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롭 코헨
주연 : 데니스 퀘이드, 숀 코네리(더빙), 데이빗 듈리스, 피트 포스틀스웨이트, 디나 메이어
일주일간 잘 참아준 웅이를 위한 선물
지난 2월 2일 구피가 병원에 입원을 하며 저희 가족의 모든 일과는 순식간에 정지되었습니다. 저는 구피가 입원하는 날부터 퇴원하는 날까지 회사에 연차 휴가를 냈고, 그렇게 좋아하던 맥주는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것도 당분간 중지시켰습니다. 웅이 또한 마찬가지인데, 웅이가 좋아하는 엄마 볼 비비기와 엄마 배 문지르기가 당분간 금지되었고, 구피가 병원에 입원해 있는 날까지는 혼자 외할머니 집에서 지내야 했습니다.
구피가 퇴원하고 맞이한 주말. 지난 일주일동안 잘 참아준 웅이를 위해 주말만큼은 재미있게 놀아주고 싶었지만, 아직 구피의 몸이 회복되지 않아서 그것조차 여의치 않았습니다. 그 대신 토요일에는 조용히 집에서 영화를 보기로 했습니다.
그날 제가 웅이를 위해 고른 영화는 [드래곤 하트]입니다. 1996년 개봉했던 영화인데, 저는 이 영화를 1997년 비디오로 봤답니다. 무려 18년 전의 일이죠. 하지만 참 재미있게 본 기억이 납니다. 게다가 웅이가 좋아하는 드래곤이 나오는 영화이니만큼 웅이도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드래곤 하트]는 일주일간 잘 참아준 웅이를 위한 선물로 안성마춤이었습니다.
기사도 정신을 그리워하는 보웬의 이야기
[드래곤 하트]는 어린 왕자인 아이넌(데이빗 듈리스)에게 검술과 기사도를 가르치는 기사 보웬(데니스 퀘이드)의 모습으로 시작됩니다. 보웬에게 있어서 단 하나의 소원은 명예를 지킬 줄 아는 왕다운 왕에게 봉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입니다. 그러한 보웬에게 아이넌은 유일한 희망이었습니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사고로 아이넌은 가슴에 깊은 상처를 입고, 아이넌을 살리기 위해 왕비(줄리 크리스티)는 신비한 힘을 가진 드래곤(숀 코네리)에게 데려갑니다. 드래곤은 아이넌에게 자신의 심장 반쪽을 나눠주고 아이넌은 새로운 생명을 부여받게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바로 그때부터 생깁니다. 죽다 살아난 아이넌은 오히려 아버지보다 더한 폭군이 되어 버렸고, 보웬은 아이넌이 변한 것은 사악한 드래곤의 심장 탓이라 생각합니다. 그때부터 보웬은 아이넌을 섬기는 것을 포기하고 드래곤 사냥꾼이 되어 아이넌에게 심장을 나눠준 사악한 드래곤을 찾아 헤맵니다.
얼핏 영화의 전반부는 진정한 기사 보웬과 사악한 드래곤의 대결이 빛나는 판타지 영화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롭 코헨은 [드래곤 하트]를 그렇게 심각한 영화로 만들 생각이 없었습니다. 드래곤에게 복수를 다짐한 보웬의 모습을 끝으로 영화는 12년이라는 시간을 훌쩍 건너뛰는데 그 순간부터 영화의 분위기가 확 바뀝니다.
보웬과 드라코의 코믹한 사기극
12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후 보웬은 어느덧 돈만 밝히는 드래곤 사냥꾼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의 검술은 여전히 뛰어나지만 이젠 정의를 위해 칼을 휘두르는 것이 아닌, 드래곤을 죽이고 돈을 벌기 위해 칼을 휘두를 뿐입니다. 그런 그에게 세상에서 마지막 남은 드래곤은 드라코는 제안을 합니다. 내가 죽으면 보웬의 돈벌이도 끝이나니 서로 상부상조하자고...
그때부터 보웬과 드라코의 사기행각은 시작됩니다. 그리고 영화의 분위기도 중세의 멋진 모험 이야기가 아닌 중세 코믹 영화로 탈바꿈합니다. 말 많은 음유시인 길버트(피트 포스틀스웨이트)의 등장은 영화의 코믹한 분위기를 더욱 부채질합니다.
보웬은 드라코가 자신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아이넌에게 심장을 나눠준 신비한 드래곤이라는 사실은 알지 못한채 드라코와 함께 돈을 벌기 위한 사기행각을 계속합니다. 하지만 카라(디나 메이어)의 등장으로 영화의 분위기는 또다시 뒤바꿉니다.
카라의 아버지는 12년전 아이넌의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고간 폭도의 우두머리였습니다. 아이넌에 의해 아버지가 죽자 카라는 복수를 다짐하고, 마을 사람들에게 폭군 아이넌에 맞서 싸우자고 말하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습니다. 하지만 보웬만큼은 그동안 잊고 있었던 기사도 정신을 되찾고 아이넌에 맞서 싸우기로 결심합니다.
영화의 완성도는 글쎄... 하지만 재미는 굿
솔직히 [드래곤 하트]를 두고 잘만든 영화라고는 하지 못할 것같습니다. 영화의 분위기가 진지한 중세 기사의 모험 영화에서 코믹으로 그리고 다시 모험 영화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지만 그에 대한 개연성은 부족한 편입니다.
하지만 1시간 45분 동안 즐기기에는 충분합니다. 특히 숀 코네리가 더빙을 한 드라코가 굉장히 매력적입니다. 대부분 서양 드래곤이라고 한다면 위협적인 신화적 존재로 표현되기 일쑤입니다. 하지만 [드래곤 하트]의 드라코는 인간적이며, 코믹하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영화의 후반부에는 희생의 의한 찡한 감동까지 안겨줍니다.
[드래곤 하트]를 재미있게 본 웅이는 영화 속에 등장한 용 별자리를 찾아봐야 겟다고 이야기합니다. 저는 용 별자리가 그냥 영화에만 등장하는 가상의 별자리인줄 알았는데, 웅이에 의하면 유명하지는 않지만 분명 존재하는 별자리라고 하네요. (가끔은 제가 웅이한테 배웁니다.) 구피가 완전히 회복되고나면 웅이의 천체 망원경을 가지고 용 별자리를 찾아 여행을 떠나야 겠네요. [드래곤 하트]를 보며 웅이와 해야할 일이 한가지 더 늘어났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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