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15년 영화이야기

[조선명탐정 : 사라진 놉의 딸] -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시리즈의 가능성을 보았다.

쭈니-1 2015. 2. 23. 08:48

 

 

감독 : 김석윤

주연 : 김명민, 오달수, 이연희, 조관우, 정원중, 최무성

개봉 : 2015년 2월 11일

관람 : 2015년 2월 21일

등급 : 12세 관람가

 

 

나는 이 영화가 12세 관람가라는 사실이 너무나도 고맙다.

 

올해 설은 토, 일요일이 낀 무려 5일간의 연휴였습니다. 이번 설은 구피가 2월 초에 수술을 받은 관계로 집에서 요양을 하고, 저와 웅이만 어머니 댁에 다녀왔습니다. 설을 보내고 나서는 집에 혼자 있을 구피 걱정에 다른 약속은 잡지 않고 집으로 곧장 돌아왔더니 연휴가 더욱 길게만 느껴지네요.

긴 설연휴동안 밖으로 나들이도 가지 못하고 꼼짝없이 집에서 뒹굴거렸습니다. 놀아달라고 조르는 웅이에게 가까운 공원에서 캐치볼을 하며 몇번 놀아준 것이 전부였습니다. 이럴때 극장으로 영화를 보러 가면 딱 좋은데... 하필 웅이와 함께 극장에서 볼 영화도 마땅히 없네요.

그래도 한가지 다행스러운 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설 극장가를 장악하고 있는 흥행작 [조선명탐정 : 사라진 놉의 딸]의 관람 등급이 12세 관람가라는 점입니다. 물론 주로 판타지, SF, 애니메이션을 선호하는 웅이에게 퓨젼사극코미디 [조선명탐정 : 사라진 놉의 딸]은 조금 무리이긴 싶었지만, 그래도 기나긴 설연휴 동안 극장 나들이 한번없이 보내는 것은 억울할 것 같아 웅이에게 [조선명탐정 : 사라진 놉의 딸]을 보러 가자고 살살 꼬드겼답니다.

 

그 결과 토요일 아침 조조로 웅이와 [조선명탐정 : 사라진 놉의 딸]을 보고 왔습니다. 이 영화를 보기 위해 토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아침 7시 30분에 일어나 씻어야 했지만, 그래도 마음만큼은 즐거웠습니다. "이 영화, 웅이와 함께 봐도 되는 영화야?"라며 구피는 미심쩍은 표정으로 절 노려봤지만, "무슨 소리야. 12세 관람가 등급의 영화인데... 당연히 웅이가 봐도 되는 영화이지."라며 저는 버럭 우겼습니다.

물론 구피도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조선명탐정 : 사라진 놉의 딸]은 제가 보고 싶어서 무리하게 웅이 핑계를 대고 있다라는 사실을... 그렇습니다.  2011년에 개봉했던 [조선명탐정 : 각시투구꽃의 비밀]을 재미있게 봤던 저로써는 4년만의 속편 [조선명탐정 : 사라진 놉의 딸]을 놓칠 수는 없었습니다. 비록 2월 한달동안 극장 출입을 자제하겠다고 스스로 다짐을 했다고 해도 말입니다.

이렇게 [조선명탐정 : 사라진 놉의 딸]은 5일간의 긴 설연휴동안 제 무료함을 달래진 유일한 영화입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저는 이 영화가 12세 관람가라는 사실이 너무 고마웠고 (솔직히 15세 관람가 등급이 더 어울리는 영화이긴 했습니다.) 영화 자체도 상당히 즐겁게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허당 명탐정... 그가 4년만에 돌아온 까닭은?

 

2011년 1월 27일 저는 혼자 극장에서 [조선명탐정 : 각시투구꽃의 비밀]을 보고 왔습니다. 그리고 영화를 보고나서 한가지 확신을 했습니다. 이 영화는 1편으로 끝날 영화가 아니고 앞으로 계속 속편이 나올 영화라고 말입니다. 제가 영화를 보자마자 그런 확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영화 속의 캐릭터가 워낙 매력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조선명탐정 : 각시투구꽃의 비밀]은 정조 16년을 배경으로한 사극영화입니다. 그렇다고해서 정통 사극은 아니고 퓨전 사극이며, 장르도 스릴러, 코미디 등이 잘 혼합해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조선명탐정 : 각시투구꿏의 비밀]이 개봉 당시 관객 478만명을 동원하며 흥행 성공작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과 매력적인 캐릭터 덕분이었습니다.

