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5년 아짧평

[나이트 크롤러] - 내 인생에서 최악의 날에는 그를 만나지 않기를...

쭈니-1 2015. 4. 2. 15:44

 

 

감독 : 댄 길로이

주연 : 제이크 질렌할, 르네 루소, 빌 팩스톤, 리즈 아메드

개봉 : 2015년 2월 26일

관람 : 2015년 3월 30일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당신은 TV 뉴스, 신문기사를 얼마나 믿나?

 

가끔 TV 뉴스나 신문기사를 읽다보면 과연 저 뉴스가, 기사가 진실일까? 라는 의문이 들 때가 있습니다. 예전에는 '설마 뉴스에서, 신문에서 거짓말을 하겠어?'라는 생각에 무작정 믿었었는데, 요즘은 일단 의심부터 하고 봅니다. 

저는 뉴스, 신문은 사실 그대로만 보도하고 기사화되어야 하고, 그것에 대한 판단은 시청자와 독자에게 맡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방송사와 신문사의 주관적 판단이 뉴스와 신문에 개입되면서 보수언론과 진보언론으로 나뉘고, 그들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같은 뉴스도 다른 시각으로 보도되고, 기사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 것입니다. 도대체 무엇을 믿어야 하고, 무엇을 의심해야하는지 알 수가 없는 이러한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죠.

[나이트 크롤러]는 '당신이 본 뉴스는 진실인가?'라는 도발적인 질문을 관객에게 던지는 영화입니다. 지난 2월에 개봉한 기대작이었지만 아쉽게 극장에서 놓쳤던 이 영화는 개봉 전부터 제이크 질렌할의 연기가 굉장하다는 평을 받았던 영화이기도 합니다.

 

 

 

제이크 질렌할에게 이렇게 무서운 얼굴이 있는줄 몰랐다.

 

월요일 밤의 나른함을 이기기 위해 선택한 [나이트 크롤러]. 하지만 막상 영화가 끝난후 그 잔상이 너무 오래 남아 그날밤 잠을 설치기까지 했습니다. 그만큼 [나이트 크롤러]는 제게 굉장이 인상적인 영화였습니다.

[나이트 크롤러]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이전에 먼저 제이크 질렌할의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해야할 것 같습니다. 제이크 질렌할은 블록버스터 재난영화인 [투모로우]에서 기후학자인 잭(데니스 퀘이드)의 아들 샘으로 제게 얼굴을 알렸습니다. 그는 이후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파격적인 변신을 하더니 [페르시아의 왕자 : 시간의 모래], [러브 & 드럭스], [소스 코드], [프리즈너스]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탄탄한 연기력을 선보였습니다.

하지만 [나이트 크롤러]를 보고나니 이전의 그의 연기는 [나이트 크롤러]와 비교한다면 별 것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처음 시작에서부터 제이크 질렌할의 무표정한 얼굴은 저를 섬뜩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는 영화 내내 감정기복을 표정에 잘 나타내지 않으면서 끔찍한 범죄를 저지고, 자신의 범죄에 차분한 목소리로 정당성을 부여하기도 합니다. [나이트 크롤러]를 보는 내내 저는 '제이크 질렌할에게 저렇게 무서운 얼굴이 있었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루이스의 일상을 뒤쫓는 이 영화의 방식

 

[나이트 크롤러]는 철조망, 맨홀 등을 훔쳐 파는 좀도둑 루이스 블룸(제이크 질렌할)의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그는 그저 단순한 좀도둑이 아닙니다. 철조망을 훔치다가 경찰에게 걸리자 주저하지 않고 경찰을 공격해서 죽이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살인도 불사하는 그런 인간입니다.

그런 그가 교통사고 현장에서 특종이 될만한 사건현장을 카메라에 담아 TV매체에 팔아넘기는 일명 '나이트 크롤러'인 조 로더(빌 팩스톤)을 만나게 되고, 곧바로 '나이트 크롤러'가 돈이 될 것이라고 판단합니다. '나이트 크롤러'가 되기로 결심한 그는 치밀하고 집요하게 준비하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결국 지역채널의 보도국장 니나(르네 루소)의 눈에 띄어 본격적으로 '나이트 크롤러'의 길에 들어섭니다.

