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데이빗 코엡
주연 : 조니 뎁, 기네스 팰트로, 이완 맥그리거, 폴 베타니
개봉 : 2015년 2월 18일
관람 : 2015년 5월 12일
등급 : 15세 관람가
내 영화적 취향은 정말 대중적인가?
저는 제 영화적 취향이 상당히 대중적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가끔은 제 영화적 취향이 대중적이라는 사실을 의심하는 순간이 발생됩니다. [모데카이]가 국내 개봉했던 지난 2월 18일이 그러했습니다. 비록 [모데카이]는 북미에서 지난 1월 23일 개봉과 동시에 흥행실패작 낙인이 찍힌 영화였지만, 워낙 출연진이 빵빵해서 개봉 전부터 제 기대작이었습니다.
조니 뎁, 기네스 팰트로, 이완 맥그리거라는 매력적인 주연 배우들 외에도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비전으로 출연하여 강렬한 인상을 남긴 폴 베타니, 미국 드라마 <뉴스룸>에서 인기를 얻은 후 [쥬랜더 2], [엑스맨 : 아포칼립스]등 화제작에 연달아 출연할 예정인 올리비아 문, [쥬라기 공원], [인디펜던스 데이]의 연기파 배우 제프 골드브럼까지... 게다가 영화의 장르는 제가 좋아하는 범죄스릴러이니 이 정도면 대중적인 제 영화적 취향을 충분히 만족시켜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모데카이]의 국내 흥행성적은 북미 흥행성적보다도 더 처참했습니다. 개봉 첫주 박스오피스 TOP10에 조차 오르지 못한 [모데카이]는 누적관객 7만8천명이라는 믿기지 않는 흥행성적을 올렸습니다. 이쯤되면 이 영화를 기대한 저는 독특한 영화적 취향을 가진 괴짜가 아닐까 스스로 의심을 해봐야할 지경입니다.
장르는 범죄 스릴러이지만, 코미디의 재미를 가진...
국내 개봉에서 흥행참패를 기록한 이후 [모데카이]는 다운로드 시장에 서둘러 출시되었습니다. 저 역시 [모데카이]가 기대작이었지만 상영하는 극장이 너무 없어서 극장관람을 놓쳤기에 다운로드 시장에 출시되자마자 주저하지 않고 [모데카이]를 다운로드 받았습니다. 그렇게해서 왜 이렇게 매력적으로 보이는 범죄스릴러 영화가 미국에서도, 우리나라에서도 다른 관객들에게 외면을 받았는지 제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가 있었습니다.
우선 [모데카이]는 범죄스릴러 영화이지만 [오션스 일레븐]과 같은 매끈한 범죄스릴러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이 영화의 내용은 고야의 사라진 명작 '웰링턴 부인'을 두고, 그림을 노리는 범죄 집단과 이들을 막으려는 영국 정보부 MI5 요원 마트랜드(이완 맥그리거), 그리고 한때 잘나가던 영국 귀족이었으나 현재는 재정난으로 파산 직전에 몰린 예술품 딜러 '모데카이'(조니 뎁)의 얽히고 설킨 이야기입니다.
영화의 설정은 전형적인 범죄스릴러입니다. 하지만 캐릭터가 의도적으로 느슨하게 처리되어 일반적인 범죄스릴러가 아닌 코미디 영화처럼 느껴집니다. 범죄스릴러의 영화적 재미는 주로 치밀함에서 나오는데 [모데카이]는 코미디의 재미를 강조하다보니 범죄스릴러 영화의 치밀함은 부족하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코믹함을 강조한 캐릭터들
[모데카이]의 캐릭터만 봐도 그렇습니다. 주인공인 '모데카이'는 [캐리비안의 해적]의 잭 스패로우를 연상하게 하는 능글맞음을 강조합니다. 하지만 '모데카이'의 코믹함은 잭 스패러우보다 강조되었고, 그로인하여 1999년 영화인 [형사 가제트]의 가제트(매튜 브로데릭)를 연상하게 만듭니다. 우스꽝스러운 콧수염에 대한 집착도 코미디 영화로는 알맞지만, 범죄스릴러의 주인공으로는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모데카이'의 친구이자 연적인 마트랜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우리가 생각하는 정보부 요원과는 전혀 다른 '모데카이'의 부인이자 첫사랑인 조한나(기네스 팰트로우)에게 쩔쩔매는 어리숙한 모습을 내비칩니다.
