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외이야기들/웅이와 함께하는 추억의 영화

[네버엔딩 스토리] - 풍부한 상상력은 아이들의 특권이다.

쭈니-1 2015. 4. 13. 15:06

 

 

감독 : 볼프강 페터젠

주연 : 노아 해서웨이, 바렛 올리버

 

 

옛날 옛적 판타지의 세계에서는...

 

[반지의 제왕 시리즈]와 [해리 포터 시리즈]의 성공으로 요즘은 판타지 장르의 영화를 자주 접하게 됩니다. 하지만 판타지 열풍이 불기 시작했던 2001년 이전만 하더라도 판타지 영화는 그다지 흔한 장르의 영화가 아니었습니다. 일단 독특한 세계관과 캐릭터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야 하지만, 제작사 입장에서 어린이 관객을 주타깃으로 한 판타지 영화에 제작비를 많이 투입하기에는 위험부담이 너무 컸던 것입니다.

저 역시도 [반지의 제왕 : 반지 원정대]를 본 이후부터 판타지 영화에 열광했기 때문에 이전의 판타지 영화에 대한 기억은 거의 남아 있지 않습니다. 단, [네버엔딩 스토리]만큼은 예외입니다. 이 영화를 언제 봤는지, 어디서 봤는지, 내용은 무엇인지 거의 기억에 나지 않지만, [네버엔딩 스토리]라는 제목에서 오는 친근함과 강아지 얼굴을 한 용을 타고 날아가는 어린 소년의 모습은 아주 뚜렷이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무려 30년전 영화인 [네버엔딩 스토리]는 그렇기에 웅이와 함께 추억의 영화를 탐구하고 있는 제겐 안성맞춤의 영화였습니다. [네버엔딩 스토리]를 다시 봄으로써 제 아련한 추억을 다시 떠올릴 수 있고, 저 만큼이나 판타지 영화를 좋아하는 웅이에게도 즐거운 영화로 기억될 수 있을테니까요.

 

 

 

몽상은 어린이의 특권이 아니던가.

 

[네버엔딩 스토리]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 아버지와 함께 살아가는 바스티안(바렛 올리버)라는 소년의 이야기입니다. 책 읽기를 좋아하고 상상력이 풍부한 바스티안. 하지만 그의 아버지는 바스티안에게 '이제 너도 어른이 되었으니 현실에 충실하라.'라고 충고합니다. 어른 입장에서 현실에 충실한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현실을 피해 공상에 빠져사는 어른을 우리는 현실도피자라며 인생 실패자 취급을 하곤 하니까요.

하지만 아직 어른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어린이는 아닙니다. 현실에 충실한 것은 어른이 되어서 해도 충분합니다. 어린이는 어린이답게 상상력의 나래를 활짝 펼치며 어린이의 특권을 맘껏 누려야만 하는 것입니다. 바스티안에게 현실에 충실하라고 충고하는 그의 아버지는 '난 너를 돌볼 자신이 없으니 너도 빨리 어른이 되거라.'라고 말하는 것 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바스티안은 어느 서점에서 '네버엔딩 스토리'라는 책을 발견하게 되고 학교 다락에서 몰래 읽게 됩니다. 책의 내용은 모든 것이 사라져가는 판타지아라는 환상의 세계를 구하기 위해 어린 전사 아트레유(노아 해서웨이)가 모험을 떠난다는 내용입니다. 바스티안은 아트레유의 모험을 읽으며, 점차 자신이 판타지아의 세계에 들어온 것만 같은 착각에 빠집니다.

 

 

 

30년전 기술력임에도 불구하고 어색하지 않은 특수효과

 

[네버엔딩 스토리]는 책을 멀리하면서 점점 상상력을 잃고 전자오락에 빠져 사는 어린이를 위한 우화입니다. 아트레유는 판타지아를 구하기 위해서는 여왕의 이름을 새롭게 지어줄 수 있는 인간 아이를 만나냐 하고, 여왕의 이름을 새롭게 지어줄 수 있는 인간 아이는 다름아닌 바스티안입니다. 바스티안은 '네버엔딩 스토리'를 읽으며 스스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판타지아를 구하는 영웅이 되는 것입니다.

웅이에게 많은 영화를 보여주고, 많은 이야기를 해주며, 웅이가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가 되기를 원하는 제 입장에서 [네버엔딩 스토리]는 최상의 영화인 셈입니다. 게다가 이 영화는 30년전의 독일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지금 봐도 결코 어색하지 않은 특수효과를 보여줍니다.

아트레유가 행운의 용, 펠콘을 타고 하늘을 나는 장면은 합성한 티가 팍팍 나긴 하지만, 그 외에는 꽤 놀라운 기술력을 보여줍니다. 박쥐를 타고 날아가는 요정, 경주용 달팽이를 타는 난쟁이, 그리고 거대한 돌로 만든 자전거를 타는 바위사냥꾼과 거북이 모양을 한 현자와 스핑크스 모습을 한 현자가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상상력에 의해 탄생한 판타지 캐릭터에 의한 재미를 충분히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나의 상상력은 웅이를 위한 것이다.

 

요즘도 웅이는 제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달라며 조릅니다. 웅이가 어렸을 적에는 웅이를 재우기 위해 했던 이야기들이 이제는 웅이와의 놀이가 되어 버렸습니다. 요즘은 노트에 웅이가 이야기를 쓰면 다음날 제가 그 이야기를 잇는 방식으로 교환 이야기 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웅이는 이미 이야기의 시작을 썼는데, 제가 아직 바쁘다는 이유로 잇지 못하고 있습니다.)

[네버엔딩 스토리]를 본 후에는 채소와 인간의 전쟁을 다룬 '채소 연대기' 이야기를 지어내 웅이에게 해줬습니다. 그런 제 모습을 볼때마다 구피는 신기해합니다. 이야기도 참 잘만들어낸다며... 어쩌면 이러한 제 상상력은 웅이를 위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제가 상상력을 발휘해서 이야기를 만들어낼 때마다 웅이는 너무 즐거워하고, 또 웅이도 저를 따라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곤 하니까요.

바스티안의 아버지의 말처럼 어른이 되면 몽상보다는 현실에 충실해야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가끔은 현실보다는 상상의 세계에 빠져 아이들과 함께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제 상상력은 분명 웅이를 위한 것이지만, 이러한 상상력의 원천은 [네버엔딩 스토리]와 같은 판타지 영화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저는 판타지영화가 너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