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5년 아짧평

[아스테릭스 : 신들의 전당] - 문화침략에 대한 프랑스 애니메이션의 진지한 농담

쭈니-1 2015. 6. 23. 15:20

 

 

감독 : 루이 클리시, 알렉상드르 아스티에

더빙 : 알랭 샤바, 로랑 라피트, 제라르딘 나카체

개봉 : 2015년 4월 30일

관람 : 2015년 6월 21일

등급 : 전체 관람가

 

 

프랑스 코미디 영화는 내게 문화충격이다.

 

각 나라마다 고유의 문화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러한 문화의 차이는 영화에서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할리우드 영화가 전세계적으로 사랑을 받는 이유는 장르영화의 공식을 통해 가장 보편적인 감성을 이끌어낼줄 알기 때문입니다. 그와는 반대로 우리는 자국에서 크게 흥행한 다른 나라의 영화를 볼때 큰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화의 차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겐 프랑스의 코미디 영화가 특히 심합니다. 사실 코미디라는 장르 자체가 워낙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영화들입니다. 하지만 프랑스에서는 흥행에 성공했다는 코미디 영화를 볼땐 웃음은 커녕, 유치함만 느끼고는 '이거 최악이야.'라며 불평불만을 터트리기 일쑤입니다. 웃음에 대한 문화가 프랑스와 너무 큰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1999년에 개봉한 [아스테릭스]가 그러했습니다. [아스테릭스]는 프랑스의 베스트셀러 만화를 실사로 옮긴 영화로 당시 프랑스에서 흥행에 큰 성공을 거둔 영화입니다. 하지만 저는 마법의 물약만 마시면 헐크급의 힘을 발휘하는 '아스테릭스'(크리스티앙 클라비에)와 오벨릭스(제라르 드 빠르디유)의 활약담에 큰 재미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이후 [아스테릭스] 시리즈는 [아스테릭스 2 : 미션 클레오파트라], [아스테릭스 : 미션 올림픽 게임] 등이 국내에 개봉했지만 더이상 제 관심을 이끌어내지는 못했습니다.

 

 

 

애니메이션은 조금 다르지 않을까?

 

제가 다시 [아스테릭스]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난 5월 어린이날 영화를 고를 때부터였습니다. 어린이날을 맞이하여 무려 네편의 애니메이션이 개봉했지만, 제가 고른 영화는 바로 프랑스 애니메이션인 [아스테릭스 : 신들의 전당]이었습니다. 물론 제 계획과는 달리 [아스테릭스 : 신들의 전당]을 극장에서 보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제가 다시금 [아스테릭스]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이 영화가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제 영화적 취향 때문에 너무 할리우드 영화 관람에만 치우친 웅이에게 프랑스 애니메이션을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습니다. 아쉽게도 [아스테릭스 : 신들의 전당]의 극장 관람이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메르스 사태가 진정되지 않아 주말인데도 불구하고 집안에 갇혀 있어야 하는 웅이를 위해 일요일 오전, 저희집 거실에서 [아스테릭스 : 신들의 전당]의 상영회가 있었답니다.

[아스테릭스 : 신들의 전당]은 역시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애니메이션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어린이 애니메이션인 만큼 주인공 종족인 골족이 로마 군사들을 속시원하게 때려 눕히는 단순한 활약담으로 진행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러한 제 예상과는 달리 [아스테릭스 : 신들의 전당]은 문화침략에 대한 진지한 농담을 관객에게 해댑니다.

 

 

 

위대한 문화를 이루어낸 로마의 문화침략

 

[아스테릭스 : 신들의 전당]은 기원전 50년쯤, 로마의 시저 황제가 온 유럽을 호령하던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당시 로마는 현대적인 문화를 자랑하던 서양의 대표적인 문명이었습니다. 지금도 로마의 문화 유적지는 사람들의 놀라움을 자아낼 정도이니, 그러한 문화를 이루어낸 로마 입장에서 골족은 미개인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세계를 정복한 시저였지만 갈리아 지방의 조그마한 골족 마을 만큼은 정복하지 못했습니다. 그 이유는 골족에게는 마법의 물약이 있었고, 그 물약만 마시면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서 로마군대를 초토화시킬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에 시저는 한가지 묘안을 생각해냅니다. 그것이 바로 골족 마을 근처에 '신들의 전당'이라는 초호화 아파트를 건설하는 것입니다.

