 2015년 7월 30일

등급 : 15세 관람가

 

 

여름휴가, [미션 임파서블 : 로그네이션]으로 시작

 

저는 7월 31일 금요일부터 8월 4일 화요일까지 여름휴가였습니다. 이번 휴가는 처외가집을 다녀왔습니다. 처외가집은 전남 장흥에서도 한시간 정도 더 들어가야 도착할 수 있는 노력도입니다. 8월 1일 새벽 4시에 출발한 후 8월 3일 월요일 저녁에 집에 돌아오는 2박 2일의 일정이었습니다.

서울에서 자동차로 쉬지 않고 달려도 6시간 이상이 걸리는 장거리 여행이기에 휴가의 첫날인 7월 31일과 휴가의 마지막날인 8월 4일은 모든 일정을 비워두었습니다. 7월 31일 푹 쉬어야 8월 1일 장거리 운전 도중 졸음운전을 하지 않을 것이며, 8월 4일 일정을 비워둬야 장거리 운전으로 피곤한 몸과 마음을 추스리고 회사로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에 의한 것입니다.

하지만 여름휴가 기간동안 영화를 단 한편도 보지 않는다는 것은 제게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저는 최소한 [미션 임파서블 : 로그네이션]과 [미니언즈]만큼은 여름휴가 기간동안 극장에서 봐야한다고 주장했고, 구피는 7월 31일은 집에서 뒹굴거리며 무조건 쉬어야 한다고 강하게 맞섰습니다. 그래서 제가 제안한 절충안이 7월 31일은 푹 쉴테니 그 대신 7월 30일 밤에 [미션 임파서블 : 로그네이션]을 보자는 것입니다. ([미니언즈]는 웅이와 8월 4일 아침에 봤습니다.) 고민 끝에 구피도 제 제안을 받아들였고, 오랜만에 구피와의 영화 데이트도 성사되었습니다.

 

제가 여름휴가 기간동안 절대 놓칠 수 없다고 선언한 영화는 [미션 임파서블 : 로그네이션]와 [미니언즈]입니다. 그 중 [미션 임파서블 : 로그네이션]은 1996년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에 의해 처음 만들어져 어느덧 톰 크루즈의 대표작이 된 [미션 임파서블]의 다섯번째 시리즈입니다.  

이렇게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가 오랜 시간동안 꾸준히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007 제임스 본드'와는 또다른 이단 헌트(톰 크루즈)라는 새로운 스파이 캐릭터의 매력이 절대적입니다. 그리고 저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가 각기 다른 감독에 의해 개성이 다른 영화로 만들어졌다는 점도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장수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각기 다른 개성으로 시리즈가 만들어지다보니 시리즈 영화의 치명적인 단점인 식상함이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에서는 적용되지 않았고, 그 덕분에 20년 가까운 오랜 시간동안 꾸준히 시리즈가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이죠.

하지만 그러한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방식에는 아쉬운 점도 존재합니다. 그 첫번째가 시리즈 영화의 장점이라 할 수 있는 스토리의 연속성이 없다는 것이고, 두번째는 주인공 캐릭터인 이단 헌트를 제외하고는 시리즈를 이끌어갈만한 매력적인 조연 캐릭터가 부재하다는 점입니다. [미션 임파서블 : 로그네이션]은 바로 이러한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만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미션 임파서블 : 고스트 프로토콜]과의 연결점

 

2011년에 개봉했던 브래드 버드 감독의 [미션 임파서블 : 고스트 프로토콜]은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에서 중요한 반환점과도 같은 영화입니다. 그 이유는 '미션 임파서블'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할 방안을 제시한 첫번째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스토리 연속성을 제시했고, 매력적인 조연 캐릭터를 완성해냈습니다.  

우선 [미션 임파서블 : 고스트 프로토콜]은 전작인 [미션 임파서블 3]에서부터 시작됩니다. 2006년에 개봉한 J.J. 에이브럼스 감독의 [미션 임파서블 3]는 현장에서 한발 물러나 특수요원 트레이닝에 전념하며 사랑하는 여인 줄리아(미셸 모나한)와 일상적인 행복을 되찾고자 했던 이단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그러한 이단의 소박한 꿈은 악명높은 국제 암거래상 오웬 데비언(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의 음모로 산산조각이 나고, 이단은 줄리아를 구하기 위해 최악의 미션을 완수해야합니다.

