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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 - 매너가 멋진 스파이 영화를 만든다.

쭈니-1 2015. 2. 27. 18:05

 

 

감독 : 매튜 본

주연 : 태론 에거톤, 콜린 퍼스, 사무엘 L. 잭슨, 소피아 부텔라

개봉 : 2015년 2월 11일

관람 : 2015년 2월 26일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드디어 구피가 출근을 하던 날.

 

지난 1월 28일 혼자 [빅 아이즈]를 본 이후 거의 한달만에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를 보기 위해 평일 밤, 혼자 극장으로 향하였습니다. 물론 그 동안 주말 낮에 웅이와 극장에서 [주피터 어센딩]을 시작으로 [7번째 아들], [조선명탐정 : 사라진 놉의 딸]을 봤지만, 평일 밤에 혼자 여유롭게 극장으로 향한 것은 정말 오랜만인 셈입니다.

제가 2월 한달간 극장 출입을 자제하겠다는 결심에서 이렇게 해방될 수 있었던 것은 2월 3일 수술 이후 집에서 요양중이던 구피가 2월 26일, 오랜 요양을 끝내고 회사에 출근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퇴근 후 구피는 수술 부위가 아프다며 울상이었지만, 거의 한달동안 이날만을 기다린 저로써는 더이상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의 관람을 미룰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서운해하는 구피는 놔두고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극장으로 향했습니다. 

제가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를 이렇게 간절히 보고 싶었던 이유는 매우 많습니다. 일단 이 영화는 매튜 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는 이유만으로도 개봉 전부터 제 기대작이었습니다. 2007년 [스타더스트]를 통해 혜성같이 등장한 매튜 본 감독은 이후 [킥 애스 : 영웅의 탄생], [엑스맨 : 퍼스트 클래스]등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한 영화에서 엄청난 능력을 발휘한 실력자입니다.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 또한 미국 그래픽 노블계의 거장인 마크 밀러의 <킹스맨 : 시크릿 서비스>를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마크 밀러의 그래픽 노블은 이미 [원티드], [킥 애스 : 영웅의 탄생], [킥 애스 2 : 겁 없는 녀석들]을 통해 영화화 되었으며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는 그의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한 네번째 영화이자, 매튜 본 감독과의 두번째 만남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뿐만이 아닙니다.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는 청소년 관람불가라는 흥행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관람 등급을 가졌으면서도 설연휴 극장가의 왕좌를 차지한 [조선명탐정 : 사라진 놉의 딸]을 흥행 성적에서 시종일관 압박하였으며, 결국 입소문을 바탕으로 현재 쟁쟁한 신작을 제치고 일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매튜 본이라는 믿을만한 감독의 연출작에, 입소문을 통한 흥행 성공까지...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는 도저히 제가 보지 않고는 베길 수 없는 요소들을 여럿 가지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액션 영화하고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만 같았던 콜린 퍼스가 주연을 맡았다는 점과 코믹한 스파이 액션영화이면서도 청소년 관람불가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 등... 이러한 요소들이 오랜만의 나홀로 극장나들이에서 신작들을 제치고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입니다.

 

 

콜린 퍼스에게서 느껴지는 니콜라스 케이지와 맷 데이먼의 향기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는 시작과 동시에 가장 먼저 콜린 퍼스의 깜짝 놀랄만한 연기 변신으로 저를 사로 잡았습니다. 그 동안 콜린 퍼스는 훈훈하고 정감있는 캐릭터를 주로 연기했습니다. 그 대표적인 영화가 바로 [러브 액츄얼리]입니다. 이 영화에서 그는 여자친구의 외도를 목격하고 실의에 빠졌다가 포르투갈인 가정부 오렐리와 사랑에 빠지는 소설가 제이미(콜린 퍼스)를 연기하며 깊은 인상을 안겨줬습니다.

