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실뱅 쇼메
주연 : 귀욤 고익스, 앤 르니, 베르나데트 라퐁, 헬렌 벤상
개봉 : 2014년 7월 24일
관람 : 2015년 3월 19일
등급 : 전체 관람가
내가 이 영화를 '기타 등등'으로 선정한 이유
매주 새로운 영화가 개봉하면 저는 이들 영화를 대략 네가지로 구분합니다. 첫번째는 무조건 극장에서 봐야할 기대작입니다. 이들 영화는 거의 100% 확률로 극장에서 봅니다. 두번째는 기대작이지만 시간이 되면 극장에서 봐야할 영화입니다. 이들 영화의 경우는 50%이상의 확률로 극장에서 봅니다. 세번째는 나중에 다운로드로 볼 영화들입니다. 이들 영화는 극장에서 볼 확률은 30% 미만이지만, 나중에 다운로드 시장에 출시되면 거의 챙겨서 보려고 노력합니다.
마지막 구분은 바로 기타 등등입니다. 기타 등등으로 구분된 영화는 제가 전혀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는 영화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따라서 극장에서 볼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고 다운로드 시장에 출시되어도 무시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2014년 7월 24일 개봉한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은 기타 등등으로 구분한 영화입니다. 그만큼 이 영화는 제가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은 영화였는데, 그 이유는 프랑스 영화는 어렵다는 편견이 한 몫을 했고, 제목도 그다지 호감적이지 않았습니다.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이라는 제목은 '엠마뉴엘 부인' 혹은 '마담 보봐리'와 같은 프랑스 에로 영화의 분위기를 풍겼던 것입니다. 게다가 '비밀정원'이라니... 프루스트 부인과 비밀정원에서 뭘 하겠다는 것일까요? (차라리 원제인 '아틸라 마르셀'이 나을 뻔했습니다.)
뒤늦게 나의 오해를 깨닫다.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에 대한 제 우스꽝스러운 오해는 얼마지나지 않아 깨졌습니다. 이 영화는 적은 개봉관에서 상영했음에도 불구하고 관객의 호평을 받으며 14만 관객을 동원하는 성과를 냈습니다. 제 블로그 이웃 중에서도 이 영화를 추천하시는 분들이 많았고요. 게다가 감독이 [일루셔니스트]라는 애니메이션으로 가슴 따뜻한 감성을 안겨준 실뱅 쇼메 감독이라니...
그러한 사실을 알고부터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은 나중에 다운로드로 볼 영화로 등급이 상향조정되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어제 드디어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 영화가 개봉한지 8개월만의 일입니다.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은 2살때 부모님을 잃은 후 두 이모에게 키워진 벙어리 피아니스트 폴(귀욤 고익스)이 같은 아파트의 4층에 사는 프루스트(앤 르니) 부인을 만나며 과거의 트라우마와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영화 속의 캐릭터는 조금 기묘하지만, 아름다운 화면과 유쾌한 스토리 진행, 그리고 가슴 따뜻해지는 감동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그런 영화입니다.
몽환적인 분위기로 그려진 기억, 그리고 트라우마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의 오프닝은 한 아기의 시선으로 아버지와 어머니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상당히 몽환적으로 그려진 이 오프닝에서 아기는 이제 막 말을 시작하려하고, 아기의 엄마는 말을 하려는 아기를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봅니다. 하지만 아기의 아빠는 무서운 표정으로 아기를 깜짝 놀라게 만듭니다. 이것은 폴의 내면 깊숙이 자리 잡은 아버지, 어머니에 대한 기억입니다.
폴은 어머니를 그리워하지만 아버지는 본능적으로 거부합니다. 그의 이모들이 찬장 정리하다가 찾았다며 아버지, 어머니가 함께 찍은 사진을 주자 폴은 가위로 어머니의 모습만 오려냅니다. 아버지가 폴을 학대했을 것이라 예상되는 부분입니다.
죽은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폴에게 프루스트 부인은 자신의 최면 요법으로 어머니를 만나게 해주겠다고 제안합니다. 그리고 폴은 아기였던 시절의 기억 속 깊숙히 자리잡은 너무나도 그리운 어머니의 기억을 만나게 됩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폭력적인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그를 괴롭힙니다. 그러면서 폴은 점차 변해갑니다.
기묘한 캐릭터, 그리고 유쾌한 분위기
사실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의 캐릭터들은 상당히 기묘합니다. 주인공인 폴은 30대의 몸을 가졌지만, 행동과 생각은 성장을 멈춘 어린아이같습니다. 말을 하지 못하는 그는 매일 똑같은 일을 반복하고, 간식인 '슈케트'에 집착합니다. 그를 친자식처럼 키우는 애니(베르나데트 라퐁)와 안나(헬렌 밴상) 또한 기묘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폴이 프루스트 부인의 집에서 야채를 가져오자 야채 중독증에 걸렸다며 걱정하는 부분은 그녀들의 신기한 정신세계를 엿볼 수 있습니다.
프루스트 부인도 정상적인 캐릭터는 아닙니다.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녀는 인도로 여행을 갔다가 부처를 만났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녀는 약초에 의한 최면요법으로 사람들의 트라우마를 치료하지만, 자신의 암을 극복하지는 못합니다. 폴과 사랑에 빠지는 중국인 입양아 미셀까지...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에는 정상적인 캐릭터가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기묘한 캐릭터가 만들어내는 유쾌한 분위기는 우리가 흔히 보는 미국 영화에서는 느낄 수 없는 영화적 재미입니다. 스토리 라인은 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를 가진 폴이 기억속의 두려움과 맞서는 약간은 어두운 내용이지만, 몽환적이고,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어두운 이야기는 판타지와 뮤지컬로 변형되어 영화를 보는 저를 기분좋게 만들었습니다.
당신의 기억을 믿을 수 있는가?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의 놀라운 점은 또 있습니다. 그것은 폴의 기억이 왜곡되었다는 마지막 반전을 통한 예상 외의 결말입니다. 프루스트 부인이 남기고 간 약초가루를 통해 기억 속의 트라우마인 아버지와 정면으로 맞서려 했던 폴은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왜곡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사실 아버지는 폭력적이고 무서웠던 사람이 아닌, 어머니와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와중에 부모의 죽음에 대한 충격적인 사실과도 마주하게 됩니다. 이 부분에서 편안하게 영화를 관람했던 저는 예상하지 못했던 반전에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몽환적인 기묘한 코미디에서 그러한 반전을 준비했을줄이야...
그러나 폴은 더이상 도망치지 않습니다. 그가 미셸과 결혼하여 새로운 삶을 사는 마지막 장면은 그렇기에 찡한 감동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폴이 자신의 어린 딸에게 활짝 웃어주는 장면은 그의 아버지도 그랬다면 폴에게 트라우마를 남기지 않았을텐데... 라는 짙은 여운을 안겨줍니다. 아기를 향해 '파파'라고 이야기하는 폴. 그의 목소리와 함께 영화는 끝이 납니다. 목소리를 되찾은 그는 더이상 기억 속의 왜곡된 트라우마에 시달리지 않을 것입니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영화를 저는 왜 이제서야 본 것일까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에 대한 제 우스꽝스러운 선입견이 원망스러울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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