흥미롭게도 댄 길로이 감독은 루이스의 일상을 뒤쫓는데 있어서 관객이 그를 '나쁜놈'이라는 선입견을 가질만한 요소들을 생략합니다. 예를 들어서 영화의 오프닝에서 루이스가 경찰을 죽이는 장면도 의도적으로 건너뛰고 루이스가 경찰의 시계를 차고 있는 장면으로 전환되는 식입니다. 그러한 루이스의 일상을 뒤쫓는 댄 길로이 감독의 방식은 관객으로 하여금 '나이트 크롤러'로써 점차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는 루이스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게끔 만듭니다.

 

 

 

자극적인 뉴스를 위해 점점 과해지는 루이스의 행동들

 

이렇게 객관적인 시선으로 무미건조한 루이스의 일상을 뒤쫓다보면 시청률을 위해 점점 자극적인 뉴스를 찾는 루이스의 과한 행동들을 만나게 됩니다. 처음 그는 조 로더보다 사건 현장을 가깝게 찍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랬던 그가 점점 사건 현장에 몰래 들어가 범행 장소를 찍기도 하고, 급기야는 교통사고로 죽은 시체의 위치를 옮기게 좀 더 좋은 각도를 연출하기도 합니다.

그러한 루이스의 행동은 분명 과한 면이 있긴 하지만 범죄라고 하기엔 애매합니다. 하지만 방송국과 계약기간 만료일이 다가오자 시청률 올리기에 더욱 매달리는 니나와 더불어 루이스의 행동도 자극적인 뉴스 영상을 만들기 위해 점점 도가 지나친 행동을 하기 시작합니다.

우연히 경찰보다 빨리 도착한 총격 사건 현장인 그라나다 힐스에서 범인의 모습과 범행 장소와 피해자들의 시체까지 꼼꼼하게 카메라에 담은 그는 니나를 기쁘게할만한 특종을 건져 올리지만, 경찰과 방송국에 범인의 모습을 담긴 영상은 공개하지 않습니다. 범인 체포 영상을 찍어 제2의 특종을 노리기 위해서입니다. 이는 엄연히 범인은닉죄이며, 그러한 루이스의 행동으로 인하여 범인과 총격전을 벌이던 경찰관이 사망합니다. 하지만 루이스는 태연하게 말합니다. 특종을 위해 어쩔 수 없다고...

 

 

 

인생에서 최악의 날에 그를 만나게 될 것이다.

 

루이스의 범인 은닉을 의심한 경찰이 루이스를 신문합니다. 그는 루이스에게 "당신의 정보를 숨겼어요. 그라나다 힐스에서 범인의 얼굴과 자동차를 본 거죠. 그리고 좋은 취재거리가 나올 때까지 기다렸어요. 살인을 한 셈이죠"라며 몰아부칩니다. 하지만 루이스는 오히려 무표정한 얼굴로 "인생에서 최악의 날에 저를 만나게 될 겁니다."라고 맞받아칩니다. 

그 순간 저는 등골이 서늘해짐을 느꼈습니다. 자신의 경쟁자였던 조 로더가 교통사고를 당해 구급차에 실려가는 모습을 찍던 루이스의 표정, 자신의 조수였던 릭이 죽어가는 순간을 찍으며 냉정하게 내뱉는 한마디. 이 모든 것은 마치 우리 사회에 만연해있는 거짓되고 조작된 언론의 섬뜩함을 대변하는 것 같았습니다.

루이스가 이야기한 인생에서 최악의 날이란 교통사고, 총격전, 화재사고 등 루이스가 좋아할만한 자극적인 사건 사고 현장의 피해자가 되는 날을 뜻합니다. 내가 사건, 사고의 피해자가 되어 쓰러져있는데 누군가가 도와주지 않고 카메라를 들이밀며 영상을 찍어댄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런 생각을 하니 그날 밤 잠이 오지 않을 정도로 소름이 끼쳤습니다. 그렇기에 [나이트 크롤러]는 그 어떤 공포 영화보다도 제겐 섬뜩한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