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5년 아짧평

[추억의 마니] - 외로움이라는 큰 병을 이겨내다.

쭈니-1 2015. 5. 12. 11:34

 

 

감독 : 요네바야시 히로마사

더빙 : 타카츠키 사라, 아리무라 카스미

개봉 : 2015년 3월 19일

관람 : 2015년 5월 9일

등급 : 전체 관람가

 

 

해체를 선언한 스튜디오 지브리의 마지막 애니메이션

 

저는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 애니메이션을 좋아합니다. 정교한 기술력과 남녀노소 모두 즐길 수 있는 유쾌한 스토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애니메이션도 웬만하면 빼놓지 않고 보려고 노력합니다. 아직은 부족한 부분이 많이 있지만 그래도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이 발전하고 있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제겐 큰 즐거움입니다.

미국과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을 제외하고 제가 신뢰하는 또 다른 애니메이션 브랜드는 일본의 스튜디오 지브리입니다. 비록 극장에서 자주 보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스튜디오 지브리의 이름으로 제작된 애니메이션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애니메이션과는 또다른 감성적인 재미를 제게 안겨줍니다.

하지만 지난 2014년 스튜디오 지브리는 큰 변화를 맞이했습니다. 스튜디오 지브리를 대표하는 명감독 미야자키 하야오가 [바람이 분다]를 마지막으로 은퇴를 선언했고, 스튜디오 지브리도 더이상 지금과 같은 체제로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는 없다며 제작부문 해체를 선언했습니다. [추억의 마니]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마지막 애니메이션입니다.

 

 

 

극장에선 인연이 없던 스튜디오 지브리의 애니메이션. 이번에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은퇴와 스튜디오 지브리의 애니메이션 제작부문 해체 소식을 들은 저는 그들의 마지막 애니메이션만큼은 꼭 극장에서 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사실 제가 스튜디오 지브리의 애니메이션을 좋아하지만 막상 극장에서 본 영화라고는 [게드전기 : 어시스의 전설], [마루 밑 아리에티], [코쿠리코 언덕에서]뿐입니다.

하지만 유난히 극장에서의 인연이 없는 스튜디오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징크스가 [바람이 분다]와 [추억의 마니]에서도 드러났습니다. [바람이 분다]의 경우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의 전투기를 설계했던 실존 인물을 소재로 했다는 정치적 논란 때문에 망설이다가 극장에서 놓쳤고, [추억의 마니]의 경우는 국내의 부진한 흥행으로 극장에서 볼 기회조차 얻지 못했었습니다.

아직도 [바람이 분다]는 못보고 있지만, 지난 토요일 온 가족이 거실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추억의 마니]는 관람을 했습니다. 거실에서 웅이와 영화를 보면 안방에서 혼자만의 편안한 휴식을 취하던 구피도 [추억의 마니]만큼은 보고 싶다고 거실 쇼파에 앉았으니, 저희 가족의 스튜디오 지브리 애니메이션에 대한 믿음은 역시 대단합니다.

 

 

 

외로움이라는 병에 걸린 소녀

 

[추억의 마니]는 천식을 앓고 있는 12살 소녀 안나(타카츠키 사라)의 이야기입니다. 안나는 입양아로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하고, 자신을 입양한 어머니에게도 마음의 문을 굳게 닫은 상태입니다. 천식에는 공기좋은 시골 마을에서의 요양이 필요하다는 의사의 권고에 안나는 한적한 바닷가 마을로 요양을 오지만 그곳에서도 역시 그녀는 겉으로 맴들기만 할 뿐입니다.

처음엔 안나가 도대체 왜 그런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진행되며 안나가 자신의 이야기를 바닷가 마을에서 우연히 만난 금발 소녀 마니(아리무라 카스미)에게 하면서 그녀의 병이 바로 외로움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자신을 두고 일찍 세상을 떠난 부모님에 대한 원망, 양부모조차 입양의 댓가로 보조금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안나는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하지만 자신과 비슷한 처지인 마니를 만나 그녀와 우정을 쌓으며 안나는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게 됩니다.

 

 

 

마니의 정체

 

[추억의 마니]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애니메이션이 항상 그러했듯이 상당히 감성적인 애니메이션입니다. 게다가 [마루 밑 아리에티]의 요네바야시 히로마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기 때문인지 판타지적인 요소도 다분히 보입니다. 특히 마니의 정체와 관련해서 [추억의 마니]는 영화를 보는 저희 가족의 호기심을 충분히 자극했습니다.

저희 가족은 [추억의 마니]를 보면서 마니의 정체에 대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안나는 마니와 우정을 쌓지만, 그 어디에도 마니가 실존하고 있다는 증거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마니는 외로운 안나의 상상속 친구일 수도 있고, 유령일 수도 있으며, 웅이의 말처럼 안나의 어린 시절 인형일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마니의 미스터리한 정체로 중반까지 영화에 대한 몰입도를 유지한 [추억의 마니]는 후반부에서 마니의 슬픈 정체를 드러내며 감동을 안겨줬습니다. 게다가 마니의 정체가 뜬금없지 않고, 영화 중간 중간 실마리를 충분히 풀어 놓았기에 [추억의 마니]가 끝나고나서의 여운은 더욱 짙었습니다.

 

 

 

외로움이라는 큰 병을 이겨내다.

 

영화 초반 안나는 천식보다 무서운 외로움이라는 병을 앓고 있었습니다.  자신은 세상에서 쓸모없는 존재이며, 혼자라고 생각했던 그녀는 스스로 마음의 문을 굳게 닫으며 더욱더 외로움의 병에 빠져 들었었습니다. 하지만 마니를 만나고, 마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녀는 자신이 행복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마니는 얼마나 외로웠을까요? 하지만 그녀는 그러한 외로움을 이기기 위해 끝까지 노력했습니다. 그러한 사실을 알았기에 안나 역시 스스로를 가두었던 외로움을 이겨내고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던 것입니다. 안나에 대한 마니의 사랑이 감동적일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추억의 마니]를 보고나니 웅이에겐 절대로 외로움이라는 병을 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와 구피가 몸 건강히 웅이를 지켜주고, 지금처럼 친구같은 아빠, 엄마가 되어준다면 외로움이라는 병은 웅이 근처에도 오지 못하겠죠. 부모의 부재로 인하여 외로움이라는 큰 병을 앓을 수 밖에 없었던 안나와 마니. 그녀들이 활짝 웃는 마지막 모습은 그렇기에 제게 더 큰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