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외이야기들/웅이와 함께하는 추억의 영화

[꼬마유령 캐스퍼] - 당신이 찾는 보물은 무엇인가?

쭈니-1 2015. 5. 29. 14:59

 

 

감독 : 브래드 실버링

주연 : 크리스티나 리치, 빌 폴만

 

 

오랜만에 꺼내본 추억의 영화들

 

한동안 웅이와 70년대부터 90년대까지 추억의 영화들을 함께 보는 재미에 푹 빠졌었습니다. 하지만 추억의 영화라는 것이 제 기억 속의 영화에 의존해야하다보니 얼마지나지 않아 웅이와 함께 봐야할 추억의 영화 리스트가 바닥을 드러내더군요. 그래서 4월 초에 [네버엔딩 스토리]를 본 후 한달이 넘게 웅이와 함께한 추억의 영화 탐방은 멈출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제 기억 속에 갑자기 튀어나온 영화가 있었으니 바로 [꼬마유령 캐스퍼]입니다. 제목 그대로 꼬마 유령에 대한 영화인데 전체관람가 등급의 영화답게 웅이도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가족 코미디 영화입니다. 이렇게 웅이와 보고 싶은 영화가 한편 튀어나오니 줄줄이 다른 영화들도 튀어나오네요.

암튼 꽉 막힌 추억의 영화 리스트를 한번에 확 뚫어준 고마운 영화 [꼬마유령 캐스퍼]는 지난 주말에 온가족이 모여앉아 관람을 했습니다. 이젠 어엿한 성인 연기자가 된 크리스티나 리치의 귀여웠던 아역배우시절의 모습도 볼 수 있고, 오랜만에 빌 폴만의 모습도 볼 수 있었던 개인적으로 상당히 반가운 영화였습니다.

 

 

 

보물을 찾아라.

 

[꼬마유령 캐스퍼]의 무대는 윕스태프라는 오래된 저택입니다. 이 저택은 언제부터인가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으로 인하여 동네 아이들이 담력 테스트용으로 간간히 찾을 뿐, 아무도 찾는이가 없는 폐가가 되었습니다. 그러한 윕스태프를 아버지의 유산으로 물려 받은 욕심많은 상속녀 캐리건. 그녀는 저택에 해적의 보물이 숨겨져 있다는 문서를 발견하고 보물찾기에 나섭니다.

하지만 캐리건의 보물찾기를 방해하는 이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오랜 세월부터 저택에 살아온 유령들입니다. 착한 '꼬마유령 캐스퍼'와 심술궂은 세 유령으로 인하여 저택에 발조차 들여 놓을 수가 없었던 캐리건은 유령의 고민들을 들어주고 그들이 편안하게 저 세상으로 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괴짜 유령정신과 의사 하비 박사(빌 폴만)를 고용합니다.

[꼬마유령 캐스퍼]는 캐리건에게 고용되어 윕스태프에 잠시 머물게된 하비 박사와 그의 어린 딸 캣(크리스티나 리치) 그리고 윕스태프 저택 유령들의 우정을 담은 영화입니다. 기본적으로 가벼운 코미디 영화이지만 영화 속에 담겨진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당신이 찾는 보물은 무엇인가?

 

[꼬마유령 캐스퍼]의 주제는 '보물'이라는 단어로 압축됩니다. 보물의 사전적 의미는 '썩 드물고 귀한 가치가 있는 보배로운 물건'입니다. 하지만 흔히 우리는 보물을 좀 더 넓은 의미로 사용합니다. 드물고 귀하지 않더라도 내 자신에게 소중한 것을 보물이라고 말합니다. 굳이 물건에만 국한된 것도 아닙니다. 그러한 넓은 의미의 보물은 [꼬마유령 캐스퍼]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캐리건에게 있어서 보물은 곧 돈입니다. 그녀는 자신의 허영심을 채워줄 수 있는 값비싼 보물이 저택에 숨겨져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녀의 보물은 보물의 사전적 의미에 가장 부합되는 것입니다. 그와는 달리 '캐스퍼'의 보물은 자신이 좋아하는 야구선수의 사인이 새겨진 야구공입니다. 다른 이가 보기엔 별것 아닌 물건처럼 보이지만 '캐스퍼'에겐 그 누구에게도 빼앗길 수 없는 소중한 보물인 셈입니다.

