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5년 아짧평

[백설공주 살인사건] - SNS라는 괴물의 폭력을 당신은 이겨낼 수 있나?

쭈니-1 2015. 4. 10. 16:18

 

 

감독 : 나카무라 요시히로

주연 : 이노우에 마오, 아야노 고, 아라이 나나오

개봉 : 2015년 2월 12일

관람 : 2015년 4월 9일

등급 : 15세 관람가

 

 

새로운 폭력의 수단이 된 SNS

 

최근 프로야구 구단인 KIA 타이거즈의 윤완주 선수가 자신의 SNS에 특정 인물을 비하하는 일베발언을 올렸다가 KBO로부터 3개월 자격정지라는 중징계를 당했습니다. 윤완주 선수는 '몰랐다'고 해명을 했지만, 이미 여론은 그에게서 등을 돌렸고, 3개월 자격정지가 풀린다고해도 그가 다시 프로야구 선수로 예전처럼 팬들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영국의 명문 프로축구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의 감독인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왜 SNS로 다른 사람을 성가시게 하는지 이해가 안된다. 그럴 시간에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는 게 낫다. SNS는 심각한 시간 낭비에 불과하다." 솔직히 윤완주 선수처럼 SNS로 인하여 물의를 빚는 유명인들의 기사를 읽다보면 저 역시도 그런 생각을 합니다. 그깟 SNS가 뭐길래...

그러한 SNS 시대를 반영하듯이 비슷한 시기에 SNS를 폐단을 소재로한 영화가 두편이 개봉했습니다. 하나는 홍석재 감독의 우리나라 영화인 [소셜포비아]이고, 또다른 하나는 일본영화인 [백설공주 살인사건]입니다. 이 두 영화는 모두 SNS로 인하여 진실이 왜곡되는 현장을 생생하게 잡아내고 있으며, SNS로 인하여 우리 모두 피해자도, 가해자도 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백설공주가 죽었다. 마녀를 잡아라.

 

[백설공주 살인사건]은 어느 공원에서 잔인하게 칼에 찔린 후 불태워 죽은 미키 노리코(아라이 나나오)의 죽음으로 시작합니다. TV프로그램의 계약직 조연출이자 열혈 트위터리안인 아카호시 유지(아야노 고)는 동창인 카리노 리사코(렌부츠 미사코)의 연락을 받습니다. 그녀의 회사 선배가 살인을 당했고, 그로인해 경찰 조사를 받았다는...

리사코의 전화에 흥미를 느낀 유지는 노리코 살인사건을 직접 조사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리사코의 증언을 통해 노리코의 회사 동료이자, 그녀에게 애인을 빼앗겼던 시로노 미키(이노우에 마오)가 유력한 용의자임을 밝혀냅니다.

여기에서 한가지 중요한 키포인트가 있습니다. 어쩌면 노리코 살인사건은 평범한 살인사건으로 끝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미모와 그녀가 '백설공주' 비누회사에 근무중이었던 점으로 인하여 '백설공주 살인사건'으로 화제를 모았고, 결국 사람들은 아름답고 착하기까지한 '백설공주'를 죽인 마녀를 찾는데 혈안이 됩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행방이 묘연한 시로노 미키가 마녀로 지목됩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진실일까?

 

'백설공주 살인사건'이 화제가 되자 유지는 노리코 살인사건에 더욱 집착합니다. 노리코와 미키가 다녔던 비누회사 사람들을 인터뷰하기도 하고, 노리코의 고향으로 내려가 마녀로 지목된 그녀의 과거에 카메라를 들이대기도 합니다. 영화는 철저하게 유지의 시선으로 진행되고, 관객 입장에서도 유지가 진실을 쫓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정답은 유지와 인터뷰를 하던 리사코의 한마디에 있습니다. "솔직히 정말 시로노 선배가 범인이라면 좋겠어. 정체 모를 스토커 짓이면 무서워서 어떻게 다녀. 밤에 잠도 못 잘 것 같고." 그렇습니다. 사람들은 진실이 자신에게 유리하기를 바랍니다. 그냥 시로노 미키가 범인이었으면 좋겠다고 태연하게 이야기하는 리사코처럼, 유지도 자신이 직접 취재한 '백설공주 살인사건'이 계속 화제가 되기 위해서는 시로노 미키가 범인이어야 했습니다.

이러한 설정은 [소셜포비아]와 비슷합니다. [소셜포비아]에서 지웅(변요한)과 용민(이주승)은 '레나(하윤경)의 죽음은 자살이 아닌 타살이다.'라는 진실을 먼저 만들어 놓고, 자신들이 원하는 진실에 증거와 주변 상황을 짜맞춰나갑니다. [백설공주 살인사건]에서도 유지는 마치 진실을 뒤쫓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시로노 미키가 범인이다.'라는 진실을 만들어 놓고 다른 모든 것을 짜맞추고 있는 것입니다.

