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5년 아짧평

[송 원] - 음악이 귀에 안들어온다.

쭈니-1 2015. 5. 22. 10:27

 

 

감독 : 케이트 베커-플로이랜드

주연 : 앤 해서웨이, 쟈니 플린, 벤 로젠필드

개봉 : 2015년 4월 1일

관람 : 2015년 5월 20일

등급 : 15세 관람가

 

 

허전한 마음을 채워주기 위해 선택한 영화.

 

요즘 퇴근 후 제 일상은 옷을 갈아입자마자 TV를 켜고, 케이블 스포츠 채널에서 두산 베어스의 프로야구 경기를 시청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주에는 그러한 제 일상이 틀어졌습니다. 화요일에는 두산과 삼성의 경기가 우천으로 취소되었고, 수요일에는 두산이 3회초에 마운드가 무너져서 일찌감치 채널을 돌렸기 때문입니다.

평일 저녁 두산 베어스의 프로야구 경기를 볼 수 없으니 그 대신 영화로 허전한 마음을 채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지난 화요일에는 [아메리칸 셰프]로 허전한 마음을 달래줬고, 수요일에는 [송 원]을 선택했습니다. 특히 수요일 두산 베어스의 경기는 처참했기에 (최종 스코어는 25대6로 프로야구 경기의 스코어라고 하기엔 창피한 대패를 거두었습니다.) 재미있는 영화가 꼭 필요했습니다.

제가 [송 원]을 선택한 이유는 음악영화이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음악영화는 영화와 음악의 만남으로 시너지 효과를 냅니다. 이미 [원스], [비긴 어게인] 등을 통해 그러한 음악영화의 위력을 체험했던 저는 [송 원] 또한 그럴 것이라 기대한 것입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송 원]은 [원스]나 [비긴 어게인]이 제게 안겨줬던 음악영화의 감미로움을 선사하지 못한 지루한 영화가 되고 말았습니다.

 

 

 

앤 해서웨이 덕분에 완벽해보였던 영화

 

어쩌면 제가 [송 원]에 너무 큰 기대를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제가 좋아하는 앤 해서웨이가 주연을 맡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저 단순히 예쁘기만한 배우인줄 알았던 앤 해서웨이를 제가 다시 보게 된 것은 [러브 & 드럭스]에서였습니다. [러브 & 드럭스]에서 앤 해서웨이는 파킨슨 병에 걸린 매기를 연기했는데, 많은 분들이 앤 해서웨이의 파격적인 노출씬에 주목했지만 저는 자신의 병 때문에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매기의 슬픈 내면이 더욱 가슴 아팠었습니다.

이후 앤 해세워이는 [원 데이]를 거쳐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서는 새로운 캣우먼을 연기하며 제 마음을 사로잡았고,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레미제라블]에서는 노래 실력까지 뽐냈었습니다. 이런 앤 해서웨이가 음악영화에 출연한다고 하니, 키이라 나이틀리가 주인공으로 출연했던 [비긴 어게인]보다 더 기대가 되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실제 앤 해서웨이는 첫등장에서부터 보이쉬한 짧은 머리로 제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관계가 소원했던 남동생 헨리(벤 로젠필드)의 교통사고 소식을 들은 프래니(앤 해세웨이)는 혼수상태에 빠진 헨리를 위해 그가 평소 좋아하던 가수 제임스(자니 플린)를 찾아갑니다. 프래니와 제임스의 만남은 어떤 기적을 만들어낼까요?

 

 

 

하지만 음악이 내 취향이 아니다.

 

사실 [송 원]은 상당히 간단한 내용을 가지고 있습니다. 교통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진 동생을 위해 제임스를 만난 프래니. 이후 제임스가 헨리의 병실에 찾아오며 두 사람은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결국 음악으로 소통을 하며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하지만 그러한 간단한 내용은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원스]도 그랬고, [비긴 어게인]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입니다.

음악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음악입니다. 감미로운 음악만 있다면 간단한 내용은 어느사이 관객의 감성을 뒤흔드는 명품 음악영화가 되곤합니다. [송 원]의 문제는 바로 그것입니다. 이것은 제 개인적인 취향일 뿐이지만, [원스], [비긴 어게인]의 음악에 흠뻑 빠졌었던 저는 [송 원]의 음악에는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송 원]은 미국 인디음악의 전설이라는 제니 루이스와 조나단 라이스에 의해 창조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제임스를 연기한 자니 플린 역시 실제 뮤지션으로 기타를 비롯한 바이올린, 피아노 연주 실력까지 갖춰 영화 속의 모든 노래와 연주 장면을 라이브로 소화해냈다고 합니다. 프래니의 동생 헨리를 연기한 벤 로젠필드 역시 뮤지션 출신의 배우라고 하니 최소한 케이트 베커-플로이랜드 감독은 음악영화를 위한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은 셈입니다. 하지만 제 취향의 음악은 아니었습니다.

 

 

 

음악이 귀에 안들어오니 지루하다.

 

음악영화에서 음악이 제 취향이 아니다보니 앤 해서웨이의 매력적인 모습도, 자니 플린의 노래와 연주도 지루하게만 느껴졌습니다. 프래니와 제임스의 감정 변화도 그다지 공감되지 않고, 마지막 장면도 감동적이라기 보다는 '그럴줄 알았어.'라는 말이 나도 모르게 나올 정도였습니다.

특히 저는 [송 원]에 나오는 노래의 가사가 별로였습니다. 제임스의 첫등장에서 부른 노래의 가사를 보면... '새벽을 기다리며 애를 태우는 너. 해가뜨면 그 속에서 나를 찾으려나. 전등이 꺼지자 방울뱀이 떼 지어 스르르 나타났네. 투센트 다리 옆에서 모닥불을 피웠었지. 넌 건너고 싶어했고 난 바라만 봤지. 그때 멧돼지가 떼 지어 몰려와 깜짝 놀라 소리쳤지.' [송 원]에서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프래니와 제임스가 함께 부른 노래의 가사도 비슷합니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서 경치나 구경할까? 안돼! 나 고소공포증 있어. 높은 데는 싫어~ 하늘에 닿기도 싫어. 그놈의 고소공포증 때문에!'

음악영화에서 노래가사는 단순한 가사가 아닌 캐릭터의 대사나 마음 속 이야기가 되고는 합니다. 하지만 [송 원]의 노래 가사는 영화를 보면서도 이 가사가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전혀 알수가 없으니... 역시 그냥 음악이 제 취향이 아니라는 말 밖에 할 수가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