그 외에도 '모데카이'의 보디가드인 조크(폴 베타니)는 혐상궂은 얼굴을 하고 있지만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여자와 놀아나고, '모데카이'가 실수로 쏘는 총에 여러번 맞으면서도 묵묵히 '모데카이'에게 충성을 다합니다. 사건의 결정적인 열쇠를 미술품 수집가 크램프(제프 골드브럼)와 그의 딸인 섹스광 조지나(올리비아 문) 등등. [모데카이]에서는 코미디에 어울리는 캐릭터들만 넘쳐납니다.
범죄 스릴러에 대한 기대를 버리고 코미디로 영화를 보자!
캐릭터가 너무 가볍고 코믹하다보니 고야의 명작 '웰링턴 공작부인'의 행방과 그림에 감춰진 비밀을 풀어나가는 방식이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마트랜드의 제안으로 그림을 찾아나선 '모데카이'의 행적보다는 '모데카이'와 캐릭터들의 코믹함에 영화가 집중되어 있기에 오히려 스토리 라인이 어수선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모데카이]가 범죄스릴러 영화로써 매력이 거의 없다고해서 영화 자체가 아예 재미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애초부터 범죄스릴러가 아닌 가벼운 코미디 영화로 포커스를 맞춘다면 [모데카이]는 나름 즐길 수 있는 영화가 되는 것입니다.
조상 대대로 콧수염을 길렀다며 우스꽝스러운 콧수염에 집착하는 '모데카이'. 그러한 '모데카이'와 키스를 할 때마다 헛구역질을 하는 조한나와 헛구역질하는 조한나 때문에 '모데카이' 또한 헛구역질을 하는 장면은 로맨틱한 영화의 분위기를 순식간에 코믹하게 바뀌놓기도 합니다. '모데카이', 마트랜드와 조한나의 삼각관계도 흥미롭고, 맨날 '모데카이' 때문에 생고생만 하는 조크는 영화가 진행되면 될수록 점점 매력적으로 느껴집니다. 이렇게 범죄스릴러의 치밀한 재미를 포기하고 코믹한 캐릭터에 집중하는 순간 [모데카이]의 진정한 영화적 재미를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할리우드 스타들의 장난같은 영화
영화가 끝나고나면 솔직히 허무해집니다. 시대의 명작이라는 '웰링턴 공작부인'의 행방도 어처구니없고, 그림에 나치의 비밀계좌가 적혔있다는 설정도 어이없습니다. 캐릭터들의 행동 역시 공감이 안되긴 마찬가지인데... '모데카이'를 실컷 이용해놓고, 마지막에 가서는 "내가 너를 체포하면 안되는 이유를 설명해봐."라며 협박이나 해대는 마트랜드는 있으나마나한 캐릭터처럼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허무함과는 달리 영화를 보던 1시간 45분만큼은 유쾌했습니다. 잭 스패로우 선장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보는 듯한 '모데카이'의 능글맞음은 조니 뎁과 딱 어울렸고, 기네스 팰트로도 예전 제가 좋아했던 여신의 포스를 느끼게 해줬습니다.
코미디 영화라는 것이 그렇지 않나요? 우리나라 코미디 영화들은 후반부에 뜬금없이 감동을 억지로 집어 넣으려 하지만, 그러한 감동적인 코미디 영화보다는 처음부터 끝까지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그러한 코미디 영화가 저는 진짜 코미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모데카이]는 코미디 영화로써는 꽤 좋은 영화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를 보는 순간만큼은 유쾌했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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