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외이야기들/웅이와 함께하는 추억의 영화

[피라미드의 공포] - 젊은 홈즈와 왓슨의 모험은 풍요로운 영화적 재미의 세계로 나를 인도하다.

쭈니-1 2015. 3. 9. 00:29

 

 

감독 : 베리 레빈슨

주연 : 니콜라스 로우, 앨런 콕스, 소피 워드, 안소니 하긴스

 

 

오랜만에 웅이와 밤새 놀기로한 날

 

환절기만 되면 웅이는 항상 연례행사처럼 감기에 걸립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번 웅이의 감기가 구피에게 옮아갔다는 점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수술 후유증으로 면역력이 많이 약해진 구피는 덜컥 감기까지 걸리며, 회사와 병원을 오가고 있는 중입니다.

구피가 이렇게 골골하니 주말이 되어서도 웅이와 신나게 놀지 못합니다. 따뜻한 봄을 맞이하여 온 가족이 봄나들이를 가고 싶지만, 구피 때문에 꼼짝없이 집안에서 뒹굴거리는 신세입니다. 그렇기에 지난 토요일에는 웅이를 데리고 집근처 목동 야구장으로 프로야구 시범경기를 보고 왔습니다.

집 근처 야구장이긴 하지만 오랜만의 외출에 신이 난 웅이. 저는 이 기세를 몰아서 오늘 밤은 밤새 신나게 놀자고 웅이에게 제안했습니다. 그래서 감기에 걸린 구피는 안방에서 혼자 자기로 하고, 마루에서 저와 웅이는 밤새 놀 준비를 했습니다. 그 첫번째가 추억의 명화 [피라미드의 공포]를 보는 것이며, 두번째는 웅이와 마블 코믹스 <아이언맨 : 헌티드>를 함께 읽는 것이며, 세번째는 며칠 전에 봤던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 이야기를 웅이에게 12세 등급으로 이야기 해주는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을 하고 나니 새벽 2시. 웅이는 좀 더 놀고 싶어했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

 

 

 

웅이가 [피라미드의 공포]를 선택한 이유

 

사실 그날 웅이와 저는 두편의 영화를 보려고 했습니다. 바로 [8번가의 기적]과 [피라미드의 공포]입니다.  저를 닮아서 겁이 많은 웅이는 처음엔 [8번가의 기적]을 보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하지만 이내 [피라미드의 공포]를 먼저 본 후 [8번가의 기적]을 보겠다고 하더군요. 이렇게 웅이가 [피라미드의 공포]를 먼저 선택한 이유는 무서운 영화를 먼저 본 후 훈훈한 영화를 나중에 보면 먼저 본 무서운 영화의 기억이 조금은 잊혀질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피라미드의 공포]는 제목과는 달리 웅이가 우려했던 것만큼 무서운 영화는 아닙니다. 일단 이 영화의 원제는 '영 셜록 홈즈'로 제목 그대로 고등학생인 홈즈(니콜라스 로우)와 왓슨(앨런 콕스)이 만나 의문의 살해 사건을 해결한다는 내용의 미스터리, 어드벤처 영화입니다.

젊은 홈즈와 왓슨의 모험을 다룬 영화인 만큼 영화의 관람 등급은 12세 관람가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하지만 크리스 콜럼버스가 각본을 맡았고, 스티븐 스필버그가 기획한 영화답게 [피라미드의 공포]는 결코 만만치 않은 영화적 재미를 가지고 있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를 보며 '해리 포터'가 떠오른 이유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피라미드의 공포]를 보며 저는 [해리 포터 시리즈]가 떠올랐다는 점입니다. 우선 홈즈, 왓슨, 그리고 엘리자베스(소피 워드)로 구성된 주인공 라인이 그러합니다.  홈즈는 [해리 포터 시리즈]의 해리를 연상시키고, 왓슨은 론을, 엘리자베스는 헤르미온느를 연상시킵니다. 특히 왓슨의 캐릭터가 재미있는데, 홈즈의 든든한 친구이자 조수인 왓슨은 [피라미드의 공포]에서는 겁쟁이에 먹보이며, 약간 멍청하기도한 코믹한 캐릭터로 그려져있습니다.

[피라미드의 공포]의 각본을 쓴 크리스 콜롬버스는 [해리 포터 시리즈]의 1, 2편인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의 연출자이기도 하다는 점은 이 두 영화의 기막힌 우연일지도 모를 일입니다.

암튼 명석한 주인공과 조금은 덜떨어진 코믹한 역할을 하는 조력자, 그리고 여성이지만 용기만큼은 남성 캐릭터못지 않은 여성 캐릭터까지... 이렇게 세명의 캐릭터로 구성된 주인공 라인의 모험은 [해리 포터 시리즈]를 볼 때의 영화적 재미를 [피라미드의 공포]에서도 느끼게끔 만들어줬습니다.

 

 

 

원작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 돋보이는 영화

 

사실 [피라미드의 공포]는 어서 코난 도일의 명작 추리소설 <셜록 홈즈 시리즈>와는 그다지 상관이 없는 영화입니다. 아서 코난 도일의 원작을 토대로 하지 않고 있을 뿐더러, 원작에서 홈즈와 왓슨은 어른이 되어 처음 만나기 때문입니다. [피라미드의 공포]는 그저 홈즈와 왓슨의 이름을 빌린 원작과는 상관없는 독자적인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셜록 홈즈 시리즈>에 대한 존경심을 굳이 감추지는 않습니다. 홈즈가 왓슨을 처음 만나자마자 그에 대해 추리를 하는 장면은 홈즈와 왓슨의 첫만남으로 유명한 <주홍색 연구>의 한 장면을 연상하게 합니다. [피라미드의 공포]에서 홈즈의 패션이 원작 소설과 비슷하게 완성되는 과정도 그렇고, 급기야 주인공 중의 한명이자 홈즈의 연인인 엘리자베스를 굳이 죽임으로써 홈즈를 원작과 같은 고독한 영혼의 소유자로 만들기까지 합니다. 

사건 해결이 너무 우연에 치우쳤고, 원작 소설과는 달리 홈즈의 추리력이 그다지 눈에 띄게 뛰어나지 않다는 점은 이 영화의 한계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라미드의 공포]는 젊은 홈즈와 왓슨의 모험이라는 기발한 상상력만으로도 웅이와 저의 밤을 풍요로운 영화적 재미의 세계로 이끌어줬던 영화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