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5년 아짧평

[세레나] - 행복을 위해 해야할 일과 해서는 안되는 일

쭈니-1 2015. 7. 24. 10:00

 

 

감독 : 수잔 비에르

주연 : 브래들리 쿠퍼, 제니퍼 로렌스, 토비 존스

개봉 : 2015년 4월 23일

관람 : 2015년 7월 22일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이젠 너무나도 익숙한 브래들리 크퍼와 제니퍼 로렌스 커플

 

지난주 금요일 저는 [엑시덴탈 러브]를 봤습니다. [엑시덴탈 러브]의 감독은 데이비드 O. 러셀입니다. 그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과 [아메리칸 허슬]로 제게 눈도장을 확실하게 찍은 감독입니다. 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실버라이닝 플레이북]과 [아메리칸 허슬]은 데이비드 O. 러셀 감독이 연출을 했다는 것 외에도 한가지 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브래들리 쿠퍼와 제니퍼 로렌스가 주연을 맡았다는 점입니다.

[실버라이닝 플래이북]에서 브래들리 쿠퍼는 조울증을 앓고 있는 남자로 제니퍼 로렌스는 섹스중독증에 빠진 여자로 나와 결코 평범하지 않은 사랑 이야기를 완성해냈습니다. 이 두 배우의 케미는 [아메리칸 허슬]에서도 이어집니다. 물론 [아메리칸 허슬]에서 제니퍼 로렌스와 짝을 이룬 것은 크리스찬 베일이지만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의 여파 때문인지 극중 FBI로 나온 브래들리 쿠퍼와도 잘 어울렸습니다.

[세레나]는 브래들리 쿠퍼와 제니퍼 로렌스의 세번째 만남으로 주목을 받은 영화입니다. 아쉽게도 이번 영화의 감독은 데이비드 O. 러셀이 아닌 수잔 비에르라는 덴마크 출신의 여성 감독이지만, 이번에도 역시 브래들리 쿠퍼와 제니퍼 로렌스는 최강의 케미를 자랑합니다.

 

 

 

먹고 사는 것이 우선이었던 1920년대 미국

 

[세레나]의 배경은 1929년 스모키 산맥입니다. 미국 역사에서 1929년은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 경제를 지옥으로 떨어뜨렸던 대공황이 1929년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그 무엇보다도 어떻게든 먹고 사는 것이 가장 중요했던 그 시절, 젊은 목재 사업가 조지 팸버튼(브래들리 쿠퍼)은 위기를 맞이합니다. 보안관 맥도웰(토비 존스)을 중심으로 스모키 산맥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었으며, 이러한 움직임에 은행은 대출 연장에 난색을 표합니다.

마을 사람들에게 벌목왕이 스모키 산맥의 나무들이 전부 베어지기 전에 국립공원으로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맥도웰에게 조지는 되묻습니다. "일자리는요? 다들 일이 필요해요. 벌목장 덕에 철도와 전기도 들어왔어요. 캐롤라이나의 발전을 이끌었죠. 국립공원으론 뭘 얻나요? 당신 같은 부자들이 주말 하이킹하긴 좋겠지만 노동자들, 여기 모인 사람들, 당신과 다른 이들에겐 생존의 문제죠."

사실 영화에서 보여준 벌목장의 근무환경은 최악이었습니다. 노동자들이 산 속의 독사와 들짐승에게 물리는 다반사이고, 안전수칙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아서 부상을 당하는 것도 부지기수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것들에 사람들은 불평하지 않습니다. 그저 일을 하고, 그 덕분에 하루 하루를 버티며 생활할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할 뿐입니다.

 

 

 

'세레나'는 팜므파탈인가? 

 

그러한 상황에서 조지는 신비한 매력을 지닌 세레나(제니퍼 로렌스)에게 첫 눈에 반하고 맙니다. 충동적으로 세레나와 결혼을 한 조지. 하지만 그것은 조지에게 비극의 시작이 되고 맙니다. 어찌보면 [세레나]는 전형적인 팜므파탈 영화입니다. 팜므파탈은 프랑스어로 '치명적인 여자'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대부분의 영화에서 남자 주인공을 파멸로 이끄는 악녀를 뜻합니다.

