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5년 아짧평

[기생수 파트 1] - '기생수 파트 2'를 기대하지 않을 수가 없다.

쭈니-1 2015. 7. 10. 17:55

 

 

감독 : 야마자키 타카시

주연 : 소메타니 쇼타, 후카츠 에리, 하시모토 아이

개봉 : 2015년 2월 26일

관람 : 2015년 7월 9일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일본 만화는 실업자였던 나도 행복하게 했었다.

 

한때 저는 일본 만화에 푹 빠졌던 적이 있습니다. 대학을 졸업했지만 IMF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하루종일 집에서 뒹굴던 시절, 적은 용돈으로 제가 즐길 수 있는 것은 비디오와 만화였습니다. 당시 저는 책 대여점에 가서 일본 만화를 잔뜩 빌린 후 하루종일 뒹굴거리며 만화의 세계에 푹 빠졌었습니다. 가끔은 그런 제 모습이 너무 한심했었는데,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제 인생에서 가장 여유로웠던 시절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암튼 그러한 한심한 시절 덕분에 저는 일본 만화의 매력을 알게 되었습니다. 일본 만화는 다양한 소재와 독특한 상상력으로 무료했던 저를 한없이 자극했었습니다. 이제는 직장에 다니느라 바빠서 만화를 볼 시간이 거의 없지만, 그래도 가끔 일본 만화 원작의 영화가 개봉하면 관심을 가지고 보게 됩니다.

그 대표적인 영화가 [데스노트]와 [20세기 소년]입니다. 이 두 영화는 원작 만화까지 전부 읽은 팬의 입장에서 사실 실망스러웠습니다. 2015년 파트 1과 파트 2로 나눠서 개봉한 [기생수]도 [데스노트], [20세기 소년]과 마찬가지로 만화를 원작으로한 일본영화입니다. 하지만 [기생수]의 경우는 원작을 읽지 않았기에 영화 자체만으로 충분히 재미있게 즐길 수가 있었습니다.

 

 

 

내 안에 다른 무언가가 기생하고 있다.

 

[기생수 파트 1]은 인간의 몸에 기생하는 정체불명의 생명체가 은밀하게 인간을 공격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기생 생명체에게 뇌를 점령당한 사람들은 사람을 잡아먹는 괴물로 변합니다. 하지만 우연히도 신이치(소메타니 쇼타)는 기생 생명체의 공격을 막아내고 뇌가 아닌 오른쪽 팔을 점령당합니다. 그날 이후 신이치는 오른쪽이라 불리우는 기생 생명체와 기묘한 동거를 하게 됩니다.

사실 기생 생명체에 대한 공포를 다룬 영화는 꽤 많습니다. 우리나라 영화로는 [연가시]가 대표적입니다. [연가시]는 곤충의 머리를 조종하는 기생충 '연가시'의 변종이 사람의 몸에 기생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공포, 재난 영화입니다. 사람의 몸 속에 기생하는 외계 생명체의 이야기를 다룬 [호스트]와 악령이 씌인 오른손 때문에 살인마가 되는 소년의 코믹한 공포를 다룬 [크레이지 핸드]도 [기생수 파트 1]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기생수 파트 1]은 이전의 기생 생명체에 대한 영화와 어떤 차별점이 있을까요? 그것은 바로 오른쪽이를 비롯한 기생 생명체의 개성입니다. [기생수 파트 1]의 기생 생명체는 뛰어난 신체적 능력과 전투력을 지니고 있으며, 그것을 무기로 인간을 먹는 무시무시함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인간과의 공존을 꿈꾸기도 하고, 정치인이 되어 인간 사회를 장악함으로써 좀 더 쉽게 인간 사냥을 하려는 사악함도 보입니다. 이렇게 각기 개성이 다른 기생 생명체의 모습은 단순히 인간과 기생 생명체의 대결이라는 단순한 구도를 넘어 [기생수 파트 1]을 복잡한 이야기로 만듭니다.

 

 

 

귀여운(?) 기생 생명체 오른쪽이

 

이렇게 기생 생명치를 단순히 무시무시한 괴물이 아닌 각기 다른 개성으로  표현함으로써 [기생수 파트 1]은 예측이 불가능한 스토리 라인을 가지게 됩니다. 기생 생명체이지만, 인간의 아기를 임신한 타미야가 인간과의 공존을 위해 신이치를 도울 것인지, 아니면 동족을 따라 인간을 공격할 것인지 조차도 현재로써는 알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가장 흥미로운 기생 생명체는 역시 뭐니뭐니해도 오른쪽이입니다. 본의 아니게 신이치의 오른쪽 팔에 기생하게 된 오른쪽이는 신이치가 죽으면 피를 공급받지 못해 죽을 수 밖에 없는 처지입니다. 그렇기에 오른쪽이는 신이치를 도와 동족을 죽이는 행동을 합니다. 이렇게 살기 위해 신이치를 도운 오른쪽이이지만, 한번 기생한 인간의 몸을 나와 다른 몸에 다시 기생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나서도 신이치의 몸에 기생하며 본격적으로 기생 생명체와의 전쟁을 선포한 신이치를 돕습니다.

평상시에는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인간을 공격할 때에는 끔찍한 모습을 하는 다른 기생 생명체와는 달리 마치 '스폰지 밥'을 연상시키는 오른쪽이의 귀여운(?) 모습은 [기생수 파트 1]의 가장 큰 재미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자기 자신의 생존밖에 관심이 없는 오른쪽이가 신이치와 생활을 하며 인간의 감정을 점차 배워나가는 모습도 [기생수 파트 1]의 재미 중 하나입니다.

 

 

 

이 영화가 청소년 관람불가인 이유

 

하지만 오른쪽이가 귀엽다고해서 [기생수 파트 1]이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영화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 영화는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고 주인공이 고등학생인 신이치이지만, 국내 관람등급은 청소년 관람불가입니다. 그 이유는 기생 생명체가 인간을 잡아 먹는 장면의 잔인함 때문입니다. 특히 영화의 후반부에 신이치의 학교에서 벌어지는 집단 학살극은 영화의 잔인함을 잘 보여주는데, 복도에 널부러진 사지절단된 학생들의 시체 장면은 눈을 막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사람의 목이 잘려 나가는 장면은 다반사이고, 기생 생명체가 사람을 먹는 장면도 끔찍합니다. 하지만 그로인하여 어리버리했던 신이치가 점차 독해지면서 기생 생명체와의 전쟁에서 선봉에 서는 신이치의 캐릭터적 성격 변화가 설득력을 갖게 되었습니다.

[기생수]는 파트 1과 파트 2로 나뉩니다. [기생수 파트 1]은 지난 2월에 국내 개봉을 했고, [기생수 파트 2]는 지난 5월에 개봉했습니다. 아직 [기생수 파트 2]의 다운로드 서비스가 오픈되지는 않았지만, [기생수 파트 1]을 보고나니 어서 빨리 [기생수 파트 2]도 보고 싶네요. [기생수 파트 1]의 말미에 인간을 먹고 싶다는 본능에 충실한 기생 생명체의 리더 고토가 처음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제 [기생수 파트 2]에서는 인간과 기생 생명체의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될 것이며, 기생 생명체 오른쪽이와 공존을 하게된 신이치는 그로인하여 인간과 기생 생명체 모두에게 위협을 받게 될 것입니다. 어서 빨리 [기생수 파트 2]의 다운로드 서비스가 오픈되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