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존 파브로
주연 : 존 파브로, 엠제이 안소니, 소피아 베르가라, 존 레귀자모, 올리버 플랫
개봉 : 2015년 1월 7일
관람 : 2015년 5월 19일
등급 : 15세 관람가
요즘은 요리하는 남자가 대세란다.
요즘 대세는 요리하는 남자들이라고 합니다. 어느 케이블TV의 예능 <삼시세끼 - 어촌편>에서 차승원이 차줌마라 불리며 맛깔스러운 요리를 척척 해내더니, 개그맨 신동엽과 가수 성시경 또한 <신동엽, 성시경은 오늘 뭐 먹지?>라는 케이블 예능을 통해 조금은 서투르지만, 그래서 더욱 정감이 가는 요리 예능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화요일, 늦은 저녁식사후 소화도 시킬겸 구피와 천천히 동네를 산책했습니다. 산책을 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때 구피가 미용실 아주머니 이야기를 해주더라고요. 미용실 아주머니의 남편은 차승원의 광팬인데, <삼시세끼 - 어촌편>을 본후 어느날 갑자기 아내를 위해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면서 부러워했습니다.
저는 가끔 라면, 볶음밥을 구피와 웅이를 위해 만들기는 하지만 손이 많이 가는 요리보다는 차라리 밖에 나가 간단하게 외식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그래서 미용실 아주머니를 부러워하는 구피의 눈빛을 애써 무시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렇게 산책을 끝내고 집에 들어오니 문득 영화 [아메리칸 셰프]가 보고 싶어지더군요. 비록 저는 요리하는 대세남은 될 수 없지만, 그래도 요리하는 남자를 소재로한 영화만큼은 재미있게 볼 수 있답니다. ^^;
[아이언맨] 그 이후...
[아메리칸 셰프]는 일류 레스토랑의 셰프인 칼 캐스퍼(존 파브로)가 어느날 유명음식블로거와 썰전을 벌이다가 직장을 잃게 되고, 초심으로 돌아가 푸드트럭을 운영하며 재기에 성공한다는 평범한 내용의 코미디 영화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우리가 주목해야할 이름이 있습니다. 바로 감독과 주연을 동시에 맡은 존 파브로입니다.
존 파브로는 우리에게 [아이언맨]과 [아이언맨 2]의 감독으로 널리 알려졌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그는 [아이언맨]에서 꽤 비중있는 조연 해피 호건을 직접 연기하기도 했습니다. [아이언맨]과 [아이언맨 2]의 전세계적인 흥행 성공으로 흥행 감독의 자리에 우뚝 선 존 파브로. 하지만 2011년 SF 블록버스터 [카우보이 & 에이리언]의 재앙에 가까운 흥행 실패로 추락의 쓴맛을 맛보기도 했습니다.
[아메리칸 셰프]는 [카우보이 & 에이리언]의 흥행 실패이후 존 파브로가 배우가 아닌 감독으로 다시 돌아온 영화입니다. 그러나 이번 영화는 전작처럼 천문학적 제작비가 들어간 SF 블럭버스터가 아닌, 소소한 재미가 있는 규모가 작은 영화입니다. 그런데 묘하게도 일류 레스토랑의 셰프에서 푸드트럭을 운영하는 칼 캐스퍼와 [아이언맨]의 성공과 [카우보이 & 에이리언]의 실패를 연달아 겪은 후 작은 영화로 되돌아온 존 파브로의 상황이 닮아 있습니다.
칼 캐스퍼... 그는 진정 행복했나?
칼 캐스퍼는 일류 레스토랑의 셰프에서 푸드트럭 운영자로 신분 추락을 경험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칼 캐스퍼가 불행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칼 캐스퍼는 높은 연봉을 받지만 레스토랑의 오너인 리바(더스틴 호프만)로 인하여 메뉴 결정권조차 없는 신세였던 일류 레스토랑 셰프때보다, 자신을 믿고 따르는 마틴(존 레귀자모), 그리고 어린 아들 퍼시(엠제이 안소니)와 함께 푸드트럭을 운영하며 미국전역을 여행하는 모습이 더 행복해 보였습니다.
