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김진영
주연 : 진세연, 홍종현, 신정근, 전수경, 김응수, 박은혜, 김도연
개봉 : 2015년 4월 29일
관람 : 2015년 6월 17일
등급 : 15세 관람가
충격을 잊기 위해 코미디 영화를 선택하다.
프로야구 시즌이 되면 저는 항상 이런 결심을 합니다. 두산 베어스의 승패에 너무 집착하지 말자고... 하지만 그러한 결심에도 불구하고 두산 베어스가 승리하는 날에는 기분이 좋아지고, 두산 베어스가 지는 날에는 기분이 나빠집니다. 특히 두산 베어스가 충격적인 패배를 당할 때엔 몸 깊숙한 곳에서 용암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기분이 듭니다.
지난 6월 17일도 그랬습니다.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 9회말까지 두산은 7대4로 3점차 승리를 눈앞에 두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마무리 투수인 노경은이 올라와 연속 안타를 맞더니 삼성 라이온즈의 4번타자 최형우에게 거짓말처럼 끝내기 3점 홈런을 맞고 7대8로 무릎을 꿇었습니다.
그 순간 저는 제 스마트폰을 집어던질 뻔 했습니다. 하지만 겨우 평점심을 되찾고 아무도 없는 안방에 들어가 나홀로 진정하기 위해 침대에 멍하니 누워 있었습니다. 그 순간 몸 깊숙한 곳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더니 온 몸이 땀으로 뒤범벅이 되어 버렸습니다. 결국 저는 침대를 박차고 일어나 찬물로 샤워를 한 후 엄청나게 웃긴 영화로 기분 전환을 하겠다는 일념으로 [위험한 상견례 2]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즉흥적인 선택, 그리고 그 선택이 낳은 최악의 결과
사실 그날 저는 천재적인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의 전기영화 [생 로랑]을 볼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기분으로는 천재의 암울한 일생을 보는 것보다는 아무 생각없이 하하호호 웃을 수 있는 영화가 제 정신건강에 좋을 것 같다는 판단으로 즉흥적으로 [위험한 상견례 2]를 다운로드 받기 시작한 것입니다.
사실 [위험한 상견례 2]를 선택하는데 있어서 어느정도 믿는 구석도 있었습니다. 지난 2011년에 개봉한 [위험한 상견례]를 재미있게 봤었기 때문입니다. [위험한 상견례]는 전라도 총각과 경상도 처녀가 만나 지역감정의 벽을 허물고 결혼에 성공한다는 내용의 코미디 영화입니다. 지역감정이라는 우리나라의 케케묵은 문제점을 코미디로 승화시킨 이 영화는 주연을 맡은 송새벽과 이시영 외에도 조연을 맡은 박철민, 김정난, 정성화 등의 코믹 연기가 영화를 보는내내 저를 즐겁게 했었습니다.
비록 출연진은 대폭 교체가 되었지만 김진영 감독이 전편에 이어 메가폰을 잡은 만큼 저는 [위험한 상견례 2]를 믿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코미디라는 장르가 의심될만큼 웃기지 않았고, 후반부에 갑자기 장르가 스릴러로 변경되더니 억지스러운 설정으로 오히려 저를 분노하게 만들었습니다. 열받은 제 마음에 오히려 불을 더 지펴버린 셈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날 결국 저는 새벽녁까지 잠못이루고 뒤척여야 했습니다.
전편의 재미는 전부 어디로 간거지?
어쩌면 제 기분이 최악인 상황에서 [위험한 상견례 2]를 봤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제 특수한 상황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위험한 상견례 2]는 전편의 재미도 제대로 살리지 못했고, 그렇다고해서 새로운 재미도 제시하지 못한 전형적인 실패한 속편에 불과했습니다.
