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외이야기들/웅이와 함께하는 추억의 영화

[이너스페이스] - 26년전 버전의 인체에서 살아남기.

쭈니-1 2013. 8. 6. 11:16

 

 

감독 : 조 단테

주연 : 데니스 퀘이드, 마틴 숏, 멕 라이언

 

 

잠들기전 내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달라는 웅이

 

어린 시절 할아버지에게 옛날 이야기를 해달라고 조른 적이 있습니다. 그때 할아버지께서는 굉장히 귀찮은 표정으로 '나중에 해주마'라며 밖으로 외출을 나가셨죠. 어린 마음에 저는 그러한 할아버지의 모습에 상처를 받았습니다. 저희 아버지도, 할아버지도 굉장히 무뚝뚝한 분이셨습니다. 그날 제가 할아버지에게 옛날 이야기를 해달라고 한 것은 무서웠던 할아버지에게 한걸음 더 가까이 가고 싶었던 어린 저의 결단이었는데 결국 거부당한 것이었죠.

저를 닮아서일까요? 웅이는 어렸을적부터 저기 전에 제게 꼭 옛날 이야기를 해달라고 졸랐습니다. 처음엔 웅이가 공룡을 좋아하기에 공룡 이야기를 짜맞춰 이야기를 만들었고, 나중에는 웅이가 <포켓 몬스터>에 푹 빠져서 역시 <포켓몬스터>의 캐릭터들을 짜맞춰 이야기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조금 더 성장하고 나서는 공룡 이야기도, 포켓 몬스터 이야기도 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웅이가 흥미를 느끼지 못했거든요. 그래서 저는 요즘 제가 봤던 영화들을 각색해서 웅이에게 해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요즘 제가 웅이에게 해주는 이야기는 바로 [이너스페이스]입니다.

하지만 영화를 본지 너무 오래되어 내용이 가물가물해졌고, 그래서 결국 [이너스페이스]의 이야기를 끝맺지 못한 저는 대신 웅이에게 [이너스페이스]를 영화로 보여주기로 했습니다. 그렇게해서 일요일 오후, 웅이와 저는 1987년에 만들어진 [이너스페이스]는 나란히 앉아 즐겁게 감상했답니다.

 

 

 

추억의 이름 죠 단테

 

[이너스페이스]는 죠 단테 감독의 영화입니다. 한때 제가 스티븐 스필버그, 로버트 저멕키스 감독과 더불어 굉장히 좋아하던 감독입니다. 그의 영화들을 살펴보면 대표작이 [그렘린]입니다. 작고 귀여운 정체 불명의 생명체 모과이. 하지만 모과이가 물에 닿자 모과이에게 흉측하게 생긴 그렘린이 탄생합니다. 그렘린은 점점 그 수가 불어나고 결국 주인공을 위기에 빠뜨리죠.

[그렘린]은 코미디, 판타지, 그리고 호라 장르가 교묘하게 섞여 있는 오락 영화로, 저희 집에 처음 비디오비젼을 들여 놓았던 역사적인 순간(영화광 쭈니의 탄생), 제가 가장 처음 본 영화가 바로 [그렘린]이었습니다.  

그 외에도 [환상특급], [어메이징 스토리]를 공동 연출했고, [이너스페이스]와 [그렘린 2] 등 학창 시절 제가 열광했던 영화들을 다수 연출하였습니다. 하지만 1998년 [스몰 솔저]의 흥행 실패 이후 그의 신작을 만나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이너스페이스]를 보는 동안 저는 부모님께서 비디오비젼을 구입한 이후 열광적으로 빠져 들었던 80년대 후반의 제 모습이 되어 있었습니다. 제 눈앞에 펼쳐진 새로운 상상력의 세계와 흥미진진한 긴장감, 그리고 유쾌한 웃음까지... 재미있는 것은 제가 [이너스페이스]에 푹 빠져 있는 동안 웅이 역시 [이너스페이스]의 재미에 흠뻑 빠져 있더라는 것입니다. 역시 그 아버지에 그 아들입니다.

 

 

 

인체에서 살아남기

 

[이너스페이스]는 자유분방하고 사고뭉치인 공군 조종사 턱 펜델톤(데니스 퀘이드) 중위가 극비 초소형화 실험 테스트의 비행성 조종사가 되어 토끼의 내부를 투입될 예정이었지만, 악당의 침입으로 인하여 잭(마틴 숏)의 인체 내부에 투입되면서 벌어지는 소동극입니다.

사실 제가 [이너스페이스]를 웅이에게 보여줘도 되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웅이가 즐겨 읽는 책인 '살아남기 시리즈' 중에서 <인체에서 살아남기>라는 서바이벌 만화가 있어기 때문입니다. 사실 저도 <인체에서 살기>를 읽었었는데, 그 책을 읽으며 [이너스페이스]가 생각났었습니다.

본의아니게 잭의 몸 속으로 들어간 턱은 잭의 몸을 해집고 다니며 잭과 함께 칩을 빼앗으려하는 악당들에 맞서 싸워야 합니다. 막상 영화를 보니 제 기억과는 달리 인체에서 턱의 모험이 그다지 상세하게 그려지지는 않았더군요. 하지만 26년전 특수효과 기술로 이 정도까지 만들어낸 것을 보면 역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멋진 데니스 퀘이드, 귀여운 멕 라이언

 

웅이가 턱의 인체 모험기에 푹 빠져 있는 동안 저는 웅이는 결코 느낄 수 없는 색다른 영화의 재미에 푹 빠졌었습니다. 바로 26년전 배우들의 풋풋한 매력입니다.

한때는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잉코 부부였던 데니스 퀘이드와멕 라이언. 사실 [이너스페이스]를 찍었을 당시만해도 데니스 퀘이드는 이미 할리우드의 톱스타였고, 멕 라이언은 떠오르는 신예였습니다. 하지만 멕 라이언이  [이너스페이스]를 찍고 2년후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의 주연을 맡으며 관계가 역전되고 말았습니다.

[이너스페이스]를 보며 데니스 퀘이드의 훤칠한 외모와 멕 라이언의 귀여운 미소를 보고 있으니 다시 예전의 너무나도 귀여웠던 로맨틱 코미디 여왕의 귀환을 보는 것만 같았습니다. 최근 인정사정 없이 망가진 멕 라이언의 얼굴을 생각하며 그땐 정말 저렇게 귀여웠었는데... 라는 안타까운 마음까지 들었습니다. 아마 멕 라이언도 할 수만 있다면 [이너스페이스] 시절로 되돌아가고 싶을 듯...

그리고 [이너스페이스]를 본 후 또 다른 수확이라면 웅이에게 해줄 재미난 이야기 거리가 하나 더 떠올랐다는 것입니다. 다음번에는 웅이에게 죠 단테 감독의 대표작 [그렘린]을 이야기해줘야 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그렘린]을 다시 복습해야할 듯. ^^

  

 

 

 

 

 

제게 필요한 것은 손가락 추천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진심어린 소중한 댓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