[러브 액츄얼리]뿐만이 아닙니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 [내니 맥피 : 우리 유모는 마법사], [맘마 미아] 등 콜린 퍼스의 필모그래피는 훈훈한 영화로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말더듬이 콤플렉스를 극복하는 영국의 왕 조지 6세를 연기한 [킹스 스피치]는 콜린 퍼스에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안겨줌과 동시에 훈훈하고 정감있는 배우의 이미지를 굳혀주기도 했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에 콜린 퍼스가 출연하는 소식을 듣고 어울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으며, 정작 영화에서 콜린 퍼스는 액션 연기 대신 요원들을 훈련시키는  전설적 베테랑 요원 역할에 그칠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제 예상은 영화 시작부터 여지없이 깨져버렸습니다. 해리(콜린 퍼스)가 경찰서에 구치된 에그시(태런 애거튼)를 구제한 이후 술집에서 에그시를 괴롭히는 깡패 패거리들을 혼쭐내주는 장면은 제 입을 쩍 벌어지게 했습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해리의 교회 학살씬은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습니다. 저렇게 푸근한 외모에서 입을 다물수 없게 만드는 멋진 액션이 가능하다니... 

그러한 콜린 퍼스에게서 저는 과거 [라스베가스를 떠나며]의 알코올 중독자 연기를 통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후 [더 록], [콘 에어]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액션 연기를 멋지게 소화해냈던 니콜라스 케이지와 [굿 윌 헌팅], [리플리]의 훈남에서 [본 아이덴티티]로 대체 불가한 제이슨 본을 연기한 맷 데이먼이 떠올랐습니다. 이들 모두 연기파 배우에서 액션 배우로 활동 영역을 넓힌 경우입니다. 

하지만 현재 니콜라스 케이지는 [더 록]과 [콘 에어]의 흥행 성공 이후 너무 액션 연기에만 치중한 나머지 지금은 3류 액션 배우로 전락해 버렸다는 점을 감안해야 겠죠. 그 대신 콜린 퍼스가 맷 데이먼처럼 드라마, 액션을 오고가며 폭넓은 연기를 펼친다면 영화를 사랑하는 저와 같은 사람들에겐 큰 선물이 될 것입니다.

 

 

이 영화가 청소년 관람불가일 수 밖에 없는 이유

 

만약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가 12세 관람가 영화였다면 저는 이 영화를 설연휴에 웅이와 함께 일찌감치 관람했을 것입니다.  당시만해도 기나긴 설연휴 기간동안 웅이와 함께 극장에서 볼 수 있는 영화라고는 [조선명탐정 : 사라진 놉의 딸]뿐이라는 점 때문에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의 관람등급이 원망스러웠었습니다.

그렇기에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를 보러 가면서 저는 "도대체 왜 이 영화가 청소년 관람불가인거야?"라는 심정으로 영화를 봤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제 궁금증이 해소되는 데에는 그다지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아르헨티나에서 '킹스맨' 요원인 코드명 랜슬롯이 악당 발렌타인(사무엘 L. 잭슨)의 수하, 가젤(소피아 부텔라)에 의해 죽음을 당하는 장면에서 저는 단번에 이 영화가왜 청소년 관람불가일 수 밖에 없는지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잠시 잊고 있었던 것은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의 원작자가 마크 밀러라는 사실입니다. 그의 그래픽 노블은 파격적인 설정과 과장된 폭력성으로 유명합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킥 애스 : 영웅의 탄생]인데... 10대 미성년 영웅들을 내세운 이 영화 역시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았고, 속편인 [킥 애스 2 : 겁 없는 녀석들]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원티드] 역시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의 영화이니 마크 밀러 원작의 영화들은 그냥 당연히 청소년 관람불가라고 생각해도 될 듯합니다.

 

결국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가 청소년 관람불가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폭력성과 잔인성 때문입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청소년은 볼 수 없을 정도로 잔인한 영화이지만, 막상 영화를 보는 저는 그다지 잔인함을 느끼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그것은 마크 밀러 원작 그래픽 노블의 또다른 특징이라 할 수 있는 과장된 설정 때문입니다.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의 과장된 설정은 [원티드]에서 직선이 아닌 C선으로 목표물을 향해 날아가는 총알의 궤적만큼이나 과장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과장의 대부분은 가젤에 의한 것입니다. 발 대신 날카로운 칼날을 달고 있는 그녀는 날렵한 몸놀림으로 적의 사지를 무지막지하게 절단해버립니다. 그런데 그것이 과장된 만화적 설정이라는 점을 알기에 잔인하다는 생각보다는 재미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죠.