 

 

유지에게서 벗어나자 진실이 보인다.

 

[백설공주 살인사건]은 중반까지 유지의 시선으로 영화를 진행시킵니다. 그리고 의심의 여지없이 시로노 미키가 범인이라고 설득합니다. 저 역시도 이 영화에 반전이 있음을 알기에 시로노 미키가 범인이 아닐 것이라 끊임없이 의심했지만, 영화가 진행되면 될수록 그냥 그녀가 범인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영화의 중반 이후 유지의 시선에서 영화가 벗어나면서 서서히 진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시로노 미키와 대학동창이었던 마에타니 미노리가 유지에게 항의 편지를 보내고, 시로노 미키와는 어릴적부터 친구였던 타니무라 유코에게 시로노 미키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으며 [백설공주 살인사건]은 점차 '시로노 미키가 범인이다.'라고 단정지은 유지의 시선에서 벗어나기 시작합니다.

바로 이 부분에서 나카무라 요시히로 감독은 SNS와 방송이 만들어낸 진실의 허상을 낱낱히 까발립니다. 유지와의 인터뷰를 마칠때 타니무라 유코는 이런 말을 합니다. "내가 한 말 사실인 것 같아? 이걸 알아 둬. 기억은 조작되기도 해. 사람들은 자기 유리한대로 말하지. 중요한 게 뭔지 잊지 마." 실제로 유지와 인터뷰를 했던 사람들의 증언은 물론, 유지가 촬영한 인터뷰 영상조차도 방송에서 자신에게 유리하게 편집됩니다. 자! 그렇다면 과연 진실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내가 진실에 접근하는 방법 (스포 포함)

 

영화의 중후반, 그동안 행방이 묘연했던 시로노 미키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고 자신의 입으로 진실을 밝히면서 비로서 [백설공주 살인사건]은 사건의 진실을 드러냅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노리코을 살인한 범인도 밝혀집니다.

사실 저는 스릴러 영화를 볼땐 항상 그러했듯이 범인을 미리 추리했습니다. 영화 초반만 하더라도 제가 추리한 진실은 두개로 나눠었습니다. 첫번째는 '미키 노리코가 살아있다.'입니다. 제가 그렇게 추리할 수 있었던 것은 10여차례 칼에 찔린 시체가 불에 태워졌다는 상황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스릴러 영화에서 시체를 불에 태우는 이유는 시체의 신원을 감추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됩니다. 하지만 '미키 노리코가 살아있다.'라는 추리는 경찰이 피해자의 신원을 금방 알아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신빙성이 없습니다.

두번째 추리는 '카리노 리사코가 범인이다.'입니다. 제가 그렇게 추리한 이유는 애초에 시로노 미키를 범인으로 몰아넣은 장본인이 그녀이기 때문입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유지는 그저 그녀의 장단에 놀아났고, 리사코의 의도에 맞춰 진실을 짜맞추는 역할을 해냈던 것입니다. 그러한 추리가 있었기에 마지막 반전에서 저는 그다지 놀라지는 않았습니다.

 

 

 

SNS의 폭력을 이겨낼 수 있는 원동력

 

제가 영화의 반전을 미리 알아맞췄다고 해서 [백설공주 살인사건]이 실망스러운 스릴러 영화인 것은 아닙니다. 똑같은 기억이 각자 다른 사람들에 의해 다르게 조작되는 모습과 SNS와 방송이 진실을 왜곡하는 과정을 이 영화는 정교하게 잡아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반전이 공개된 이후에 모든 퍼즐이 맞춰지는 장면도 정말 좋았습니다.

특히 시로노 미키와 타니무라 유코가 동화 <빨간머리 앤>에서 앤과 다이아나가 서로 그랬던 것처럼 서로에게 신호를 보내는 장면은 가슴 찡한 여운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빨간머리로 인하여 놀림을 당하던 앤이 다이아나와 우정을 쌓으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했듯이 미키와 유코는 그렇게 서로에게 의지하며 지난 상처를 지워나갈 것입니다.

SNS는 이제 새로운 폭력의 수단이 되었습니다. 시로노 미키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백성공주'를 죽인 마녀가 되었고, 모든 진실이 밝혀진 이후에는 유지가 새로운 타깃이 됩니다. 이렇게 SNS는 모든 사람을 가해자로 만들기도 하고, 순식간에 피해자로 둔갑시키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우리가 SNS라는 괴물에게 무조건 당하지만은 없을 것입니다. 우연히 마주친 유지에게 "좋은 일은 있을 거예요."라며 환한 미소로 용기를 주는 미키의 마지막 모습처럼... SNS라는 괴물에 의한 폭력은 스마트폰 화면이 아닌 사람과 사람간의 직접적인 관계만이 이겨낼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