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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에서 연어낚시] - 소설과 비교해서 결말이 아쉽지만, 훈훈한 영화

쭈니-1 2015. 5. 7. 13:30

 

 

감독 : 라세 할스트롬

주연 : 이완 맥그리거, 에밀리 블런트,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 아미르 웨이키드

개봉 : 2014년 10월 16일

관람 : 2015년 5월 3일

등급 : 12세 관람가

 

 

내가 읽은 마지막 소설

 

제가 <사막에서 연어낚시>라는 조금은 우스꽝스러운 제목의 소설을 선물로 받은 것은 2012년 늦여름이었습니다. 영화보기와 블로그에 글쓰는 것으로 여유시간 대부분을 투자해버리는 제게 소설책읽기는 참 난감한 문제입니다. 게다가 저는 책을 읽는 속도마저 굉장히 느려서 책을 한권 읽으려면 그만큼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사막에서 연어낚시>는 꽤 금방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점심시간에 잠시, 화장실에서 잠시, 그렇게 짬나는 시간에 틈틈히 읽었더니 어느새 마지막 페이지를 넘겼던 것입니다. 그만큼 <사막에서 연어낚시>는 제게 꽤 재미있었던 소설입니다.

지난 2014년 10월 [사막에서 연어낚시]가 개봉했습니다. 라세 할스트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이완 맥그리거와 에밀리 블런트가 주연을 맡았습니다. 믿음이 가는 감독에 매력적인 배우들이 주연을 맡았고, 원작도 재미있게 본 만큼 기대가 되는 영화였지만, 국내 개봉성적은 신통치 않았습니다. 결국 제가 극장으로 달려가기 전에 극장상영이 막을 내려서  이렇게 7개월만에 다운로드로 보게 되네요.

 

 

 

그들은 내가 생각했던 알프레드와 해리엇이었다.

 

원작 소설을 먼저 읽은 이후 영화를 볼때 가장 흥미로운 것은 소설을 읽었던 당시 머릿속으로 상상했던 캐릭터와 장면들이 영화에서 어떻게 그려질지 비교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비록 저는 <사막에서 연어낚시>를 3년 전에 읽었지만, 소설을 읽으면서 상상했던 알프레드 존스 박사와 해리엇 쳇우드 탈보트가 완벽하게 영화 속에서 되살아나 반가웠습니다.

알프레드 존스(이완 맥그리거) 박사는  영국 해양수산부의 어류학자입니다. 그는 공무원이라는 직업에 학자라는 위치까지 더해져서 굉장히 따분하고 틀에 박힌 생활을 하는 그런 인물입니다. 사실 소설을 읽은 이후 영화에서는 이완 맥그리거가 알프레드 존스 박사를 연기했다는 소식에 '잘 어울릴까?'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영화를 보니 이완 맥그리거는 어찌보면 답답하기까지한 알프레드 존스 박사를 완벽하게 연기해내더군요.

에밀리 블런트가 연기한 해리엇도 마찬가지입니다. 해리엇은 알프레드가 '사막연어 프로젝트'에 푹 빠지게할 만큼 활발하고 매력적인 여성입니다. 그러한 해리엇의 매력을 에밀리 블런트는 완벽에 가깝게 영화 속에 재현해놓았습니다. 이 두주인공의 매력만으로도 [사막에서 연어낚시]는 꽤 볼만한 로맨스 영화가 됩니다.

 

 

 

놀랍게도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는 맥스웰이다.

 

[사막에서 연어낚시]의 캐릭터 매력을 원작과 비교하자면... 알프레드 존스 박사와 해리엇의 매력은 거의 완벽하게 소설의 매력을 영화로 가져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소설 속의 모하메드 족장의 카리스마는 영화에서 예맨의 왕자 세익 무라메드(아미르 웨이키드)로 변경되면서 비중이 많이 약해졌습니다.

그러나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소설에서도 정치권에 대한 풍자를 담당했던 피터 맥스웰이라는 캐릭터가 영화에서는 패트리샤 맥스웰(크리스틴 스콧 토마스)로 변경되면서 굉장히 매력적으로 강화되었습니다.

여기에서 매력적이라는 것은 패트리샤 맥스웰의 캐릭터 매력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닙니다. 사실 패트리샤 맥스웰은 뻔뻔스러운 정치인의 모습 그대로였으니까요. 하지만 그러한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가 패트리샤 맥스웰을 연기함으로써 정치권에 대한 풍자가 더욱 단단해졌고, 영화도 활기차졌습니다. 소설과 비교해서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가 맥스웰이 될줄이야... 제게도 의외의 결과입니다.

 

 

 

바뀐 결말이 아쉽다. (이후 결말 공개)

 

전체적으로 [사막에서 연어낚시]는 소설을 충실하게 영화로 옮긴 영화입니다. 비록 무하메드 왕자의 카리스마가 소설에 비해서 아쉬웠지만 패트리샤 맥스웰이 아쉬운 부분을 채워줬고,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이라 할 수 있는 알프레드 존스 박사와 해리엇도 이완 맥그리거와 에밀리 블런트가 완벽하게 재현해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사막에서 연어낚시]가 소설과 비교해서 아쉬웠습니다. 그 이유는 영화의 마지막 결말 때문입니다. 사실 소설의 결말은 비극에 가깝습니다. '사막연어 프로젝트'는 실패했고, 그로인한 사고로 영국 수상과 모하메드 족장 등 세명의 실종됩니다. 알프레드는 해리엇과의 사랑을 이루지도 못했고, 직장에서도 쫓겨나 비루한 신세가 됩니다. 

하지만 알프레드는 행복했습니다. 마치 양식장의 연어와도 같은 삶을 살던 그는 '사막연어 프로젝트'를 통해 자연 연어의 자유로움이 주는 행복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소설의 결말이 비극이면서도 알프레드 입장에서는 해피엔딩인 이유입니다. 그러나 영화는 소설보다는 조금 더 완벽한 해피엔딩을 추구합니다.

 

 

 

소설과 비교해서 결말이 아쉽지만, 훈훈한 영화

 

영화에서도 소설과 마찬가지로 '사막연어 프로젝트'는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에 의해 실패합니다. 하지만 소설과는 달리 그로 인한 실종자는 없습니다. 그리고 알프레드는 '사막연어 프로젝트'를 무하메드 왕자와 함께 계속 진행할 뜻을 밝힙니다. 해리엇도 이러한 계획에 동참하면서 알프레드와 해리엇의 사랑을 살짝 암시하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물론 이 영화의 분위기상 이러한 완벽한 해피엔딩이 소설의 엔딩과 비교해서 더 잘 어울리는 것은 부정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소설을 읽은 후, 알프레드의 모습에서 진한 여운이 남았다면 영화를 보고난 후에는 그저 훈훈함만 남아 버렸습니다.

이렇게 [사막에서 연어낚시]는 소설과 비교해서는 마지막 결말이 아쉬운 영화였지만, 완벽한 해피엔딩 덕분에 영화를 보고나서도 훈훈하게 웃을 수 있는 영화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