하지만 과연 '세레나'는 정말 악녀일까요? 그녀는 어린시절, 화재 사건으로 인하여 가족을 모두 잃었습니다. 혼자 살아남은 그녀는 동생들을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평생 시달리며 살아야 했습니다. 그렇기에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조지와의 행복을 그녀는 결코 놓치지 않겠다고 다짐합니다. 화재 사건 이후 평생 죄책감에 의한 불행 속에서 살아야 했던 그녀이기에 처음 찾아온 행복에 집착을 합니다.

어쩌면 그것은 당연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을 추구하며 삶을 삽니다. 그 누구도 불행하기 위해 살지 않습니다. '세레나'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녀는 뒤늦게 찾아온 행복을 지키기 위해 그 누구보다도 강인하게 위기에 맞서 싸웁니다. 하지만 행복에 대한 그녀의 집착은 결국 모두를 불행에 빠뜨리는 단초를 제공합니다.

 

 

 

행복을 위해 해야할 일과 해서는 안되는 일

 

'세레나'의 문제는 행복에 대한 지나친 집착입니다. 문제는 그 집착이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그러한 범죄 행위를 스스로 정당화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녀는 조지에게 입버릇처럼 말합니다. "우리의 행복을 위해 이건 꼭 해야만 하는 일이야." 하지만 자신의 행복을 위해 남의 행복을 해치는 일은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라도 결코 해서는 안되는 일입니다.

[세레나]는 점점 악녀로 변해가는 '세레나'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언제나 당당했던 그녀는 아기가 유산되고나자 점점 조지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휩싸입니다. 그러한 그녀의 행복에 대한 집착은 처음엔 조지의 사업을 지키기 위해, 나중에는 조지의 사랑을 독차지할지도 모르는 남편의 사생아를 없애기 위한 섬뜩한 광기로 변합니다. 영화의 후반부,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조지에게 폭행을 당하는 '세레나'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차를 타고 떠나는 조지에게 손을 흔드는 모습은 '세레나'의 광기를 잘 설명해줍니다.

결국 자신의 행복을 위해 살인도 마다하지 않던 '세레나'의 광기는 '세레나'는 물론 조지에게도 치명적인 불행을 안겨줍니다. 그래서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대공황이라는 악재 속에서 자신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 아귀다툼을 해야 했던 미국인들의 불행을 떠오르게 했습니다.

 

 

 

조금은 더 격동적이었다면...

 

[세레나]는 론 래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원작소설을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세레나'의 초점에 맞춰 이야기가 진행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세레나]에서는 '세레나'보다는 조지의 초점에 더 심혈을 기울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영화의 분위기는 열정적인 '세레나'가 아닌 비교적 차분한 성격의 조지처럼 잔잔한 분위기 속에 흘러갑니다.

자신의 아들의 죽음을 막기 위한 조지의 사투는 기대보다는 싱거웠고, 영화의 마지막 조지와 흑표범의 최후 대결도 너무 많이 생략되었습니다. 그 대신 '세레나'의 집착과 그녀의 집착 때문에 몰락하는 조지의 모습에 좀 더 집중된 느낌입니다. 아마도 그러한 부분이 [세레나]의 미지근한 흥행성적으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아메리칸 허슬]과는 다른 브래들리 쿠퍼와 제니퍼 로렌스의 케미는 영화 내내 빛났습니다. 특히 제니퍼 로렌스는 고풍적이면서도 강인하고, 집착 때문에 스스로 무너지면서도 결코 품위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세레나'의 연기를 완벽하게 해냈습니다. 앞으로 브래들리 쿠퍼와 제니퍼 로렌스의 만남이 다른 영화에서도 이어질 수 있을런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이뤄진다면 그땐 두 사람의 케미를 믿고 무조건 영화를 관람해야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