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카일 발다, 피에르 꼬팽
더빙 : 산드라 블록, 존 햄, 마이클 키튼, 앨리슨 제니
개봉 : 2015년 7월 29일
관람 : 2015년 8월 4일
등급 : 전체 관람가
여름휴가의 마지막 날은 유쾌한 웃음과 함께...
8월 3일 월요일 오전에 처외가집인 노력도를 출발하여 보성 녹차밭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드디어 집으로 향했습니다. 집에 도착하니 저녁 8시. 저희 가족은 장거리 여행으로 인하여 녹초가 되어버렸습니다. 저녁식사는 후라이드 치킨 두마리를 배달시켜서 대충 떼우고 구피와 웅이는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제겐 아직 할 일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미니언즈] 예매하기입니다.
8월 4일 화요일. 제 황금같은 여름휴가의 마지막날입니다. 전날 장거리 운전을 해서 피곤했기 때문에 늦잠을 자고 싶었지만, 여름휴가의 마지막날을 늦잠을 자며 보내기는 싫어서 일부러 [미니언즈]를 아침 8시 50분, 조조시간대로 예매했습니다. 웅이도 전날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어서인지 아침 일찍 일어나 [미니언즈]를 보러 간다며 좋아하더군요.
이렇게 저와 웅이가 [미니언즈]를 기대한 이유는 2010년 개봉한 [슈퍼배드] 덕분입니다. [슈퍼배드]는 달을 훔쳐서 세계 최고의 악당이 되겠다는 포부를 가진 그루(스티브 카렐)가 어쩔수없이 고아원의 세 소녀를 맡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전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했고, 그 덕분에 2013년에는 [슈퍼배드 2]가 개봉되었습니다. 그러한 [슈퍼배드]에서 가장 인기있는 캐릭터는 다름아닌 그루의 부하들인 '미니언'이었습니다.
2010년만해도 웅이는 극장에서 영화보는 것을 그다지 즐기지 않았습니다. 제가 졸라야 저를 위해 겨우 극장에 갔었습니다. [슈퍼배드]가 개봉했던 당시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유난히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저는 웅이에게 [슈퍼배드]를 보러 극장에 가자고 졸랐지만 웅이는 싫다며 거절했고, 결국 저는 [슈퍼배드]를 극장에서 보지 못했습니다.
그랬던 웅이에게 변화가 생겨난 것은 그해 12월이었습니다. 주말에 할일도 없고해서 웅이와 함께 거실 TV로 보기 시작한 [슈퍼배드]. 그런데 처음엔 시큰둥하던 웅이가 [슈퍼배드]를 보면서 점점 환호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리고 영화를 다보고나서는 [슈퍼배드]를 극장에서 보지 못한 것을 후회하며 다음부터는 제가 영화보러 극장에 가자고 하면 무조건 따라가겠다는 반가운 선언을 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때부터 저와 웅이는 틈만나면 극장 데이트를 즐기고 있습니다.
결국 [슈퍼배드]는 웅이에게 있어서 영화광의 시작과도 같은 영화이고, 제게 있어서는 웅이와 함께 극장 나들이를 가능하게 해준 고마운 영화입니다. 이렇게 [슈퍼배드]에 대한 추억이 가득하다보니 [슈퍼배드]의 스핀오프 영화인 [미니언즈]도 기대하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미니언... 그들은 어떤 존재인가?
[슈퍼배드]는 어린이 애니메이션임에도 불구하고 악당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던 독특한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드림웍스에서 [메가마인드]가 제작됨으로써 악당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는 설정의 신선함은 약간 빛이 바랬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슈퍼배드]가 전세계 애니메이션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미니언' 덕분입니다.
주연보다 더 많은 인기를 얻은 조연 캐릭터들은 많습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드림웍스의 '마다가스카 시리즈'에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냈던 펭귄 특공대입니다. 펭귄 특공대 역시 스핀오프 영화로 만들어졌는데 그것이 바로 2014년에 연말에 개봉한 [마다가스카의 펭귄]입니다. 이렇듯 대부분의 어린이 애니메이션 조연 캐릭터는 동물을 의인화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슈퍼배드]의 '미니언'은 동물이 아닐 뿐더러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말 그대로 정체불명의 생명체입니다.