[미션 임파서블 : 고스트 프로토콜]은 오웬 데비언으로 인하여 평범한 삶과 사랑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깨달은 이단 헌트의 모습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줄리아의 모습을 멀리서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이단 헌트의 모습은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전체를 아우르는 하나의 기준이 되었고, 이단의 캐릭터를 더욱 매력적으로 완성해 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단에게 드디어 고정적인 팀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이단 헌트는 매 시리즈마다 팀을 바꾸어가며 활동했습니다. 1편에서부터 꾸준히 이단 헌트를 도와준 인물은 해킹전문요원 루더 스틱겔(빙 라메스)이 유일합니다. 그런데 [미션 임파서블 : 고스트 프로토콜]은 루더 외에도 브랜트(제레미 레너)와 벤지(사이먼 페그)가 이단의 동료로 등장합니다.

브랜트는 이단 헌트의 과거와도 연관이 있는 캐릭터이고, 벤지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에가 가장 취약한 부분인 웃음을 책임지는 캐릭터입니다. 이들의 조화는 [미션 임파서블 : 고스트 프로토콜]의 재미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는데, [미션 임파서블 : 로그네이션]은 바로 그러한 [미션 임파서블 : 고스트 프로토콜]의 '위대한 유산'을 고스란히 물려 받은 것입니다.

비록 [미션 임파서블 : 고스트 프로토콜]에서 강력한 여성 파워를 보여줬던 제인 카터(폴라 패튼)가 빠졌지만 [미션 임파서블 : 로그네이션]은 영화의 오프닝 장면에서 이단과 브랜트, 그리고 벤지, 루더의 환상적인 팀웍을 과시하며 더이상 이단이 외롭지 않음을 천명합니다. 게다가 완벽하게 믿을 수 없는 브랜트와 코믹한 벤지라는 [미션 임파서블 : 고스트 프로토콜]에서부터 이어진 캐릭터 성격 또한 잘 활용하는 영민함도 보여줍니다.

 

 

주목! 레베카 퍼거슨

 

'007 제임스 본드'가 스파이 영화의 대명사로 불리며 오랫동안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 중의 하나로 저는 '본드걸'을 꼽습니다. 새롭게 제작되는 '007 제임스 본드' 영화에서 새로운 '본드걸'은 누가 될 것이냐는 언제나 화제가 되었고, 역대 최고의 '본드걸'로 회자되고 있는 [007 네버 세이 네버 어게인]의 킴 베이싱어는 이후 최고의 섹시걸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을 정도입니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에서도 '미션걸'은 항상 존재했습니다. 1편에서는 엠마뉴엘 베아르가 맡았던 '미션걸'은 [미션 임파서블 2]에서 텐디 뉴튼으로 인하여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에서 결코 빠질 수 없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미션 임파서블 3]에서는 미셀 모나한이 이단의 눈물을 쏙 빼게 만들기도 했고, [미션 임파서블 : 고스트 프로토콜]에서는 [미션 임파서블 2]의 '미션걸'인 텐디 뉴튼을 연상시키는 폴라 패튼이 새로운 '미션걸'로 등장해서 더이상 나약하지만은 않은 여성파워를 보여줬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미션 임파서블 : 로그네이션]의 선택입니다. [미션 임파서블 : 로그네이션]의 '미션걸'은 레베카 퍼거슨이 연기한 일사라는 캐릭터입니다. 이 캐릭터는 상당히 모호한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단이 정체불명의 테러조직 신디케이트에 납치되었을 때엔 신디케이트의 조직원인 듯하다가, 갑자기 이단이 탈출하게끔 돕기도 하고, 오스트리아 빈에서 펼쳐지는 오페라 투란도트 공연장에서는 오스트리아 총리를 암살하려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가 일사에게 주목한 것은 그녀의 외모가 [미션 임파서블 3]의 줄리아를 연상시킨다는 점입니다. 물론 줄리아를 연기한 미셸 모나한과 레베카 퍼거슨은 분명 다른 배우이지만, 외모에서 풍겨져 나오는 고풍스러운 매력이 저는 서로 굉장히 많이 닮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는 마치 [미션 임파서블 2]의 텐디 뉴튼을 연상시키는 [미션 임파서블 : 고스트 프로토콜]의 폴라 패튼과 비슷합니다.