처음엔 그것이 왜 골족을 위협하는 계획인지 아무도 몰랐습니다. 하지만 '신들의 전당'에 로마 사람들이 이주하고, 로마 사람들이 골족의 시장에서 생선과 기념품등을 비싼 가격에 쇼핑을 하면서 순박하던 골족 마을 사람들도 점차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생선 가격은 천정부지로 뛰어 오르고, 골족의 무기들은 값싼 기념품으로 대량생산됩니다. 게다가 골족 마을 사람들이 '신들의 전당'에 공짜로 입주하면서 그들은 로마 문화의 현대적 편리함에 빠져 들게 됩니다. 시저의 계획은 이렇게 골족을 로마인화함으로써 자연스럽게 골족의 문화를 사라지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노예에서 해방되었지만 다시 노예화가 된 이들

 

골족이 로마인화되는 가운데 한가지 더 흥미로운 것은 로마 노예들의 선택입니다. 그들은 골족에게 마법의 물약을 얻어 노예에서 벗어날 기회를 맞이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선택은 자유가 아닌 정당한 댓가를 받고 노동을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그들은 정당한 노동의 댓가를 받아 '신들의 전당'에 입주할 수 있었지만, 월세를 내기 위해서 다시금 공사 현장에서 일을 해야하는 신세가 됩니다. 결국 그들의 처지는 하나도 달라지지 않은 것입니다.

그 외에 로마 군사들이 골족과의 전투에서 파업을 하는 장면 등 [아스테릭스 : 신들의 전당]은 현대 사회의 이면을 풍자하는 장면이 여럿 나옵니다. 특히 시저의 필요에 의해 반강제로 '신들의 전당'에 입주한 로마의 평범한 서민 가족이 이용가치가 떨어지자 '신들의 전당'에서 쫓겨나는 장면은 어린이 애니메이션이라 조금 과장된 면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같은 서민으로써 짠한 장면이었습니다.

물론 영화의 마지막은 골족의 마을이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정신차린 골족 사람들이 마법의 물약의 힘을 빌어 '아스테릭스', 오벨릭스와 함께 로마 군대를 무찌르는 장면으로 마무리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아스테릭스 : 신들의 전당]가 어린이를 위한 애니메이션이 아닌 성인을 위한 문화침략에 대한 진지한 농담처럼 받아들여졌습니다.

 

 

 

서양의 제국주의는 그렇게 시작되지 않았던가?

 

[아스테릭스 : 신들의 전당]에 나오는 골족은 프랑스인들의 조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의 배경과는 달리 갈리아 지방은 로마의 시저에 의해 정복되었습니다. 문화적 자부심이 대단한 프랑스로써는 그러한 역사가 치욕적이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로마 군대를 장난감 가지고 놀듯이 쓰러뜨리는 골족의 영웅 '아스테릭스'와 오벨릭스였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프랑스도 제국주의 시절에는 서양의 문명을 전파한다는 변명으로 아프리카, 아시아, 아메리카 등을 정복하는 제국주의 정책을 폈었습니다. 그 시절 프랑스는 식민지의 국민들 입장에서 본다면 [아스테릭스 : 신들의 전당]의 로마의 시저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어쩌면 [아스테릭스 : 신들의 전당]은 그렇게 심각해게 볼 필요가 없는 어린이 애니메이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영화 속에 등장하는 현대 사회의 풍자와 서양 제국주의에 대한 반성들이 제겐 굉장히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물론 그러한 이 영화만의 재미들을 웅이가 제대로 느꼈을리는 없겠지만... 그래서 [아스테릭스 : 신들의 전당]은 어쩌면 어른을 위한 애니메이션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