그렇기에 [슈퍼배드]가 개봉한 후 '미니언'에 대한 추측이 난무했습니다. 그 중 가장 그럴듯한 것이 외계인설인데, 문제는 '미니언'이 외계인이라면 어쩌다가 지구에 왔는지, 그리고 왜 그루의 부하가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슈퍼배드]의 제작사인 일루미네이션도 '미니언'의 인기와 그들의 존재에 대해 관객들이 궁금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슈퍼배드 2]에서는 '미니언'의 비중을 대폭 늘렸고, '미니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미니언즈] 제작을 선언함으로써 [슈퍼배드]에 열광하는 팬들의 기대치를 극대화시켰습니다.
상황이 이러하니 [미니언즈]이 개봉되기 전 관객들이 가장 기대했던 부분은 '미니언'의 정체가 드러나는 부분입니다. 영화는 아예 처음부터 '미니언'의 탄생을 보여줍니다. 지구에서 생명체가 존재하기 시작했던 그 순간부터 점차 진화에 진화를 거듭한 '미니언'. 그들은 타고난 친화력으로 당대 최고의 악당들을 보스로 섬기는 본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니언'이 수중 생명체에서부터 시작해서 공룡을 거쳐 악당임을 자처하는 인간을 보스로 섬기는 장면들은 그동안 '미니언'의 정체를 궁금해했던 관객들에겐 최고의 선물이 됩니다. 하지만 문제는 선물이 너무 일찍 공개되었다는 점입니다. 애초에 [미니언즈]에서 가장 기대했던 부분이 '미니언'의 정체였던 관객들에게 [미니언즈]는 시작하자마자 '미니언'의 정체가 오프닝으로 말끔히 정리함으로써 궁금증을 일찌감치 해소시켜버린 것입니다.
[미니언즈]가 이렇게 선물을 처음부터 공개할 수 있었던 것은 '미니언'의 정체외에도 다른 영화적 재미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바로 엉뚱하고 발랄하면서 귀엽기까지한 '미니언' 삼총사의 활약과 '미니언'이 그루와 만나기까지의 과정입니다. '미니언'의 정체가 영화 시작하자마자 공개됨으로써 어리둥절했을 관객들도 어느사이 '미니언'의 활약에 푹 빠져 [미니언즈]를 유쾌하게 즐길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최고의 악당을 찾기 위한 여정
[미니언즈]가 '미니언'의 정체를 영화의 시작과 함께 밝혀버릴 수 있었던 것은 [슈퍼배드]와의 연결을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미니언즈]는 [슈퍼배드]의 스핀오프임과 동시에 프리퀼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미니언'의 정체이기도 하지만, '미니언'과 그루의 인연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미니언즈]는 영화의 상당 부분을 '미니언'이 그루와 만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하는데 할애합니다. 당대 최고의 악당들을 섬겼지만 타고난 말썽꾸러기 기질 때문에 오히려 보스를 위기에 빠뜨리기 일쑤였던 '미니언'은 결국 남극으로 쫓겨나게 됩니다. 그곳에서 '미니언'은 그들만의 문화를 만들어내지만, 목적의식이 없는 삶에 '미니언'은 지쳐만 갑니다. 결국 케빈을 리더로 밥과 스튜어트가 '미니언'이 새롭게 섬길 악당을 찾아 고된 여정을 떠납니다.
'미니언'이 새롭게 섬길 최고의 악당을 찾아 나선 케빈 일행. 그들은 최초의 여성 슈퍼 악당 스칼렛 오버킬(산드라 블록)을 만나게 되고 우여곡절 끝에 그녀의 부하가 됩니다. 문제는 '미니언'이 스칼렛의 진정한 부하가 되기 위해서는 영국 여왕의 왕관을 훔쳐 와야 한다는 것. 케빈 일행은 스칼렛의 남편인 허브 오버킬(존 햄)의 발명품들로 무장을 하고 영국 여왕의 왕관을 훔치기 위해 나섭니다.