[위험한 상견례]는 조금은 민감한 영호남의 지역감정을 코미디의 소재로 이용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영화의 배경을 80년대로 설정함으로써 당시 유행하던 복고음악을 영화 속에 적절하게 이용하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당시에만 하더라도 어눌한 말투 덕분에 코믹 조연으로 인기를 끌었던 송새벽과 아마추어 복싱대회 우승을 차지했던 엉뚱녀 이시영를 주연으로 캐스팅하여 그들의 매력을 영화의 코믹에 잘 이용하기도 했습니다. 그러한 점이 비슷한 소재의 코미디 영화 [못말리는 결혼]에는 실망했던 제가 [위험한 상견례]에는 만족을 할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하지만 [위험한 상견례 2]는 그러한 전편의 재미가 전부 사라져 버렸습니다. 물론 전편처럼 영호남의 지역감정 이야기를 또다시 소재로 끌고 들어올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그것은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잘생기고 예쁘긴 하지만 코믹 연기에는 별다른 재능이 없는 진세연과 홍종현을 주연으로 캐스팅함으로써 스스로 코미디 영화로써의 정체성을 잃어버렸고, 후반부의 스릴러는 실망을 넘어서 제게 분노에 가까운 감정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이 영화가 전편과 차별화된 새로운 재미로 내세운 것.
송새벽, 이시영이라는 코믹 연기에 특화된 주연 배우 대신 홍종현, 진세연이라는 비주얼이 되는 젊은 배우들을 주연으로 캐스팅한 [위험한 상견례 2]. 그로인하여 영화의 코믹한 부분은 주연이 아닌 조연 배우들에게 떠맡겨집니다. 하지만 박철민, 정성화, 김수미 등 코믹 연기에 일가견이 있는 배우들을 조연으로 캐스팅했던 [위험한 상견례]와는 달리 [위험한 상견례 2]는 조연들 마저도 그다지 웃기지 않습니다.
단, 철수(홍종현)의 절도범 아버지인 달식을 연기한 신정근과 사기꾼 엄마인 강자를 연기한 전수경의 코믹 연기만은 빛났을 뿐입니다. 하지만 모든 장면에서 신정근과 전수경을 등장시킬 수는 없는만큼 [위험한 상견례 2]의 코믹은 전편에 비해 현저하게 줄어들 수 밖에 없습니다.
그 대신 김진영 감독은 진세연과 홍종현의 비주얼을 내세워 새로운 재미로 관객 앞에 선보입니다. 철수가 멋진 슈트를 입고 스포츠카에 타면서 잘생김을 마구 뽐내는 장면이라던가, 영희(진세연)가 잠입 수사를 위해 난데없이 비키니를 입고 섹시 댄스를 추는 장면들은 분명 전편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재미입니다.
후반부 스릴러는 안하니만 못했다.
물론 [위험한 상견례 2]가 새롭게 준비한 것은 준비한 것은 홍종현의 슈트와 진세연의 비키니 뿐만은 아니었습니다. 영화의 소재가 경찰 집안과 도둑 집안의 결합인 만큼 전편과는 차별화된 스릴러로 새로운 영화적 재미를 창조하려 했던 것입니다. 그렇기에 영화의 초반부터 고급 접대부만 골라서 강간 후 살해하는 사건이 언급되며, 이 사건이 영화의 클라이막스를 장식할 것이라 예고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코미디와 스릴러의 조화가 생각보다 어렵다는 점입니다. 코미디는 약간 어설퍼도 이해할 수 있는 장르입니다. 그래서 느닷없이 진세연의 비키니를 입고 춤을 춰도, 달식과 강자의 말도 안되는 기상천외한 범죄도 그냥 웃고 넘어갈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스릴러는 아닙니다. 스릴러는 어설펐다가는 최악이 되고 맙니다. 그런데 [위험한 상견례 2]의 어설픈 코미디가 후반부 스릴러까지 연결되며 스릴러라는 새로운 시도를 안하니만 못하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이 영화의 스릴러가 얼마나 말도 안되는 억지인지는 타이핑치는 제 손가락이 아파서 더이상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확실한 것은 전편과 차별화된 재미라며 어설프게 스릴러 장르에 손을 댄 김진영 감독이 원망스러울 따름입니다. 영화를 보고나서 기억에 남는 것은 '진세연 귀엽다.'와 '홍종현 잘 생겼다.'뿐입니다. 이렇게 [위험한 상견례 2]는 매력있는 새로운 젊은 배우를 발견한 것에만 만족할 수 밖에 없는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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