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야마자키 타카시, 야기 류이치
더빙 : 미즈타 와사비, 오오하라 메구미
개봉 : 2015년 2월 12일
관람 : 2015년 4월 11일
등급 : 전체 관람가
도라에몽, 나 그리고 웅이
'도라에몽'이 일본에서 처음 연재를 시작한 것이 1969년입니다. 제가 태어나기도 전의 일이죠. 처음엔 어린이 잡지의 단편 만화로 시작되었던 '도라에몽'은 이후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1973년부터는 TV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현재까지 천여편이 넘는 에피소드가 절찬리에 방영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고보니 TV 애니메이션으로만 따진다면 '도라에몽'과 제 나이가 같네요.
어린시절 저는 '도라에몽'에 열광하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가끔 '도라에몽'을 TV 애니메이션으로, 만화책으로 본 기억이 남아 있을 뿐입니다. 그렇기에 성인이 되면서 '도라에몽'은 제 기억 속에서 추억의 캐릭터 정도로만 남았었습니다. 그랬던 '도라에몽'이 다시 제 일상속으로 들어온 것은 당연하게도 웅이 때문입니다.
웅이가 여섯살이었던 2008년. 저는 무작정 웅이와 영화를 보겠다며 극장으로 나섰습니다. 지금 웅이는 "영화보러 가자!"라고 한다면 "좋아요!"라며 군말없이 따라 나왔지만, 당시 웅이는 캄캄한 극장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싫어요!"라며 저를 섭섭하게 만들곤 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웅이도 [극장판 도라에몽 : 진구의 마계대모험 7인의 마법사]가 보고 싶다며 극장으로 저를 따라 나선 것입니다.
[극장판 도라에몽 : 진구의 마계대모험 7인의 마법사]외에도 2009년에는 [극장판 도라에몽 : 진구의 공룡대탐험]도 함께 극장에서 봤습니다. '포켓 몬스터'를 제외하고는 웅이와 함께 극장에서 가장 많이 만난 캐릭터가 '도라에몽'인 셈입니다.
이제 웅이도 '도라에몽'을 떠나보낼 때가 왔다.
제가 그러했듯이 웅이도 점점 성장합니다. '포켓 몬스터'에 열광하던 웅이는 '아이언맨'을 더 좋아하는 열세살 청소년이 된 것입니다. 당연히 '도라에몽'에 대한 웅이의 관심도 시들해졌습니다. 제가 그랬듯이 웅이에게도 '도라에몽'은 추억의 캐릭터로 자리 잡게 될 것입니다. 어쩌면 웅이가 어른이 된 후 아들 때문에 이 추억의 캐릭터를 다시 일상속으로 끄집어내야 할 때가 올지도...
제가 [도라에몽 : 스탠바이미]를 보기로 결심을 한 것은 그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그래도 한때 웅이를 즐겁게 했던 '도라에몽'을 그냥 이렇게 잊어 버리는 것보다는 [도라에몽 : 스탠바이미]를 마지막으로 보며 추억 속으로 떠나보내고 싶었던 것입니다.
마침 [도라에몽 : 스탠바이미]는 '도라에몽' 사상 처음으로 셀애니메이션이 아닌 3D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영화이며, 영화의 내용도 '도라에몽'(미즈타 와사비)이 처음으로 진구(오오하라 메구미)를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라고 합니다. '도라에몽'을 추억 속으로 떠나보내기엔 안성맞춤인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도 몰랐던 '도라에몽'의 처음
사실 '도라에몽'은 잘 알고 있지만, '도라에몽'이 왜 진구의 집에 오게 되었는지, '도라에몽'에게 왜 그런 특별한 능력이 있는지, 저는 알지 못했습니다. 사실 그런 것들을 알아야할 이유도 없었고요. 그저 진구와 친구들이 '도라에몽'의 특별한 능력으로 멋진 모험을 하는 것으로 만족했었으니까요. 어쩌면 '도라에몽'을 즐겼던 많은 분들이 저와 같지 않을까요?
[도라에몽 : 스탠바이미]는 어느덧 탄생한지 46년이 지난 '도라에몽'의 처음 이야기에 다시금 관심을 갖고 들여다본 영화입니다. 진구의 4대손인 장구는 타임머신을 타고 고양이형 로봇 '도라에몽'과 함께 조상인 진구를 찾아옵니다. 그가 진구를 찾은 이유는 성인이된 진구의 사업실패로 인한 가난을 바로잡기 위해서입니다.
장구는 '도라에몽'을 진구에게 남겨두고 떠납니다. '도라에몽'의 임무는 진구를 행복하게 하는 것. 하지만 공부도 못하고, 운동신경도 둔하고, 덜렁대고, 소심한 진구는 '도라에몽'이 그 어떤 노력을 해도 한결같이 찌질할 뿐입니다. 어서 빨리 미래로 돌아가고 싶은 '도라에몽'은 결국 진구가 이슬이를 좋아하고, 진구와 이슬이가 결혼해야만 진구가 행복할 수 있음을 알게 됩니다.
결국 이 모든 모험은 이슬이를 향한 진구의 사랑 때문이다?
사실 조금 의외였습니다. 뭔가 '도라에몽'에겐 대단한 임무가 있을줄 알았는데... 고작 진구의 행복이 임무라니... 게다가 만약 진구가 예정된 여성과 결혼하지 않고 이슬이와 결혼하는 것으로 미래가 바뀐다면 진구의 4대손인 장구는 태어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요? ([백 투 더 퓨쳐]처럼...) 그리고 미래를 바꾸는 엄청난 범죄를 막으려는 사람은 사람은 왜 아무도 없으며, 왜 진구에게만 그러한 특권을 누리게 된 것일까요?
하지만 이런 디테일한 의문은 사실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도라에몽 : 스탠바이미]가 어린이를 위한 애니메이션임을 잊어서는 안되겠죠. 어찌되었건 [도라에몽 : 스탠바이미]는 영화의 초반 찌질해도 너무 찌질해서 짜증이 날 정도였던 진구의 캐릭터와, 그러한 진구가 남을 생각하는 착한 심성 하나만으로 이슬이의 사랑을 획득하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으면 역시나 어린이 애니메이션답다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다행히도 웅이는 만족스러운 눈치입니다. 영화를 보지 못한 구피에게 "엄마, '도라에몽'이 왜 진구네 집에 가게 된 줄 아세요?"라며 영화 이야기를 해주는 것을 보니 말입니다. 이렇게 웅이와 함께 했던 '도라에몽'을 저희 가족은 이렇게 추억속으로 가슴 깊에 간직하게 되었습니다. 먼훗날 웅이의 아들, 딸로 인하여 다시금 일상 밖으로 나올때까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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