사실 당시만해도 김명민의 캐스팅은 모험이었습니다. 김명민의 연기력은 이견의 여지가 없지만, TV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하얀 거탑>의 인기 때문에 그는 선굵은 캐릭터를 연기해야 한다는 선입견을 만들어 놓았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선입견을 김석윤 감독은 과감하게 깼습니다. 그 결과 뛰어난 두뇌와 올바른 성품을 지녔지만, 허딩끼가 다분한 김민이라는 매력적인 캐릭터가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TV 스트콤 <올드 미스 다이어리>를 연출하며 인기를 얻은 이후 [올드 미스 다이어리 극장판]을 통해 성공적으로 영화계에 데뷔했던 김석윤 감독은 김민에 김명민을 선택하는 파격적인 모험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김민을 보좌하는 서필역에 코믹 연기의 달인 오달수를 선택하며 안전장치를 해놓는 것도 결코 잊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조선명탐정 : 각시투구꽃의 비밀]은 김민과 서필이라는 한국 영화계에서 [투캅스]의 조형사(안성기)와 강형사(박중훈)에 비견될만한 명콤비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솔직히 [조선명탐정 : 각시투구꽃의 비밀]은 극의 짜임새에서 2% 부족한 면을 보이기도 했지만, 워낙 김민과 서필의 캐릭터가 매력적이고 탄탄하다보니 다른 단점이 모두 커버되었습니다.  

캐릭터가 좋은 영화는 시리즈로 만들어지며 오랜 사랑을 받을 수 있습니다. '007 제임스 본드'가 그러하고, 할리우드의 슈퍼 히어로 영화들 역시 오랜 세월동안 코믹스를 통해 사랑받은 캐릭터가 있기에 영화에서도 시리즈로 만들어지며 큰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저는 [조선명탐정 : 각시투구꽃의 비밀]을 보며 바로 그러한 캐릭터의 매력을 느낀 것입니다.

 

 

4년만의 복귀, 하지만 부족함이 없다.

 

오히려 [조선명탐정 : 각시투구꽃의 비밀]은 제 예상보다 속편이 늦게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무려 4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막상 [조선명탐정 : 사라진 놉의 딸]을 보고나니 4년이라는 시간이 전혀 아깝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조선명탐정 : 각시투구꽃의 비밀]에서 느꼈던 아쉬움들이 [조선명탐정 : 사라진 놉의 딸]에서는 어느 정도 채워졌기 때문입니다.

우선 서필의 캐릭터가 강화된 것은 상당히 반가운 일입니다. [조선명탐정 : 각시투구꽃의 비밀]은 마지막 반전이기도 했던 서필의 정체를 감추기 위해 그의 캐릭터를 김민의 뒤에 감추려고 노력했었습니다. 그 결과 김민의 캐릭터는 충분히 부각되었지만, 서필의 캐릭터는 매력적인 부분을 완벽하게 발휘되지 못했었습니다.

하지만 [조선명탐정 : 사라진 놉의 딸]에서는 더이상 서필의 캐릭터를 감출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그렇기에 서필은 김민과 대등한 위치에서 맹활약을 하며 [조선명탐정 : 각시투구꽃의 비밀]에서 미처 보여주지 못했던 매력을 맘껏 뿜어냅니다. 이러한 서필의 활약 덕분에 김민과 서필의 명콤비의 매력은 [조선명탐정 : 각시투구꽃의 비밀]보다 더욱 강화되었습니다. 

 

[조선명탐정 : 각시투구꽃의 비밀]의 한객주(한지민)에 이은 명탐정걸(?) 히사코(이연희)도 저는 만족스러웠습니다. 사실 한객주는 마지막 반전을 위해서 영화 초중반과 후반의 모습이 너무 확 달라지는 무리수를 뒀습니다. 하지만 [조선명탐정 : 사라진 놉의 딸]은 그러한 무리수없이 히사코를 일관성있는 캐릭터로 잡아냈습니다.

