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랜달 크레이저
주연 : 릭 모라니스, 마샤 스트라스먼, 로버트 올리버리
[애들이 줄었어요]의 두번째 이야기
사실 제 기억 속에서 추억의 영화는 [애들이 줄었어요]까지입니다. [애들이 줄었어요]는 재미있게 본 기억이 어렴풋이 나지만, [애들이 줄었어요]의 속편인 [아이가 커졌어요]는 영화를 보며 실망했던 기억만 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기왕 [애들이 줄었어요]를 본 이상 [아이가 커졌어요]를 안보고 넘어갈 수는 없는 노릇이죠.
[아이가 커졌어요]는 [애들이 줄었어요]의 설정을 완벽하게 뒤집은 영화입니다. [애들이 줄었어요]가 전자자기 축소기를 발명한 괴짜 발명가 살린스키(릭 모라니스)의 집에서 살린스키의 아이들인 에이미(에이미 오닐), 닉(로버트 올리버리)와 옆집 아이들인 론과 리스가 사고로 8mm로 축소되면서 벌어지는 소동극입니다.
그와는 반대로 [아이가 커졌어요]는 제목 그대로 물체 확대기를 발명한 살린스키의 연구소에서 사고로 살린스키의 두살짜리 막둥이 아담이 몸이 거인처럼 커지면서 벌어지는 소동극입니다. 이렇게 소재는 정반대 개념으로 바꾸면서 [아이가 커졌어요]는 전편의 기발한 설정을 이어받음과 동시에 전편을 넘어서는 스케일을 보여줍니다.
전편과의 묘한 기시감
[애들이 줄었어요]는 8mm로 축소된 아이들의 모험이라는 판타지적 소재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드라마적 요소가 굉장히 강했던 영화입니다. 특히 옆집 소녀인 에이미를 몰래 짝사랑하던 소심한 론이 에이미와의 모험을 통해 사랑을 이뤄나가는 과정은 [애들의 줄었어요]의 재미를 더욱 풍성하게 했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커졌어요]에서는 더이상 에이미와 론의 로맨스가 진행되지 못합니다. 살린스키의 집은 이사를 했고 에이미가 대학입학을 위해 집을 떠난다는 설정이 영화의 초반부터 제시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틴에이저 로맨스의 달달함을 포기할 수는 없겠죠. 그래서 이번에 내세웠던 것은 전편의 꼬맹이에 불과했던 닉의 짝사랑입니다.
닉은 베이비시터인 맨디를 짝사랑하는데 하필 맨디가 아담을 돌보기 위해 살린스키의 집에 오게된 것입니다. 거인이 된 아담의 주머니에 들어간 닉과 맨디의 알콩달콩한 로맨스는 영화의 마지막 부분까지 장식하는데, 마치 [애들이 줄었어요]를 연상하게 하는 [아이가 커졌어요]의 마지막 장면은 그래서 유쾌했습니다.
스케일이 커져버린 것이 문제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저는 이 영화를 그다지 재미있게 보지 못했습니다. 물론 웅이와 함께 다시 봤을 때에는 기대감을 많이 접어뒀기에 실망감이 크지 않았지만, 이렇게 다시 [아이가 커졌어요]를 보고나니 몇십년전 제가 왜 이 영화에 실망했는지 이해가 되었습니다.
[아이가 커졌어요]는 거인이 되어 버린 어린 아이라는 소재 때문에 스케일이 커졌습니다. [애들이 줄었어요]가 살린스키의 앞 마당이 영화 무대의 전부였지만, [아이가 커졌어요]는 집 밖으로 나간 아담이 라스베가스로 향하면서 영화는 더욱 화려해진 것입니다. 문제는 거인이 된 아담이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라스베가스로 향하다보니 영화의 내용이 갑자기 괴수물처럼 되어 버렸다는 점입니다.
아담을 사로 잡아 생체 실험을 하려는 못된 과학자가 등장하고, 군대가 출동합니다. 라스베가스의 일본인 관광객은 아담을 보며 "고질라다."라고 소리를 치기도 합니다. [애들이 줄었어요]의 아기자기한 영화적 재미는 거인이된 아담이 라스베가스로 향하면서 사라지고, 조금 이상한 괴수 영화가 되어 버린 느낌입니다. 그로인하여 [아이가 커졌어요]에는 소년 소녀의 특별한 모험담이 퇴색되어 버린 아쉬움이 있습니다.
영화의 완성도, 영화의 재미는 더이상 내게 중요하지 않다.
저만 [아이가 커졌어요]에 실망한 것은 아닌가 봅니다. 돈이 되는 영화는 어떻게든 시리즈화, 혹은 리부팅, 리메이크를 하는 할리우드에서도 [아이가 커졌어요] 이후엔 다음 이야기를 내놓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감독의 역량도 [애들이 줄었어요]와 [아이가 커졌어요]의 완성도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입니다.
[애들이 줄었어요]의 감독은 조 존스톤 감독은 [애들이 줄었어요]의 성공 이후 [쥬만지], [쥬라기 공원 3], [울프맨], [퍼스트 어벤져] 등을 연출하며 현재에도 필모그래피를 화려하게 수 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커졌어요]의 랜달 크레이저 감독은 [아이가 커졌어요]의 실패 이후 [이별파티], [샤도우 다우트] 등 B급 영화 연출에 전전하다가 2005년 [러브렉트]를 연출한 이후 더이상의 영화를 만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암튼 이렇게 또한편의 추억의 영화가 저와 웅이를 만났습니다. 비록 [애들이 줄었어요]의 재미에 비해 [아이가 커졌어요]의 재미는 덜했지만, 그래도 웅이와 함께 추억의 한페이지를 함께 공유할 수 있어서 제겐 의미있는 영화였습니다. 이렇게 웅이와 함께 하는 추억의 영화 보기에는 영화의 완성도, 영화의 재미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게 되어 버렸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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