이렇듯 [미션 임파서블 : 로그네이션]은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가 안고 있는 문제점인 시리즈의 연속성 및 조연 캐릭터 부재라는 문제는 완벽하게 해결했습니다. 이제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라고 한다면 이단 헌트 혼자만의 영화가 브랜트와 벤지까지 떠올릴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게다가 CIA 국장인 앨런 헌리(알렉 볼드윈)이 그동안 존재감이 없었던 IMF의 국장자리까지 맡아줬으니, IMF도 더이상 콩가루 조직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일사와의 관계에 묘한 여운을 남겨주며 앞으로 이어질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6번째 영화에 대한 연속성에도 여지를 남겼습니다. 개인적으로 일사가 [미션 임파서블 : 로그네이션]에서처럼 때론 이단의 라이벌이자 적으로, 때론 이단의 동료로 계속 출연한다면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재미가 더욱 풍성해질 것이라 생각됩니다.

 

 

유리벽에 갇힌 스파이들

 

솔직히 [미션 임파서블 : 로그네이션]이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최강의 액션을 가진 영화라고는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 영화에서 최고의 불가능한 미션이라 할 수 있는 깊은 수조 속에 보관되어 있는 수중칩 회수 작전이라 할 수 있는데, 이전 시리즈의 불가능한 임무들과 비교해서 그다지 강력한 임팩트는 없었던 편입니다. 

영화의 오프닝 장면이자 포스터에서도 사용된 비행기에 이단이 매달리는 장면, 모터사이클 액션과 카 체이싱 액션 장면 등, [미션 임파서블 : 로그네이션]은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답게 다채로운 액션으로 한여름 극장 관객들을 시원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영화를 본 후 구피가 "이전 영화들보다 액션이 줄어든 것 같아."라며 투덜거릴만큼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사상 최고의 액션이라는 수식어를 부여할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 영화가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그것은 스파이가 떠안을 수 밖에 없는 숙명을 잘 표현했기 때문입니다. 스파이는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쳐 일하지만 언제 어디서든 국가의 버림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것은 비단 이단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영국 정보국 소속인 일사를 비롯하여 정체불명의 테러조직 신디케이트의 리더 솔로몬 레인(숀 해리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애초부터 스파이는 영웅이 아닙니다. 현실의 스파이는 자국의 이익만을 위해 활동을 하기 때문에 자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이 되면 위법 행위도 서슴치 않습니다. 하지만 '007 제임스 본드'를 비롯한 수 많은 스파이 영화들이 인류를 위협하는 악의 조직에 맞서 싸우는 것으로 설정함으로써 영웅 이미지를 덧씌웠습니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미션 임파서블 : 로그네이션]은 이단과 솔로몬의 대결을 통해 스파이의 숙명을 보여줍니다. IMF는 미국의 외교문제에 걸림돌이 된다며 폐쇄되고, 이단에게는 체포명령이 내려집니다. 일사는 영국 정보국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신디케이트에 잠입해서 솔로몬의 총애를 얻지만, 막상 그녀가 임무를 완수했을 때엔 영국 정보국의 버림을 받습니다. 이단과 일사 모두 국가의 버림을 받은 스파이인 셈입니다. 그런데 이단과 일사가 함께 맞서는 신디케이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신디케이트는 전세계 국가에서 버림을 받은 스파이들로 구성된 테러조직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영화 초반 유리벽에 갇혀 동료의 죽음을 바라만 봐야 했던 이단의 모습은 의미심장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이단의 모습이 솔로몬의 마지막 모습과 겹쳐짐으로써 [미션 임파서블 : 로그네이션]은 국가의 이익에 의해 이용되었다가 버려지는 스파이의 숙명을 보여줍니다. 국가를 위해 위법 행위도 서슴치 않았지만, 국가를 위해 폐기처분되어야 하는 그들. 저는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최근 벌어진 국정원 직원의 자살 사건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가 이렇게 영웅이 아닌 스파이의 민낯을 그려나간다면 이 시리즈는 '007 제임스 본드'와는 다른 스파이 영화의 진수를 관객에게 선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여섯번째 '미션 임파서블'은 또 어떤 감독이 어떤 개성으로 그려나갈까?

이제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를 기대하는 또 다른 이유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