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외이야기들/웅이와 함께하는 추억의 영화

[후크] - 사는 것이 바로 모험이다.

쭈니-1 2015. 2. 23. 16:01

 

 

감독 : 스티븐 스필버그

주연 : 로빈 윌리암스, 더스틴 호프만, 줄리아 로버츠

 

 

명절 후유증은 쭈니를 귀차니즘에 빠지게 한다.

 

아마도 직장인이라면 설연휴 기간동안 가장 하고 싶은 일은 집에서 푹 자는 것이 아닐까요? 저 역시 그렇습니다. 금요일에 웅이와 근처 공원에서 한시간 가량 캐치볼을 해줬고, 토요일 아침에 웅이와 함께 극장에서 [조선명탐정 : 사라진 놉의 딸]을 본 것을 제외하고는 저는 하루종일 집에서 뒹굴었습니다. 당연히 웅이는 저만 졸졸 쫓아다니며 "심심해요, 놀아주세요!"를 반복했죠. 구피는 수술 후유증으로 열외이니 웅이가 놀아달라고 매달릴 수 있는 것은 저뿐이었으니까요.

낮잠은 자고 싶은데, 침대에 눕기라도 하면 웅이가 저를 덮쳐버리니 참 난감하더군요. 이럴 때 가장 좋은 것은 영화를 틀어주는 것입니다. 영화를 틀어주고 웅이가 영화 속에 빠져들면 저는 쇼파에 누워 꾸벅꾸벅 졸수 있을테니까요. 그렇기에 저는 놀아달라고 조르는 웅이가 귀찮아서 제가 20년도 전에 봤던 영화 [후크]를 틀어줬습니다.

 

 

 

일 때문에 바쁜 피터에게 모이라가 던진 일침.

 

저는 [후크]를 1993년 2월에 VIDEO로 봤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인데다가 영국의 소설가 제임스 메튜 베리의 어린이 동화 <피터팬>의 이후 이야기를 할리우드적 상상력을 동원하여 재미있게 만들어놓은 영화인만큼 웅이도 충분히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영화일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영화가 시작되니 웅이만큼이나 저도 [후크]에 흠뻑 빠져 버렸습니다.

특히 저는 어른이 된 피터(로빈 윌리암스)가 너무 바빠서 아들의 야구 경기에 가지 못하는 장면에서 피터의 아내인 모이라가 한 말이 가슴에 와닿았습니다. "아이들이 우리를 원하는 것은 길어야 몇 년이에요. 그 후론 오히려 그 반대라고요. 얼마 안 남았어요. 지금 신경쓰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할거예요."

피터를 향한 모이라의 한마디는 저를 움찔하게 만들었습니다. 놀아달라는 웅이에게 귀찮아서 영화나 틀어주고 그 뒤에서 낮잠이나 즐길 음흉한 계획을 세웠던 저는 모이라의 따끔한 일침에 정신을 바짝 차리고 더욱더 영화에 집중했습니다.

 

 

 

날기위한 행복한 생각

 

피터에게 복수를 원하는 후크선장(더스틴 호프만)은 피터의 자식인 잭과 매기를 네버랜드로 납치합니다. 모이라와 사랑에 빠져서 네버랜드로 돌아가지 않고 어른이 된 피터. 그는 네버랜드에서의 기억을 모두 잃었지만 팅커벨(줄리아 로버츠)의 도움으로 아이들을 찾기 위해 네버랜드로 가게 됩니다.

하지만 문제는 피터는 더이상 피터팬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하늘을 나는 법조차 잊어버린 피터에게 후크선장은 물론 네버랜드의 아이들 역시 실망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피터는 포기할 수가 없습니다. 사랑하는 아이들을 되찾아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말입니다.

이 부분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하늘을 나는 것입니다. 물론 이성적으로 생각한다면 사람이 그 어떤 기구도 없이 하늘을 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네버랜드의 아이들에겐 가능합니다. 그것이 바로 상상력의 힘이니까요. 행복한 생각만 한다면 얼마든지 하늘을 날 수 있지만, 피터에겐 그러한 행복한 생각이 없습니다. 어른이 되어 직장에 다니며 행복한 생각보다는 치열한 경쟁에 익숙해져 있으니까요. 자!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여러분에겐 하늘을 날 수 있을만큼의 행복한 생각을 가지고 있나요?

 

 

 

사는 것이 바로 모험이다.

 

어쩌면 [후크]는 고전 명작 <피터팬>의 인기에 기대려는 할리우드식 상업주의 영화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영화를 보며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영화 초반 무심한 아빠 피터를 향한 모이라의 일침에 저 역시도 반성을 했고, 피터가 네버랜드에서 점점 피터팬이 되어 가는 과정을 보며 저 역시도 즐거웠습니다. 마치 1993년 이 영화를 처음 봤을때처럼 말입니다.

피터가 잭과 매기에 대한 행복했던 기억을 토대로 하늘을 날고 피터팬이 되는 것처럼, 저 역시도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구피와 웅이와 함께 했던 그 수많았던 시간들이었습니다. 우리 어른들은 왜 이러한 사실을 자꾸 잊는 걸까요? 자신이 피터팬임을 잊은 피터처럼 말입니다.

영화 후반, 피터는 말합니다. "사는 것이 바로 모험입니다." 저는 그러한 피터의 말에 공감합니다. 비록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처럼 신나고 멋진 모험을 할 수는 없을테지만, 직장에서, 집에서 우리들 역시 끊임없이 모험을 합니다. 가족들을 위한...

 

 

 

반가운 얼굴들

 

예전 영화를 볼때 가장 큰 재미는 당시의 추억을 회상하는 것과 제가 좋아하는 배우들의 젊은 모습을 보는 것입니다. [후크]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젠 고인이 된 영원한 동심의 스타 로빈 윌리암스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저는 즐거웠습니다. 그는 수 많은 영화에서 제게 최고의 재미를 안겨줬었습니다. 그가 그런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하지 않았다면 저는 물론 웅이에게도 소중한 추억을 많이 선사했을텐데...

더스틴 호프만의 악당 연기와 줄리아 로버츠의 풋풋한 모습도 좋았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어린 시절의 기네스 팰트로우를 본 것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웬디의 어린 시절로 출연한 기네스 팰트로우의 모습을 보는 순간 저는 "우와! 기네스 팰트로우다!"라고 소리를 쳤고, 웅이도 "우와! 페퍼 포츠([아이언맨]의 캐릭터)다!"라고 놀라워했답니다.

영화가 끝나고 명절의 귀차니즘을 조금이라도 떨치고 웅이와 놀아줬습니다. 모이라의 말처럼 웅이가 제게 놀아달라고 조를 날도 이젠 얼마남지 않았을 것이고, 이 순간 순간이 제게 행복한 기억이 될테니까요. 그래도... 졸리운 것은 어쩔 수가 없다는... (아! 저질 체력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