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죠 단테
주연 : 자크 걸리건, 피비 케이츠
웅이와 나의 80, 90년대 시간 여행은 계속된다.
주말만 되면 저와 웅이는 80, 90년대로 시간 여행을 떠납니다. 물론 영화를 통해서죠. 8월 첫째주 주말에는 1987년 영화 [이너스페이스]를, 8월 둘째주 주말에는 1996년 영화 [쥬만지]를, 그리고 지난 주말이었던 8월 셋째주 주말에는 1984년 영화 [그렘린]을 봤습니다.
사실 20년도 더 된 영화를 과연 웅이가 재미있어 할까? 라는 걱정을 하기도 했지만 [이너스페이스]와 [쥬만지]를 웅이가 즐겁게 보는 덕분에 [그렘린]까지 오게 되었네요. 아직 [그렘린 2], [고스트 버스터즈], [고스트 버스터즈 2], [후크] 등 웅이와 볼 영화는 많으니 웅이와의 80, 90년대 시간 여행은 한동안 계속될 것 같습니다.
[그렘린]에 대한 나의 추억
제가 지금과 같은 영화광이 된 첫번째 계기는 저희 집에 비디오비전(비디오 플레이어와 TV가 붙어있는)을 구입하면서부터였습니다. 이전에는 영화를 본다는 것은 TV에서 방영하던 '주말의 명화'라던가, '명절 특선 영화'가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비디오비전을 구입하면서부터 저는 보고 싶은 영화를 비디오 대여점에서 빌려와 자유럽게 볼 수 있었습니다.
비디오비전을 구입해서 본 첫번째 영화가 바로 [그렘린]이었습니다. 어린 마음에 굉장히 심사숙고해서 고른 영화였는데 함께 보시던 아버지께서 '뭐 이런 망가같은 영화를 빌려왔냐?'며 버럭 화를 내신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그런데 지금은 제가 아버지가 되어 어린 아들과 함께 [그렘린]을 보고 있으니 참 아이러니합니다. 물론 저희 아버지와는 달리 '망가같은 영화'도 좋아하는 저이기에 일요일 오후, 웅이와 함께 나란히 누워 [그렘린] 속에 푹 빠졌답니다.
모과이와 그렘린
영화는 괴짜 발명가인 랜달이 우연히 차이나 타운에서 모과이라는 이름의 귀여운 동물을 아들인 빌리(자크 걸리건)의 크리스마스 선물로 구입하면서부터 시작됩니다. 처음 모과이의 주인인 중국인 노인은 '모과이를 키우려면 책임이 뒤따르기 때문에 팔 수 없다.'라고 거절합니다. 하지만 랜달은 그러한 노인의 경고를 무시하죠.
모과이를 키우며 지켜야할 원칙은 딱 세가지입니다. 모과이는 빛을 싫어하니 빛을 피할 것, 절대 물에 닿지 않게 할 것,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밤 12시가 넘으면 절대 먹을 것을 주지 말 것입니다. 하지만 언제나 문제는 그러한 경고를 무시하면서 벌어집니다.
아버지에게 모과이를 선물 받은 빌리는 모과이에게 기즈모라는 이름을 지어주며 애지중지합니다. 그러던중 우연히 모과이의 몸에 물이 닿으면 모과이의 몸에서 다른 모과이가 생겨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렇게해서 생겨난 모과이는 기즈모와는 달리 음흉한 표정을 계략을 세웁니다. 그리고 그러한 계략에 넘어간 빌리는 12시가 넘어서 모과이들에게 먹을 것을 주고, 결국 모과이들은 '그렘린'이라는 흉칙한 괴물로 변합니다.
이 영화의 재미는 귀여운 모과이와 흉칙한 '그렘린'을 대비시키는 것입니다. '그렘린'의 장난이 도를 넘어서며 마을을 엉망으로 만들자 빌리와 빌리의 여자친구인 케이트(피비 케이츠)는 '그렘린'을 처치하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모과이를 키울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사람들
처음 모과이를 보며 '우와! 귀여워'를 외치던 웅이. 그러던 웅이도 '그렘린'의 흉측한 모습은 꽤나 충격적이었나봅니다. 특히 영화의 마지막 햇빛에 닿은 '그렘린'이 뼈만 남은채 죽어가는 장면에서는 "아빠, 이 영화 혹시 19금 영화 아니예요?"라고 물을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그래놓고도 "2편도 있지요?"라고 묻는 것을 보면 재미가 있긴 했나봅니다.
제가 어렸을 적에는 그저 '그렘린'의 소동기가 재미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 [그렘린]을 다시 보니 색다른 것이 보이네요. 바로 책임감입니다. 중국인 노인은 모과이를 키우려면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며 랜달에게 모과이를 파는 것을 거절합니다.
실제로 랜달은 책임감있는 어른과는 거리가 멉니다. 발명가이기는 하지만 그가 발명한 것은 제대로 작동되지 않습니다. 가족들은 그저 랜달의 기를 세워주기 위해 모르는척 할 뿐이죠. 엉터리 발명품으로 가족을 부양할 돈을 벌 수는 없는 노릇이죠. 결국 그들의 생계는 은행에 다니는 빌리의 몫입니다. 랜달은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은 제로인 셈입니다.
'당신들은 아직 모과이를 키울 준비가 되어 있지 않소.'라는 중국인 노인의 마지막 한마디. 영화를 보며 저는 '과연 나는 모과이를 키울 만큼 책임감이 갖추고 있는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갑다. 피비 케이츠
사실 제가 [그렘린]을 기억해낸 것은 며칠 전에 '80년대 사춘기를 보낸 당신을 위한 3대 여신 특집 제1부... 피비 케이츠'를 쓰면서부터였습니다. 피비 케이츠에 대한 글을 쓰며 그녀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파라다이스]와 [그렘린]을 다시 보고 싶어졌던 것이죠. 물론 [파라다이스]는 웅이와 함께 볼 수는 없겠죠? 그 영화는 나중에 혼자... ^^
암튼 [그렘린] 속의 어여쁜 피비 케이츠의 모습을 보며 사춘기 소년으로 돌아간 듯한 설레임을 느꼈습니다. 그런데 보면 볼 수록 신애라와 닮은 듯... 나중에 천천히 브룩 쉴즈와 소피 마르소의 영화도 챙겨봐야 겠습니다.
제게 필요한 것은 손가락 추천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진심어린 소중한 댓글입니다. ^^
'그외이야기들 > 웅이와 함께하는 추억의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백 투 더 퓨쳐 3부작] - 미래는 정해진 것이 아닌 우리가 개척하는 것 (0) | 2015.02.02 |
---|---|
[그렘린 2 : 뉴욕 대소동] - 죠 단테 감독은 파격을 원했나보다. (0) | 2013.09.04 |
[쥬만지] - 요즘 80, 90년대 영화가 좋아지는 이유 (0) | 2013.08.12 |
[유령수업] -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09 : 팀 버튼전'이 내게 남겨준 것... 2 (0) | 2013.08.11 |
[크리스마스 악몽] -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09 : 팀 버튼전'이 내게 남겨준 것... 1 (0) | 2013.08.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