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외이야기들/웅이와 함께하는 추억의 영화

[쥬만지] - 요즘 80, 90년대 영화가 좋아지는 이유

쭈니-1 2013. 8. 12. 16:20

 

감독 : 조 존스톤

주연 : 로빈 윌리암스, 커스틴 던스트, 브래들리 피어스, 보니 헌트

 

 

뀡대신 닭... 그런데 그 닭이 15년전 닭이라면?

 

지난 금요일 회사에 휴가를 냈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여름 휴가를 제대로 가지 못해서 의기소침한 웅이를 위해 하루 휴가를 내서 신나게 놀아줄 계획이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회사에 출근한 구피를 홀로 두고 멀리 바닷가로 훌쩍 떠날 수도 없는 일이기에, 일단 아침 일찍 일어나 주말에는 관람객이 너무 많다는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11 : 스튜디오 지브리 레이아웃 전>을 여유롭게 관람했습니다.

원래대로라면 그 이후에는 극장에 가서 [에픽 : 숲 속의 전설]을 볼 계획이었지만 '학원 빠지면 안된다.'며 눈을 부릅뜨시는 장모님이 두려워 극장에 가는 것을 포기하고 그 대신 집에서 영화를 보는 것으로 계획을 수정했습니다.

꿩 대신 닭입니다. 꿩을 먹기로 기대했던 이라면 그 대신 나온 닭 요리에 실망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꿩 대신 나오는 닭 요리에 신경을 써야만 했습니다. 최소한 웅이가 [에픽 : 숲 속의 전설]을 뒤로 미룬 것에 대한 실망감을 느끼지 않도록 제가 알고 있는 최대한으로 재미있는 영화를 골라야 했던 것입니다.

제가 지금까지 봤던 수 많은 영화들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그 중에서 웅이가 보기에 재미있는 영화들을 추려내다보니 결국 15년전, 그러니가 제가 한참 파릇파릇했던 시절 봤던 영화들이 마구 떠오르더군요. 그 중에서 결국 웅이가 즐기기에 가장 좋을 영화로 [쥬만지]를 선택했습니다.

 

   

 

80, 90년대 영화가 재미있는 이유

 

그러고보니 요즘 웅이는 80, 90년대 영화의 재미에 푹 빠져 있네요. 최근에 저와 함께 본 [이너스페이스]가 그러했고, 몇 달전에는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09 : 팀 버튼 전>을 다녀온 후 [크리스마스 악몽], [유령 수업]을 봤으며, 금요일에는 [쥬만지]를, 일요일에는 케이블 TV에서 방영해준 [쥬라기 공원]을 시청했으니까요.

최신 영화를 주로 보던 저 역시도 웅이와 함께 15~25 전에 봤던 영화들을 연달아 보고 있습니다. 원래는 봤던 영화를 또 보는 것을 선호하지 않지만 (아직 못 본 영화들도 수두룩하기에...) 웅이와 함께 예전의 영화들을 보다보니 최신작을 보는 것과는 또다른 재미를 느끼고 있습니다.

우선 제 자신이 마구 젊어지는 느낌입니다. 제가 [쥬만지]를 처음 본 것은 1996년입니다. 1996년이면 방위 소집해제를 한 후에 아르바이트를 하며 복학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쥬만지]는 바로 그러한 시절, 풋풋했지만 결국 상처로만 남았던 아픈 사랑의 그녀와 극장에서 함께 본 영화입니다. 그 당시 기억이 새록 새록 따올라서 영화를 보는 내내 저는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리고 웅이와의 세대차이도 조금씩 줄어드는 느낌입니다. 제가 아무리 철 없는 40대라고는 하지만 웅이와 제 세월의 차이는 무려 30년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함께 예전 영화를 보고, 제가 예전의 그때로 돌아가며 웅이와의 세월 차이가 최소 10년 이상은 줄어드는 것이죠.

 

 

 

지금에 다시 보니 약간은 어색한 특수효과

 

[쥬만지]는 '쥬만지'라는 보드 게임을 하면 보드 게임 속의 미션이 실제로 펼쳐진다는 내용의 판타지 영화입니다. 1969년 '쥬만지'를 했던 앨런과 새라. 하지만 앨런이 게임 속 미션으로 인하여 보드 게임 속에 갇히고, 새라는 겁에 질러 '쥬만지' 게임을 그만둡니다.

그리고 26년후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잃은 쥬디(커스틴 던스트)와 피터(브래들리 피어스)는 우연히 '쥬만지'를 발견하고 게임을 시작합니다. 한번 시작했으면 결코 멈출 수가 없는 '쥬만지'. 정글에서 존재하는 무시무시한 모기가 '쥬만지'에서 튀어나오고, 말썽쟁이 원숭이들이 집을 엉망으로 만들자 쥬디와 피터는 얼른 게임을 끝내려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와중에 피터 덕분에 앨런(로빈 윌리암스)이 26년 만에 '쥬만지' 게임에서 탈출합니다. 이제 '쥬만지'를 끝내려면 26년전 앨런과 함께 게임을 시작했던 새라(보니 헌트)도 함께 해야 하는 상황. 더 이상 '쥬만지'는 즐거운 보드 게임이 아닌 생사를 건 모험이 됩니다.

영화의 내용이 마을에 나타난 정글의 동물들이다보니 [쥬만지]는 특수효과의 힘으로 정글 동물들을 만들어냅니다. 말썽쟁이 원숭이, 무시무시한 사자, 그리고 거리를 쑥대밭으로 만드는 코끼리, 코뿔소 무리 등등. 15년 전에는 '우와~'하면서 봤는데, 지금에와서 다시 보니 특수효과가 어색해보입니다. 그만큼 15년전의 특수효과 기술과 현재의 특수효과 기술이 차이가 난다는 것이겠죠. 하지만 그런 약간 어색한 특수효과마저 정감있게 느껴집니다.

 

 

 

웅이와 더 많은 예전 영화를 봐야 겠다.

 

[쥬만지]를 보며 너무나도 즐거워하는 웅이를 보며 저도 참 뿌듯했습니다. 영화의 결말도 웅이가 보기에 딱 알맞을 정도로 착했고, 너무 현란하지 않은 특수효과도 아직은 어린 웅이에게 안성마춤이었습니다.

[쥬만지]를 보며 [에픽 : 숲속의 전설]의 아쉬움을 단숨에 날려버린 웅이. 항상 최신작만 쫓던 제게도 뒤돌아보며 예전 영화를 보시한번 볼 수 있는 여유를 안겨줬습니다. 자, 다음에는 웅이와 어떤 에전 영화를 볼까요? 이거 후보작이 너무 많아 고민됩니다. 그리고 과연 저와 웅이는 [에픽 : 숲속의 전설]을 극장에서 볼 수 있을까요? 자칫 잘못하면 웅이 인생의 처음으로 웅이와 인연이 닿지 않은 영화 1호로 [에픽 : 숲속의 전설]이 자리잡을 지도 모를 위기입니다.

 

 

 

 

 

 

제게 필요한 것은 손가락 추천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진심어린 소중한 댓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