이렇게 서필의 캐릭터가 강화되고, 히사코의 캐릭터가 무리수 없이 안정화되자, 주인공인 김민의 캐릭터 또한 더욱 빛이 났습니다. 허당끼는 여전하고, 위험한 상황에서도 예쁜 여자만 보면 정신못차리는 밝힘증 또한 강화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민이라는 캐릭터를 사랑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것이 바로 [조선명탐정] 만의 장점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동안 우리 영화는 시리즈화에서 번번히 실패를 맛보아야 했습니다. 앞서 언급한 [투캅스]는 조형사와 강형사의 콤비를 잇지 못했기에 3편을 마지막으로 자취를 감추었고, [공공의 적] 또한 강철중(설경구)이라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가졌으면서도 그를 형사로 설정했다가, 검사로 바꾸었다가, 다시 형사로 되돌려 놓는 혼란 속에 역시 3편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가문의 영광]만이 시리즈로 명맥을 이어나갔지만 역시 주인공이 정준호에서 신현준으로 왔다, 갔다하며 점점 흥행성이 바닥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조선명탐정]은 2편의 흥행 성공으로 장기 시리즈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입니다.

 

 

이젠 새로운 스토리 전개의 개발이 시급하다.

 

이제 김민과 서필이라는 매력적인 캐릭터 콤비는 완벽하게 완성되었습니다. 한지민, 이연희로 이어지는 명탐정걸도 [조선명탐정]이 시리즈화된다면 청순가련형 배우라는 이미지에 갇힌 여배우들을 캐스팅함으로써 '본드걸'이상의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캐릭터가 구축된 이상 [조선명탐정]에게 이제 남은 한가지는 탄탄한 스토리 라인뿐인 입니다.

사실 [조선명탐정 : 각시투구꽃의 비밀]에서도 스토리 라인은 부실했습니다. 공납비리와 열녀사건의 연관성을 위해 반전에 무리수를 뒀기 때문입니다. [조선명탐정 : 사라진 놉의 딸]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영화는 귀양온 김민에게 매일같이 사라진 여동생을 찾아달라며 오는 어린 소녀 다해와 조선의 경제를 어지럽히는 불량은괴사건을 동시에 진행시킵니다.

문제는 [조선명탐정 : 사라진 놉의 딸]은 [조선명탐정 : 각시투구꽃의 비밀]의 스토리 라인을 약간만 변형시킨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별개의 것으로 보이는 두개의 사건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과 아군인지 적군인지 판가름나지 않는 아름다운 정체불명의 여인이 나온다는 점, 돈과 권력이 눈이 먼 고위 관리와 반전 매력을 보이는 악당의 정체까지...

 

공납비리와 열녀문사건이 불량은괴 사건과 사라진 어린 소녀의 사건으로 바뀌었을 뿐, 스토리 전개는 물론, 캐릭터 배치마저 [조선명탐정 : 각시투구꽃의 비밀]과 [조선명탐정 : 사라진 놉의 딸]은 너무나도 닮아 있습니다. 4년만의 속편이기에 이번 영화에서는 이러한 유사점들을 그냥 넘길 수 있지만, 3편에서도 이런 식이라면 관객들은 금방 실증을 느낄 것입니다.

한가지 고무적인 것은 [조선명탐정 : 사라진 놉의 딸]의 마지막 부분에서 흡혈귀인 듯 보이는 자가 등장하며 영화가 끝을 맺었다는 점입니다. 이는 3편에서는 김민이 처리해야 하는 사건의 범위가 초현실적인 부분으로 확장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만약 그렇다면 1, 2편의 유사성은 3편에서는새로운 스토리 전개로 말끔히 해소될 것입니다.

웅이는 [조선명탐정 : 사라진 놉의 딸]이 조금 무서웠다고 합니다. 하긴 영화에서는 갑작스럽게 귀신 이 불쑥 등장하기도 하고, 어린아이들의 시체 장면이 여러번 등장합니다. 제가 이 영화를 12세 관람가보다는 15세 관람가가 더 어울린다고 생각한 이유입니다. 하지만 야광 액션씬, 조선판 행글라이더인 비거 비행장면 등 웅이가 좋아할만한 장면도 많았기에 웅이도 재미있게 영화를 봤다고 합니다. 만약 3편이 개봉한다면 이젠 떳떳하게 웅이와 극장으로 향할 수 있겠죠? 제가 [조선명탐정 3]를 기대하는 또다른 이유입니다.

 

      그동안 캐릭터가 매력적인 한국영화는 많았다.

하지만 그러한 매력적인 캐릭터를 시리즈로 정착시킨 한국영화는 드물었다.

속편을 통해 세계 영화 관객을 사로 잡고 있는 할리우드를 보며 항상 부러웠는데

[조선명탐정]이 그러한 아쉬움을 채워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