이 영화가 잔인하면서도 결코 잔인하게 느껴지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매튜 본 감독의 연출력 덕분입니다. 이미 교회에서 광신도를 향한 해리의 학살씬을 통해 잔인한 장면을 멋진 액션으로 포장한 매튜 본 감독은 영화 후반, 전세계 국가 수장의 얼굴이 터지는 장면을 아름답게 표현하는 재치를 선보이기도합니다. 특히 이 장면은 아름다우면서도 통쾌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는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의 잔인성을 지녔으면서도 편안한 심정으로 영화를 볼 수 있는 독특한 영화입니다.

 

 

매너가 멋진 스파이 영화를 만든다.

 

오랜만의 출근으로 인하여 아파하는 구피의 원망을 한아름 받으며 극장에서 본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 그래서일까요? 저는 구피를 향한 미안한 마음을 잊을만큼 저는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가 굉장히 재미있었습니다. 콜린 퍼스의 의외의 멋진 액션도 좋았고, 가젤에 의한 과장된 액션도 멋졌습니다. 매튜 본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이는 후반 장면들에서는 짜릿함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특히 해리에서 에그시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영화의 중심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처음부터 이 영화가 에그시 위주로 스토리 라인을 진행시켰다면 이 풋내기 요원에게 별 매력을 느끼지 못했을텐데, 매튜 본 감독은 영화의 초반은 베테랑 요원 해리의 활약에 집중한 이후, 영화 후반에는 해리를 통해 한층 성숙해진 에그시의 활약을 담아냄으로써 에그시라는 캐릭터의 매력을 효과적으로 잡아냈습니다. 

저는 악당 발렌타인의 캐릭터도 좋았습니다. 그는 지구 온난화를 해결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한 억장장자이지만, 자신의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구 온난화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지구를 망침으로써 스스로 멸망의 길을 걷고 있는 인류를 대량학살하려는 어이없는 계획을 세웁니다. 이는 마치 '노아의 방주'를 연상하게 하는 계획입니다. 그렇기에 발렌타인은 어찌보면 스스로 멸망의 길을 걷는 인류의 마지막 구세주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중성을 지녔습니다. 그러한 이중성 때문에 전세계 국가 수장들이 발렌타인의 계획에 동참한 것이겠죠.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에그시에게 "세계를 구하면 뒤로 하게 해주겠다."던 스칸디나비아의 공주의 충격적인 한마디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이용한 그녀의 보너스 컷, 그리고 엔딩 크레딧 중간에 펼쳐지는 의붓 아버지를 향한 에그시의 통쾌한 액션까지...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는 영화를 보며 실컷 웃고 즐길 수 있는 영화입니다.

과연 이 영화는 속편이 만들어질까요? 글쎄요. [킥 애스 : 영웅의 탄생]의 놀라운 흥행 성공이후 만들어진 속편 [킥 애스 2 : 겁없는 녀석들]의 처참한 흥행 실패를 감안한다면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의 속편은 차라리 안만들어지는 것이 나을지도 모릅니다. 게다가 매튜 본 감독은 [엑스맨 : 퍼스트 클래스]를 성공시킨 이후 2편에서는 일선에서 물러난 경력이 있으니 만약 [킹스맨 2]가 만들어진다면 매튜 본이 메가폰을 잡는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하지만 격한 액션 중에서도 품격을 잃지 않는 '킹스맨' 요원들의 액션이 한편으로 끝이 나는 것 또한 안타깝습니다. 에그시의 캐릭터가 완벽하게 완성되었고, 에그시와 함께 '킹스맨'의 요원으로 발탁된 록시의 매력은 미처 발휘되지 못했으며, 해리의 빈자리를 채우는 베테랑 요원 코드명 멀린(마크 스토롱)의 매력 또한 만만치 않음을 감안한다면, [킹스맨 2]가 나온다면 저는 망설임없이 극장으로 향할 것입니다. 매너가  멋진 스파이 영화를 만든다는 믿음을 가지며...

 

'007 제임스 본드'와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닌 '킹스맨' 요원들.

이 아드레날린 솟구치는 매력을 앞으로도 계속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