자! 이쯤에서 우리가 주목해야할 것은 바로 스칼렛 오버킬이라는 캐릭터입니다. 산드라 블록이 더빙을 맡은 이 캐릭터는 모든 면에서 '미니언'이 애타게 찾아헤맨 당대 최고의 악당이라 불리울만합니다. 아름다운 미모와 강력한 힘, 그리고 무자비함까지. 게다가 그녀는 어린시절 고아로 외롭게 자란 탓에 많은 사람들의 축복속에서 영국의 여왕이 되겠다는 당찬 포부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결국 '미니언'의 보스가 되지 못합니다. 겉과 속이 다른 스칼렛은 대중 앞에서는 멋지고 쿨한 악당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그 뒤에서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 남을 이용한 후 버릴줄 아는 사악함으로 똘똘 뭉쳐져 있습니다. 그런면에서 그녀는 우리가 흔히 영화에서 봐왔던 진정한 악당입니다. 분명 '미니언'은 최고의 악당을 찾아나섰고, 스칼렛은 '미니언'의 보스가 되기에 충분한 사악함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다시 영화의 오프닝으로 돌아가면... 태초에 '미니언'이 보스로 섬겼던 당대 최고의 악당들은 사실 사악한 악당이라기 보다는 먹이사슬의 꼭대기에 위치했던 존재들입니다. 결국 '미니언'이 찾아헤맨 것은 포식자들이 들끓는 정글과도 같은 세상에서 나약한 '미니언'을 돌봐줄 강력한 가족이었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미니언'의 가족이 되지 못합니다. '미니언'을 남극으로 쫓아버렸던 나폴레옹을 비롯하여 스칼렛 역시 '미니언'을 배신해버립니다.
그루가 사랑받을 수 밖에 없는 이유
태초의 지구에서 '미니언'의 보스가 되었던 생명체들은 '미니언'을 배신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더 강력한 포식자에 의해 잡아먹혔을 뿐입니다. 하지만 지구를 인간이 지배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사정은 달라집니다. 인간은 살아남기 위해 잡아 먹는 것이 아닌,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정복하고 다른 존재들을 죽입니다.
어쩌면 이러한 인간 세상에서 '미니언'이 살아가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미니언'이 남극의 동굴에서 오랜 기간동안 인간 세상과 동떨어져 생활을 했던 것은 그렇기에 다행일지도 모릅니다. 1시간 30분동안 우리가 오해했던 '미니언'의 생존 방식을 보다보면 자연스럽게 [슈퍼배드]의 그루가 얼마나 사랑스러운 캐릭터인지 깨닫게 됩니다. 그루는 분명 악당이지만, 스칼렛처럼 '미니언'을 귀찮아하거나 이용한 후 배신하지 않습니다. 영화의 엔딩 크레딧을 보면 그루와 '미니언'이 한 가족처럼 지내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루는 악당이면서도 이러한 인간적인 면을 가지고 있기에 [슈퍼배드]를 통해 관객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미니언즈]는 최고의 스핀오프이면서 [슈퍼배드]를 위한 최고의 프리퀼입니다. [마다가스카의 펭귄]이 '펭귄 특공대'의 활약에만 초점을 맞춘 것과는 달리 [미니언즈]는 자연스럽게 [슈퍼배드]의 재미도 증폭시키는 역할을 수행해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미니언즈 2]는 제작이 불가능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미 [미니언즈]는 '슈퍼배드 시리즈'를 위한 모든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했으니 [미니언즈 2]에 대한 아쉬움은 없을 것입니다. 단지 2017년 6월에 개봉 예정인 [슈퍼배드 3]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커졌을 뿐입니다. 그것만으로도 [미니언즈]는 스핀오프이자 프리퀼로써 할 수 있는 모든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한 것입니다.
영화가 끝나고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그루와 '미니언'이 함께 우정을 쌓아가는 장면에 마음이 찡했습니다. '미니언'은 최고의 악당을 찾아헤맸지만, 그들이 진정 찾아 헤맨 것은 가족이었고, 그루는 '미니언'의 가족이 되기에 충분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엔딩 크레딧이 전부 올라간 후 펼쳐지는 '미니언'과 '미니언'이 섬겼던 악당들의 춤 한마당은 흥겨웠습니다. 부디 영화가 끝난 후에도 극장 좌석에서 일어나지 마시길...
이렇게 '미니언'들의 한바탕 신나는 소동극을 즐기고 나니 제 여름휴가의 마지막날도 끝이 보였습니다. 길게만 느껴졌던 여름휴가가 이렇게 막을 내리는 군요. 그래도 여름휴가 기간동안 봤던 [미션 임파서블 : 로그네이션]과 [미니언즈]가 제 기대감을 채워줬으니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그리고 아직 우리에겐 수 많은 휴일들과 개봉을 기다리는 재미있는 영화들이 기다리고 있잖아요. 이번엔 웅이와 또 어떤 영화를 볼 것인지... 이래서 인생은 참 아름답습니다. ^^
만약 '미니언'이 최고의 악당을 섬겼다면 우린 그들을 좋아할 수 있을까?
결국 그들이 찾은 것은 최고의 악당이 아닌, 최고의 가족이었고
그래서 우린 앞으로도 영원히 '미니언'과 그루를 사랑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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