'캐스퍼'의 아버지에게 최고의 보물은 아들 '캐스퍼'입니다. 그렇기에 불의의 사고로 죽은 아들을 살리기 위해 그는 영혼을 사람으로 되살릴 수 있는 기계 발명에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칩니다. 하비 박사에겐 죽은 아내가 보물입니다. 그래서 그는 아내를 찾기 위해 전국을 떠돌아다니며 유령을 찾아헤맨 것입니다.

 

 

 

'캐스퍼'에게 최고의 보물은 우정이다.

 

[꼬마유령 캐스퍼]의 후반부는 보물 상자를 차지하기 위한 캐리건과 그것을 지키려는 '캐스퍼'와 캣의 한판 대결로 진행됩니다. 그리고 그들의 대결에는 '캐스퍼'의 아비자가 개발한 영혼을 사람으로 되살리는 기계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단 한명 밖에 살릴 수 없는 그 기계에 대해서 캐리건은 보물 상자를 차지하는 수단으로 이용합니다. 하지만 '캐스퍼'는 직접 사람이 되어 캣과의 우정을 이어나가고 싶어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캐스퍼'의 마지막 선택입니다. 스스로 사람이 되는 선택 대신 슬픔에 빠진 캣을 위한 양보를 선택한 '캐스퍼'. 그만큼 '캐스퍼'에게 캣은 이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이 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캐스퍼'는 그만큼 외로웠던 것입니다. 자신이 유령이라는 이유 때문에 친구를 사귈 수 없었던 그는 그렇기에 자신에게 유일하게 친구가 되어준 캣을 위해 모든 것을 양보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캐스퍼'를 되살리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쳤던 '캐스퍼'의 아버지 입장에서는 어쩌면 '캐스퍼'의 마지막 선택이 이해가 되지 않았을 수도... 그만큼 각자가 생각하는 보물이라는 것은 서로 다른 것입니다.

 

 

 

나의 보물은 바로 내 옆에 있다.

 

어쩌면 사람의 인생이라는 것이 각자의 보물을 찾기 위한 힘겨운 여정일지도 모릅니다. '캐스퍼'의 아버지와 하비 박사는 각자의 보물을 되찾기 위해 자신의 모든 인생을 바쳤으니까요. 캐리건은 평생 자신의 보물인 돈을 쫓으며 살았고, '캐스퍼' 또한 친구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습니다. 

[꼬마유령 캐스퍼]를 보고나니 저도 내 보물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제 옆에서 영화에 푹 빠져 내 시선을 의식하지 못하는 웅이. 그리고 저와 웅이가 영화를 보는 동안 맛있는 저녁식사 준비를 하는 구피. 다른 이들은 보물을 찾아 평생을 헤매지만, 제 보물은 제 옆에 이렇게 언제나 있어주네요. 이제 제 인생의 여정은 부물을 찾기 위한 것이 아닌, 보물을 지키기 위한 것이 될 것입니다.

[꼬마유령 캐스퍼]를 재미있게 본 웅이는 다음 추억의 영화는 무엇이냐고 묻습니다. 저는 [애들이 줄었어요]를 선택했지만 구피는 [꼬마유령 캐스퍼]에 출연한 크리스티나 리치의 또 다른 어린이 영화 [아담스 패밀리]를 추천합니다. 어느 영화를 먼저 보건 웅이는 재미있어 할 것이며, 그러한 웅이를 바라보는 저는 행복해하겠죠. 제가 추억의 영화 탐방을 멈출 수 없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