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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더 해피엔딩] - 나의 또다른 재능찾기

쭈니-1 2015. 6. 12. 11:34

 

 

감독 : 마크 로렌스

주연 : 휴 그랜트, 마리사 토메이, 앨리슨 제니, J.K. 시몬스, 벨라 헤스콧

개봉 : 2015년 4월 8일

관람 : 2015년 6월 9일

등급 : 15세 관람가

 

 

마크 로렌스와 휴 그랜트의 네번째 만남

 

[모스트 바이어런스]를 재미있게 본 저는 드디어 기대하고 기대했던 영화 [한 번 더 해피엔딩]을 hoppin '영화 매니아'의 두번째 영화로 선택했습니다. 제가 이 영화를 기대한 이유는 마크 로렌스 감독과 휴 그랜트의 만남 때문입니다.

사실 이 두 사람의 만남은 [한 번 더 해피엔딩]까지해서 무려 네번째입니다. 그들의 첫번째 만남은 2002년 [투 윅스 노티스]에서였습니다. 산드라 블록이 휴 그랜트의 상대역으로 출연했던 [투 윅스 노티스]는 부동산 재벌남과 환경문제 전문 변호사의 사랑을 담은 로맨틱 코미디였습니다. 

마크 로렌스 감독과 휴 그랜트의 두번째 만남은 2007년에 우리나라에서도 좋은 흥행성적을 보여줬던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에서였습니다. 음악이 특히 좋았던 이 영화에서 휴 그랜트의 상대 여배우는 드류 배리모어였습니다. 그리고 2009년 세번째 만남이 이어졌는데 휴 그랜트가 사라 제시카 파커와 호흡을 맞춘 [들어는 봤니? 모건 부부]에서였습니다.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 따라하기

 

사실 마크 로렌스 감독과 휴 그랜트의 만남은 횟수가 늘어날 수록 그 시너지 효과는 줄어들었습니다. 첫번째 만남인 [투 윅스 노티스]는 북미에서 9천3백만 달러의 흥행을 기록했고, 월드와이드 성적은 2억 달러를 육박합니다. 하지만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에서는 북미 흥행성적이 5천만 달러, 월드와이드 흥행성적이 1억4천5백만 달러로 떨어졌고,  급기야 [들어는 봤니? 모건 부부]는 북미 흥행성적 2천9백만 달러, 월드와이드 흥행성적 8천5백만 달러로 흥행실패작이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한 번 더 해피엔딩]은 어떨까요? 아쉽지만 북미 개봉조차 아직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북미 개봉조차 하지 못한 [한 번 더 해피엔딩]이 우리나라에서 개봉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이 영화가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과 너무나도 닮았기 때문입니다.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은 2007년 2월에 국내 개봉해서 1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었습니다.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은 한물간 왕년의 팝스타 알렉스(휴 그랜트)가 오랜만에 재기의 기회를 잡고, 그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자신의 집 화초를 가꿔주는 수다쟁이 아가씨 소피(드류 베리모어)와 함께 노래를 만들며 벌어지는 로맨스입니다.

 

 

 

한물간 시나리오 작가로 살아가는 법

 

[한 번 더 해피엔딩]은 한때는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하며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시나리오 작가 키스 마이클스(휴 그랜트)의 이야기입니다. 주연을 맡은 휴 그랜트의 직업이 한물간 팝 스타에서 한물간 시나리오 작가로 바뀐 것을 제외하고는 [한 번 더 해피엔딩]은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의 전개를 고스란히 따라합니다.

더이상 자신의 아이디어를 사주는 영화사가 없자 생활고에 시달리던 키스는 어쩔 수 없이 지방도시의 교수직을 수락합니다. 시끌벅적한 도시생활에 익숙한 키스가 한적인 지방도시에 간다는 내용은 [들어는 봤니? 모건 부부]를 연상하게 하기도 합니다. [들어는 봤니? 모건 부부]는 뉴욕의 잘나가는 부동산 중개업자 메릴(사라 제시카 파커)과 변호사 폴(휴 그랜트) 부부가 증인보호 프로그램에 의해 외딴 깡촌에 가게 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담은 영화입니다.