우리는 가끔 성공에 눈이 멀어 진정한 행복을 놓치곤 합니다. 사실 성공도 행복을 위한 하나의 단계일 뿐인데, 성공을 위해 달려가다보면 그러한 사실을 잊어버리는 것이죠. 칼 캐스퍼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음식을 만드는 것을 사랑합니다. 음식을 만들때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이죠. 하지만 레스토랑 셰프였던 시절에는 자신이 원하는 음식이 아닌, 오너가 원하는 음식을 만들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요리평론가 램지 미첼(올리버 플랫)에게 혹평을 들었으니 화가 날법도 합니다.
칼 캐스퍼를 잘 아는 전부인 이네즈(소피아 베르가라)는 충고합니다. 당신이 만들고 싶은 요리를 맘껏 할 수 있는 푸드트럭을 운영하라고... 푸드트럭, 일류 레스토랑의 셰프였던 칼 캐스퍼 입장에서는 자존심상하는 제안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칼 캐스퍼는 값은 싸지만 자신이 만들고 싶은 음식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제공하면서 셰프로써의 진정한 행복을 느끼게 됩니다.
맛깔스러운 먹방의 향연
제가 [아메리칸 셰프]를 보기 시작한 것은 화요일밤 10시 20분입니다. 저녁밥도 든든하게 먹었고, 늘어나는 제 뱃살 때문에 야식금지를 선언한지 며칠되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아메리칸 셰프]를 보다보면 나도 모르게 '샌드위치 먹고 싶어.'를 외치게 됩니다. 더 놀라운 것은 제가 샌드위치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칼 캐스퍼가 푸드트럭에서 만드는 샌드위치는 영화를 보는 내내 제 침샘을 무한 자극했습니다.
샌드위치를 파는 푸드트럭. 얼핏 값싼 인스턴트 음식을 파는 싸구려 음식 장사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아메리칸 셰프]를 보는 동안은 그러한 인식이 싹 날아가 버렸습니다. 샌드위치에 들어가는 고기와 야채, 그리고 빵까지... 영화 속의 샌드위치는 더이상 싸구려 인스턴트 음식이 아닌 일류 레스토랑의 음식보다 더 정성스러운 멋진 먹거리가 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영화를 보던 구피도 "왜 내게 이 영화를 보여주는거야?"라며 절규를 할 정도로 [아메리칸 셰프]는 음식을 소재로한 영화로써도 높은 완성도를 자랑합니다. 게다가 라틴풍의 흥겨운 음악과 푸드트럭을 통해 어린 아들 퍼시(엠제이 안소니)와의 관계를 회복하는 아버지로써 칼 캐스퍼의 모습까지... [아메리칸 셰프]는 알찬 영화적 재미를 두루 갖추고 있는 영화입니다.
'아이언맨' 팀 출동?
존 파브로가 [아이언맨]의 감독이었기 때문일까요? [아메리칸 셰프]에는 [아이언맨]으로 익숙한 배우들이 작은 배역에 기꺼기 출연하고 있습니다. [아이언맨 2]에서 첫 선을 보인 후 분격적인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합류한 스칼렛 요한슨은 레스토랑의 직원이며, 칼 캐스퍼와 묘한 관계에 빠져 있고, 칼 캐스퍼가 레스토랑에 짤려 방황할때 용기를 복돋아 주는 몰리를 연기했습니다. 사실 영화 후반부에 칼 캐스퍼와 몰리의 로맨스가 진행될줄 알았는데, 그러지 않아 스칼렛 요한슨의 섹시한 모습은 영화 초반부에 잠시 나올 뿐이지만, 그래도 상당히 반갑더군요.
우리에겐 본명보다는 '아이언맨' 혹은 토니 스타크라는 이름으로 더 익숙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도 영화 중반부에 잠시 깜짝 출연합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연기한 마빈은 칼 캐스퍼의 전부인인 이네즈의 돈많은 전남편으로 칼 캐스퍼가 푸드트럭을 운영하는데 금전적인 도움을 주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아이언맨]에서의 괴짜 갑부의 모습을 [아메리칸 셰프]에서도 고스란히 보여준 것입니다.
이렇듯 [아메리칸 셰프]는 여러 다양한 볼거리를 갖춘 영화입니다. 존 파브로는 이 영화에서 SF블록버스터의 부담감을 떨치고 아주 맘껏, 그리고 신나게 영화를 연출하고, 연기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인지 그러한 활기찬 기운이 영화를 보는 제게도 고스란히 전해진 기분좋은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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