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니콜라스 베리
주연 : 라파엘 카츠, 아델 에그자르코폴로스, 밥티스트 베투로드
개봉 : 2014년 7월 10일
관람 : 2014년 6월 27일
등급 : 전체 관람가
어른이 없다면 아이들에게 자유가 올까?
구피는 웅이에게 잔소리를 잘 하는 편입니다. 주말에 웅이가 저와 놀려고 하면 "숙제는 다 했니?"라며 야단을 치고, 웅이가 핸드폰 게임을 하려고 하면 "이제 그만해라!"라며 핸드폰을 빼앗아 버리고, 웅이가 잠자리에 들려고 하면 "양치질은 깨끗이 했니?"라며 이빨 검사를 합니다. 가끔 제가 "대충 넘어가!"라며 웅이편을 들기라도 하면 구피의 잔소리는 저를 향합니다.
구피가 잔소리를 할 때마다 한숨을 쉬는 웅이를 보며 저는 어릴적 제 모습이 생각났습니다. 아주 가끔 저는 '어른이 없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군것질도 맘껏 하고, TV도 하루종일 보고, 숙제를 할 필요도 없으며,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날 수 있을테니 말입니다. 어쩌면 어린 시절의 저처럼 웅이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정말 잔소리꾼 어른이 없다면 아이들은 자유를 만끽할 수 있을까요? 정답은 [팀퍼틸 아이들]이라는 프랑스 영화 안에 있습니다. [팀퍼틸 아이들]은 말썽쟁이 아이들의 지나친 장난으로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는 팀퍼틸 마을에서 어른들이 아이들의 버릇을 고쳐주기 위해 하루동안 마을을 비우기로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마리안파 VS 오스카파
어느날 아침 눈을 떠보니 어른들이 모두 사라졌습니다. 과연 이러한 상황이 실제로 생긴다면 아이들의 반응은 어떨까요? 당연히 처음엔 예상하지 못한 사건에 놀라고 두려워할 것입니다. 하지만 두려워한다고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면 아이들 또한 행동을 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팀퍼틸 아이들]은 그러한 아이들의 행동을 두개의 파로 나눠서 보여줍니다. 팀퍼틸 마을의 일진과도 같은 오스카(밥티스트 베투로드)는 아이들에게 어른이 없는 자유를 만끽하라고 선동합니다. 어른들이 남기고간 음식으로 파티를 하고, 장난감으로 어린 아이들을 유혹합니다. 술을 마시고 도박을 하며 어른들이 있을 때에는 할 수 없었던 일들을 어른 흉내를 내며 맘껏 해댑니다.
그와는 달리 마리안(아델 에그자르코폴로스)은 어른들이 돌아올 때까지 마을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아이들에게 각자의 임무를 줘서 함께 일을 합니다. 당연히 처음엔 오스카가 유리할 수 밖에 없습니다. 오스카는 신나게 놀자고 아이들을 부추깁니다. 과연 누군들 노는 것을 마다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들은 마리안에게 모여듭니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신나게 노는 것에 대한 댓가는 가혹하기 때문입니다.
신나게 놀기만 한다면 세상은 잘 돌아갈까?
문제는 팀퍼틸 마을의 음식이 무한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오스카파의 아이들처럼 신나게 놀고 먹기만한다면 언젠가는 음식이 떨어질 것입니다. 그렇기에 누군가는 일을 해야합니다. 그리고 누군가는 뒷치닥거리를 해야합니다. 오스카가 왕처럼 놀고 먹는 동안 오스카의 여동생인 미레일이 설겆이를 하며 하녀처럼 일을 해야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와는 달리 마리안파의 아이들은 정확히 자신이 해야할 일을 분배해서 마을을 이끌어 나갑니다. 어른이 없어도 어른 대신 일을 한 것입니다. 그렇기에 마을에 다시 전기가 들어오고, 수돗물이 나오기 시작하며, 밭에서 채소등을 캐서 음식을 만들 수가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어른이 없는 세상에 대처하는 방법이 상반되니 오스카파와 마리안파는 싸움을 벌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먼저 싸움을 시작하는 것은 오스카입니다. 먹을 것이 떨어진 오스카 입장에서는 마리안파와의 싸움에서 이긴다면 마리안파의 먹을 것을 빼앗을 수도 있고, 포로가된 마리안파의 아이들에게 강제 노동을 시킴으로써 자신은 예전처럼 편하게 놀고 먹을 수 있을테니까요.
우리가 사는 세상의 오스카
[팀퍼틸 아이들]은 어린 아이들을 위한 우화와도 같은 영화입니다. 그렇기에 이 영화의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웅이가 이 영화를 보며 자신이 먹는 음식들과 편히 쉴 수 있는 공간들이 잔소리를 해대는 어른인 엄마, 아빠의 노동의 댓가로 이뤄진 것이라는 사실만 이해한다면 [팀퍼틸 아이들]은 충분히 성공한 영화인 것입니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나니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는 어른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오스카처럼 행동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서민들이 열심히 일한 댓가로 돈을 벌고, 권력을 키워나가며 호의호식하는 상류층 사람들. 그들은 많은 것을 가졌지만 더 갖고 싶다면 오스카가 마리안에게 그랬던 것처럼 빼앗기 위한 싸움을 벌입니다. 참 씁쓸하죠.
그래도 저는 웅이에게 오스카가 아닌 마리안이 되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습니다. 호의호식하며 평생 놀아도 부족함이 없이 많이 갖는 것은 행복의 조건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사회에 기여하는 삶을 사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 아닐까요? [팀퍼틸 아이들]에서 오스카파의 아이들의 표정보다 마르안파의 아이들 표정이 훨씬 밝을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아이들의 말썽은 아이들만의 탓일까?
[팀퍼틸 아이들]에서 한가지 더 인상깊었던 것은 어른들의 모습입니다. 그들은 아이들의 말썽을 더이상 참을 수 없다며 아이들을 혼내주기 위해 마을을 떠나기로 결심합니다. 하지만 과연 아이들의 말썽은 아이들만의 탓일까요?
오스카와 미레일의 아버지는 자식들에게 폭력을 휘두릅니다. 그러한 아버지로 인하여 오스카가 배운 것은 약한 자를 괴롭히는 폭력 뿐입니다. 오스카파의 2인자인 윌리의 어머니는 가정에 관심이 없습니다. 이렇게 어머니의 사랑을 받지 못한 윌리는 삐뚫어진 방식으로 아이들의 관심을 받으려 합니다. 그와는 달리 마리안파의 아이들은 대체적으로 행복하고 평범한 가정의 아이들입니다. 그러한 설정은 어른의 입장에서 뜨끔한 일침이 아닐 수 없습니다.
위키백과에서 [팀퍼틸 아이들]을 검색해보니 2008년에 만들어졌으며 러닝타임이 무려 133분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2014년 7월에 개봉했으며, 러닝타임은 95분에 불과합니다. 위키백과의 정보가 잘못되지 않았다면 우리나라 개봉판은 40여분 가량 영화를 가위질한 것입니다. 만약 원본 그대로 개봉했다면 마을을 떠나 길을 잃은 탓에 이고르 장군(제라르 드빠르디유)의 포로가 된 어른들의 이야기와 오스카파와 마리안파의 갈등이 좀 더 심도있게 그려지지 않았을까요? 그 점이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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