이렇듯 [한 번 더 해피엔딩]은 마크 로렌스 감독과 휴 그랜트의 전작들을 교묘하게 뒤섞은 듯한 영화입니다. 마치 더이상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없는 키스가 자신의 아이디어를 영화사에 팔기위해 이 영화, 저 영화 짜집기를 하는 [한 번 더 해피엔딩]의 첫장면과 닮은 듯한 영화인 셈입니다.

 

 

 

성공적인 로맨틱 코미디는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 번 더 해피엔딩]을 진부한 짜집기 영화라고 무조건 치부할 필요는 없습니다. 어차피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가 거기에서 거기이기에 결국 영화 속의 사랑이 얼마나 로맨틱한가에 영화의 성패가 달려있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한 번 더 해피엔딩]은 아쉽게도 그다지 성공적인 로맨틱 코미디는 아닙니다. 분명 키스는 지방도시의 교수로 재직하는 와중에 낙천적인 성격의 싱글맘 홀리 카펜터(마리사 토메이)와 만나 묘한 끌림을 경험하지만 [한 번 더 해피엔딩]은 그들의 사랑이 시작되기도 전에 영화를 끝내 버립니다. 그렇기에 키스와 홀리의 사랑은 로맨틱 코미디로써의 재미를 느끼기엔 현저하게 부족합니다.

오히려 저는 키스와 캐런(벨라 헤스콧)의 관계가 더 궁금했습니다. 키스의 제자이며 적극적으로 키스를 유혹하던 묘한 매력의 캐런. 홀리는 그녀가 아버지에 대한 결핍된 사랑을 키스를 통해 해결하려는 것이라 충고하고, 캐런과의 만남으로 인하여 키스는 대학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하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저는 오히려 이 두 사람의 관계를 잘만 다듬었다면 로맨틱 코미디로써의 재미가 훨씬 풍성해지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키스의 깨달음에 방점을 주자.

 

아쉽게도 [한 번 더 해피엔딩]은 기대했던 로맨틱 코미디로써의 재미는 부족했지만 그래도 저는 나름 재미있게 영화를 봤습니다. 키스가 영화 시나리오 작가이고, 대학에서 시나리오를 가르치는 덕분에 이 영화에서는 [환상특급], [더티댄싱], [클루니스], [죽은 시인의 사회] 등 수 많은 추억의 영화들이 언급됩니다. 저 역시 그 영화들을 재미있게 봤기에, [한 번 더 해피엔딩]에서 영화 속의 상황과 추억의 영화들을 묘하게 배치하는 부분에 영화적 재미를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게다가 어린 아들을 재우기 위해 했던 이야기가 자신의 대표작인 '잃어비린 낙원'의 이야기가 되었다는 키스의 고백이 공감되었습니다. 저도 웅이를 재우기 위해 많은 이야기를 해주는데, 그 이야기들을 글로 남겨볼까 생각중이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과 생활에 맞춰 시나리오를 쓰는 것도 인상깊었습니다. 결국 글이라는 것은 자신의 또 다른 얼굴이죠. 제 영화 이야기에 툭하면 제 개인적인 이야기를 쓰는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키스의 깨달음입니다. 그는 재능은 타고나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리 노력해도 재능이 없는 사람은 안된다고 주장합니다. 그랬던 그가 자신이 그토록 싫어하던 교편을 잡고, 처음엔 돈을 위해 수업을 하다가, 나중에는 자신의 또 다른 재능을 발견하는 부분은 자신의 생활에 안주하려는 사람들에게 잔잔하지만 깊은 울림을 남깁니다. 이렇듯 [한 번 더 해피엔딩]은 로맨틱 코미디로써는 합격점을 주기 어려운 영화였지만, 키스 마이클스의 변화를 중심으로 영화를 감상한다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