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다니엘 벤마요
주연 : 테일러 로트너, 마리 아브게로폴로스
개봉 : 2015년 3월 19일
관람 : 2015년 7월 6일
등급 : 15세 관람가
내겐 가벼운 영화가 필요했다.
일요일 저녁에 보기 시작한 [생 로랑]은 월요일 저녁이 되어서야 다 볼 수가 있었습니다. 영화의 러닝타임이 워낙 길었고, 영화가 너무 어려워 제대로 몰입할 수 없어서 이틀에 걸쳐 영화를 나눠본 것입니다. 그렇게 [생 로랑]을 보고나니 조금 짜증이 나더군요. 하기 싫은 숙제를 억지로 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재미없는 영화는 보다가 포기할줄도 알아야 하는데... 영화 후반부에 급반전이 일어나 재미잇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쉽게 포기가 되지 않는...
[생 로랑]에 대한 짜증을 풀기 위해 굳바로 저는 영화 한편을 더 보기로 다짐했습니다. [생 로랑]과는 달리 무조건 쉽고, 가벼운 영화를 봐야 겠다는 생각에 고른 것이 바로 [트레이서]입니다. [트레이서]는 [트와일라잇 3부작]으로 눈도장을 찍은 테일러 로트너 주연의 액션 영화입니다. 쉽고 가벼운 영화라는 제 기준에 딱 알맞은 영화인 셈입니다.
[트레이서]는 자전거 퀵배달을 하는 캠(테일러 로트너)이 우연히 익스트림 스포츠 파쿠르를 하는 니키(마리 아브게로폴로스)를 만나 첫눈에 반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사정이 어려운 캠은 니키의 팀에 속하게 되지만, 니키가 속한 팀은 어두운 범죄 조직에 연루되어 있다는 것이 밝혀지며 위기를 맞이한다는 전형적인 미국 액션영화입니다.
파쿠르를 통해 특별함을 꿈꾸다.
사실 [트레이서]는 평범해도 너무 평범한 기본적인 스토리 라인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전거 퀵 배달이라는 캠의 직업은 조셉 고든 레빗 주연의 영화 [프리미엄 러쉬]를 떠올리게 하고, 주인공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범죄집단에 연루가 되어 곤욕을 치룬다는 내용도 숱한 할리우드 액션 스릴러 영화에서 써먹은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평범할 수 밖에 없는 [트레이서]의 유일한 무기는 바로 파쿠르입니다. 파쿠르는 도시와 자연 속에 존재하는 다양한 장애물들을 활용하여 효율적으로 이동하는 익스트림 스포츠입니다. 이미 [야마카시], [13구역] 등의 영화가 파쿠르를 이용한 액션 쾌감을 선보인 적이 있습니다.
[트레이서]에서도 마치 '스파이더맨'처럼 도심 사이를 가로지르며 뮤한 질주하는 파쿠르의 쾌감이 여러 장면에서 등장합니다. 특히 캠이 쫓기는 장면에서 파쿠르의 진가는 발휘되는데, 고층 건물들 사이를 자유자재로 뛰어다는 장면들은 [트레이서]의 특별한 재미가 됩니다.
이야기의 짜임새가 굉장히 헐겁다.
하지만 그 뿐입니다. 파쿠르에 의한 [트레이서]의 액션 쾌감은 사실 [13구역]보다 뛰어나다고 할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트레이서]에는 뭔가 다른 무기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것이 없습니다. 캠의 캐릭터가 매력이 철철 넘쳐 흐르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캠과 니키의 사랑이 가슴 절절한 드라마를 만들어내지도 못합니다.
영화의 후반부 파쿠르팀의 리더인 밀러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캠의 반격이 시작되어야 하는데 그러한 부분이 그다지 치밀하지 않습니다. 캠이 기치를 발휘해서 밀러의 추격과 중국인 사채업자의 빚을 한꺼번에 해결하는 장면도 뻔히 예상되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래도 꽤 재미있게 [트레이서]를 봤습니다. 만약 제가 [트레이서]에 큰 기대를 걸고 봤다면 실망이 컸을테지만, 머리만 아팠던 [생 로랑]을 본 후 가벼운 마음으로 [트레이서]를 봤기에 이 영화의 허술함이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가끔은 이런 영화로 머리를 식히는 것도 나쁘지 않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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