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외이야기들/웅이와 함께하는 추억의 영화

[이티] VS [8번가의 기적] - 어느 외계인이 더 귀여울까?

쭈니-1 2015. 3. 24. 11:51

 

 

제목 : 이티 (E.T.)

감독 : 스티븐 스필버그

주연 : 헨리 토마스, 로버트 맥노튼, 드류 배리모어

 

 

제목 : 8번가의 기적

감독 : 매튜 로빈스

주연 : 험 크로닌, 제시카 탠디, 데니스 볼릿시카리스, 엘리자베스 페나, 프랭크 맥리

 

 

외계인이 지구를 찾는다면?

 

넓고 넓은 우주에서 지적 생명체가 인간 뿐만은 아닐 것이라 믿는 사람은 분명 저뿐만은 아닐 것입니다. 어쩌면 가까운 미래에 우리는 인간보다 뛰어난 문명을 가진 외계인을 만나게 될지도 모릅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우리 인간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우리 인간은 나약한 신체적 조건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머리를 써야 했고, 그 결과 뛰어난 신체적 조건을 지닌 맹수들을 물리치고 지구의 주인이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 인간보다 더 뛰어난 지식을 가진 외계인이 존재한다면 분명 인간에겐 엄청난 위협이 될 것입니다. [인디펜던스 데이]로 대표되는 대부분의 외계인 소재 영화들이 외계인의 지구 침공을 소재로 하고 있는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에이리언]의 경우는 미지의 존재에 대한 인간의 두려움을 이용한 SF 공포영화입니다. 그러나 모든 외계인 소재의 영화들이 이렇게 두려움과 공포를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1982년 영화인 [이티]는 외계인보다 더 큰 위협은 두려움에 휩싸인 인간이라고 이야기합니다. 1989년 영화인 [8번가의 기적]은 아예 폭력배를 동원한 재개발업자와 귀여운 접시 모양의 외계인을 대치시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티]는 스티븐 스필버그가 메가폰을 잡았으며, [8번가의 기적]은 스티븐 스필버그가 기획을 맡았다는 사실입니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1977년 영화인 [미지와의 조우]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외계인은 동심의 친구... [이티]

 

미지의 존재에 대한 두려움은 어쩌면 어른이 어린 아이들보다 더 클지도 모릅니다. 정글과도 같은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신보다 강한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사실을 우리 어른들은 오랜 경험을 통해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그와는 달리 어린 아이들은 두려움보다는 호기심이 강합니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은 미지의 존재가 나타났을 때 무조건 경계부터 하는 어른과는 다른 행동을 하게 만듭니다.

[이티]는 만약 외계인이라는 미지의 존재가 나타났을 때 어린 아이들과 어른이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사실 [이티]의 외계인은 귀여움과는 거리가 멉니다. 불록한 배와 긴 목을 가진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무서워보이기도 합니다. 그러한 외계인을 처음 발견한 엘리어트(헨리 토마스)는 호기심에 다다가고 집으로 데려와 '이티'라는 이름도 지어줍니다..

[이티]는 엘리어트와 그의 형 마이클(로버트 맥노튼), 그리고 어른 여동생 거티(드류 배리모어)가 지구에 혼자 남겨진 '이티'를 어른들에게 지키고 고향으로 돌려보내주기 위한 모험을 한다는 내용입니다. 당연히 엘리어트와 '이티'의 위협은 어른들입니다. 그들은 '이티'를 격리시키고 실험을 하려합니다. 관객들은 영화를 보며 엘리어트와 '이티'를 응원합니다. 하지만 만약 내 앞에 '이티'와 똑같이 생긴 외계인이 나타난다면? 어쩌면 기겁을 하고 도망갈지도 모르겠네요. 저 역시 겁많은 어른이니까요.

 

 

 

외계인은 희망이 없는 사람들을 위한 기적

 

여기 또 다른 외계인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외계인은 어린 아이들이 아닌 철거 직전의 빈민가 어른들과 소통을 하고 친구가 됩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요? 그 비밀은 [8번가의 기적]의 외계인의 외모에 있습니다.

[이티]가 인간과는 완벽하게 이질적으로 생긴 존재라면 [8번가의 기적]은 우리 인간의 삶과 밀접한 기계와 접시, 그릇과 같은 외형을 하고 있습니다. 크기도 손바닥만해서 아무리 겁이 많은 어른이라 할지라도 도망칠 수준은 아닙니다. 만약 8번가에 '이티'가 찾아왔다면 이야기는 달라졌겠지만, 외계인이라 하기엔 조금 애매한 날으는 귀여운 인공지능 기계의 모습을 하고 있기에 8번가 사람들은 친근감을 표시합니다.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8번가의 기적]에서 외계인과 처음 마주하는 인물은 치매에 걸린 페이(제시카 탠디)라는 점입니다. 어린 아이의 순수함을 지닌 페이 덕분에 8번가의 사람들은 경계심을 없애고 이 미지의 존재에게 친근감을 느낄 수 있었던 것입니다. 페이는 고도의 계산된 캐릭터인 셈입니다.

이렇게 작은 접시 모양의 외계인 덕분에 희망이라고는 전혀 없는 8번가의 사람들은 희망을 되찾게 됩니다. 어떻게 보면 [이티]가 아이들을 위한 동화라면 [8번가의 기적]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이티]와 [8번가의 기적]모두 현실에서는 일어나기 힘든 이야기이지만, 영화를 보는 순간만큼은 행복감을 만끽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습니다.

 

 

 

웅이에겐 두려움보다는 호기심을 가르쳐주고 싶다.

 

제가 웅이에게 [이티]와 [8번가의 기적]을 보여준 이유는 아직 어린 웅이에게 미지의 존재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호기심을 안겨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웅이도 어른이 되면 어린 시절의 호기심을 잊고 두려움을 느끼게 되겠죠. 하지만 어른이 되기 전까지만이라도 호기심을 간직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티]와 [8번가의 기적]은 제 어린 시절을 회상할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기에 웅이와 추억을 공유한다는 점에서도 최적의 선택이었습니다. 특히 웅이는 [8번가의 기적]의 앞 부분에서는 '너무 슬픈 영화인 것 같아요.'라고 이야기했다가 외계인이 등장하며 폭력배들이 혼쭐이 나는 장면을 보며 통쾌함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이 탄 자전거가 어른들을 따돌리고 하늘 위로 날아갈 때의 통쾌함, 불에 탄 8번가 건물이 다시금 멋지게 재건되어 사람들을 놀라게 할 때의 통쾌함. [이티]와 [8번가의 기적]은 미지의 존재에 대한 호기심과 영화적 통쾌함을 간직한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