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5년 아짧평

[모스트 바이어런트] - 조용한 긴장감이란 바로 이런 것.

쭈니-1 2015. 6. 10. 16:43

 

 

감독 : J.C. 챈더

주연 : 오스카 아이작, 제시카 차스테인

개봉 : 2015년 4월 2일

관람 : 2015년 6월 8일

등급 : 15세 관람가

 

 

다시 스마트폰 영화보기 시작이다.

 

저는 영화를 제대로 즐기려면 극장에서 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극장에서 볼 경우 영상, 음향 시스템이 좋아 영화에 대한 집중이 잘 됩니다. 물론 모든 영화를 극장에서 볼 수는 없기에 영화 다운로드 어플인 hoppin으로 가끔은 영화를 다운로드받아 보지만, 아무래도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것과 비교해서 영화에 대한 집중이 되지 않으니 영화의 재미를 온전히 느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지난 달에 hoppin의 '영화 빅5' 자동결재를 해지했습니다. '영화 빅5'는 8천원의 이용료를 내고 한달동안 hoppin에 등록된 5편의 영화(프리미엄 2편, 일반 3편)를 볼 수 있는 이용권입니다. '영화 빅5'를 해지한 이유는 웬만한 영화는 다운로드가 아닌 극장에서 보겠다는 제 의지였습니다.

하지만 한달도 되지 않아 그 결심은 무너졌습니다. 제가 심사숙고 끝에 새롭게 가입한 hoppin 서비는 '영화 매니아'입니다. '영화 매니아'는 월 8천8백원을 결재하고 hoppin에서 선정한 영화 매니아 상영관에 등록된 영화들을 무제한으로 볼 수 있는 이용권입니다. 제가 이렇게 다시 hoppin를 적극 이용하기로 결심한 것은 더운 날씨 탓에 게을러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메르스 여파로 사람이 많은 곳을 가는 것이 꺼려졌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영화 매니아'의 첫 영화는 [모스트 바이어런트]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결국 지난 월요일 hoppin '영화 매니아'를 결재했습니다. 그런 후 [한번 더 해피엔딩]과 [모스트 바이어런트], [엘리노어 릭비 : 그 남자 그 여자]를 연달아 다운로드 받았습니다. 그리고 지난 월요일 피곤하다며 초저녁부터 잠이 들어버린 구피를 뒤로 하고, 다운로드 받은 영화중 [모스트 바이어런트]를 hoppin '영화 매니아'의 첫번째 영화로 선택했습니다.

사실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 [한번 더 해피엔딩]이 새로 다운로드 받은 영화 중 가장 기대가 되는 영화였지만, 이상하게도 어두운 분위기의 범죄 느와르 [모스트 바이어런트]가 그날따라 보고 싶었습니다. 아마도 영화의 예고편에서부터 풍겨져 나오는 제가 좋아하는 느와르 걸작 [대부]의 향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모스트 바이어런트]는 범죄율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1981년 뉴욕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젊은 사업가 아벨 모랄레스(오스카 아이삭)는 오일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자신의 전재산을 털어 대규모의 오일을 저장할 수 있는 부지를 매입합니다. "뛰어내리기가 무서울 때, 바로 그때가 뛰어내릴 때죠."라며 자신있게 야망을 드러내는 아벨. 하지만 그 후 상황은 점점 악화일로로 치닫습니다.

 

 

 

불법을 용납하지 않았던 아벨의 결심

 

[모스트 바이어런트]는 시작부터 거의 영화의 후반부까지 아벨을 코너로 몰아넣습니다. 아벨의 오일 운반 트럭은 누군가의 사주로 연달아 강도를 당합니다. 이에 운송조합에서는 운전기사들을 무장시키라고 아벨을 압박하지만 아벨은 끝까지 트럭 운전기사의 무장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2년동안 아벨을 뒷조사하던 검사는 16개의 범법행위를 근거로 아벨을 기소하고, 급기야 강도에게 폭행을 당했던 아벨 회사의 트럭 운전 기사가 강도들을 향해 불법소지한 총을 쏘아대는 바람에 아벨은 더욱 궁지에 몰립니다. 그로인해 은행에서 부지 잔금 대출을 취소해 버립니다. 단 3일 안에 잔금 150만 달러를 마련하지 않으면 아벨은 파산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러한 와중에도 아벨은 내 회사에서 불법 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며 끝까지 버팁니다.

그러나 영화의 후반부에 가면 그러한 아벨의 굳은 결심도 결국 무너집니다. 트럭 운전기사들의 무장을 끝까지 허락하지 않았던 그가 궁지에 몰리자 오일 트럭 강도에게 총을 겨누며 배후를 캐내는 장면은 아벨도 범죄의 세계에 발을 담기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암시합니다.

 

 

 

하지만 그는 이미 범죄의 세계에 살고 있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불법이 판을 치는 시절에 홀로 합법적으로 사업을 하겠다며 발버둥치던 아벨이지만, 그는 이미 불법의 세계에 깊숙이 발을 담그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아벨의 아내이자 든든한 사업 파트너인 안나(제시카 차스테인)은 마피아 보스의 딸입니다. 그녀의 아버지는 감옥에 있고, 지금은 그 자리를 안나의 오빠가 대신하고 있습니다. 결국 아벨의 오일 사업의 기반은 그의 장인이 불법적으로 이뤄놓은 것입니다. 아벨이 아무리 불법을 자행하는 처가집과 선을 긋는다고해도 그는 이미 불법의 세계에서 살고 있는 셈입니다. 

게다가 안나는 아벨 몰래 돈을 빼돌리고 있었습니다. 검사가 아벨의 회사를 조사해도 "내 회사는 깨끗하다."라고 자신있게 항변하던 아벨이지만, 그가 가장 믿고 의지했던 안나에 의해 이중장부로 인한 불법이 오래전부터 자행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아벨이 부지 잔금을 치루고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었던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안나가 몰래 빼돌린 비자금 덕분입니다.

영화를 보며 조금은 답답할 정도로 합법에 집착하던 아벨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그도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이미 불법의 세계에 들어와 있었고, 그러한 불법을 이용해서 최악의 위기를 탈출합니다. 그래서 아벨의 성공이 저는 참 씁쓸했습니다.

 

 

 

조용하지만 긴장감 넘친다.

 

[모스트 바이어런트]는 범죄 느와르라는 영화의 장르와는 달리 굉장히 조용한 영화입니다. 그 흔한 총격전도 트럭 운전 기사가 겁에 질러 몇발 쏜 것을 제외하고는 더이상 나오지 않습니다. 불법과 폭력이 난무하는 시대를 배경으로 했지만, 아벨은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야 가지 마라.'는 식으로 혼자 다른 세상에 사는 듯 행동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고고한척 하던 아벨이 결국 불법을 이용해서 성공신화를 쓰는 모습이 씁쓸하면서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고지식할 정도로 합법적인 인생을 추구하던 아벨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이미 범죄의 세계에 몸을 담그고 있었듯이, [모스트 바이어런트]도 조용하게 영화를 진행하고 있었지만 그러한 조용함 속에는 이미 긴장감은 숨겨져 있었던 셈입니다.

이는 마치 J.C. 챈더 감독의 전작인 [마진 콜 : 24시간, 조작된 진실]과 비슷했습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의 시작인 리먼 사태를 모티브로한 [마진 콜 : 24시간, 조작된 진실]은 전세계 금융을 쥐락펴락 하는 이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어떻게 전세계를 위기를 빠뜨리는지, 단 하룻동안의 이야기를 통해 긴장감 넘치게 보여줍니다. 이런 조용한 김장감이 J.C. 챈더 감독의 주특기인듯. [모스트 바이어런트]를 보고나니 만약 이 영화를 좀 더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는 극장에서 봤다면 더욱 영화의 조용한 긴장감에 압도되었을텐데... 라는 아쉬움생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