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원작을 복잡한 영화로 만드는 마법
지난 2009년 데이빗 핀처 감독의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를 본 후 대형서점에서 영화의 원작인 F. 스콧 피츠제럴드의 동명 단편 소설을 읽었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원작 소설은 굉장히 단순하고 짧았습니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영화는 러닝타임이 무려 2시간 45분이었으며, 벤자민 버튼(브래드 피트)의 파란만장한 이야기와 데이시(케이트 블란쳇)와의 가슴 아픈 사랑이 복잡하게 담겨져 있었습니다. 나이를 거꾸로 먹는 원작 소설 속의 벤자민 버튼의 이야기에 살을 붙여 영화는 새로운 상상력이 가미된 복잡하고 긴 영화로 재탄생한 것입니다.
마블 코믹스의 클래식 중에서 걸작 중의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는 <울버린 웨폰 X>를 보고나서 들었던 첫번째 생각은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였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울버린 웨폰 X>는 2009년에 개봉했던 개빈 후드 감독의 [엑스맨 탄생 : 울버린]의 원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울버린 웨폰 X>는 [엑스맨 : 탄생 : 울버린]과 비교해서 굉장히 짧고 간단명료합니다.
[엑스맨 탄생 : 울버린]은 어땠나?
[엑스맨 3부작]이 [엑스맨 : 최후의 전쟁]으로 막을 내린 이후 처음 공개된 울버린의 단독 이야기인 [엑스맨 탄생 : 울버린]은 굉장히 복잡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뮤턴트인 자신으로 인하여 아버지가 죽자, 이복형인 빅터(리브 슈라이버)와 함께 스트라이커(대니 휴스턴) 대령이 이끄는 '웨폰 X' 부대에 합류하는 울버린.
하지만 '웨폰 X'의 비인간적인 살인 행위를 목격한 후 과거를 버리고 평범한 삶을 살기 위해 '웨폰 X'에서 벗어나 케일라(린 콜린스)와 함께 평범한 삶의 행복을 누리게 됩니다. 그러나 그러한 울버린의 행복도 잠시 뿐, 빅터에 의해 케일라가 죽음을 맞이하자 복수를 위해 울버린은 스트라이커 대령의 생체 실험에 참가하게 되고,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금속이라는 아다만티움으로 강력해져 빅터에게 복수를 합니다.
[엑스맨 탄생 : 울버린]의 마지막 장면은 빅터와의 치열한 싸움으로 인하여 기억을 잃은 울버린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엑스맨]과 자연스럽게 연결시킵니다. 이렇듯 [엑스맨 탄생 : 울버린]은 울버린의 뮤턴트로써의 고뇌와 자신을 가장 많이 이해해줬던 이복형 빅터에 대한 애증의 관계,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상처 등이 복합적으로 뒤섞여 있습니다.
간단 명료한 <울버린 웨폰 X>
[엑스맨 3부작]에서 가장 인기를 끌었던 캐릭터임과 동시에 여전히 수수께끼에 불과했던 울버린을 설명해야 했기 때문에 [엑스맨 탄생 : 울버린]은 원작의 설정과 [엑스맨]과의 연결고리를 위해서 복잡한 스토리를 구성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울버린 웨폰 X>는 아주 간단명료합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조직에 의해 납치되어 다짜고짜 생체실험에 참가하게된 울버린이 아만타티움으로 인하여 더욱 강력해진 신체 능력을 이용하여 자신을 실험쥐 취급했던 코넬리우스 박사, 코넬리우스 박사의 조수인 하인즈, 그리고 교수라 불리우는 정체불명의 사나이에게 복수를 하는 내용입니다.
이유도 없습니다. 그저 126페이지동안 울러린에게 취해진 잔인한 생체실험과 생체실험보다 더 잔인한 울버린의 복수가 멋진 그림체 속에 표현될 뿐입니다. 그런데 오히려 그러한 간단명료함이 <울버린 웨폰 X>의 장점입니다. 오히려 구구절절하게 울버린을 설명하려했던 [엑스맨 : 탄생 : 울버린]과는 달리 단순명료한 <울버린 웨폰 X>가 인간과 야수의 본능 사이에서 고뇌하는 울버린의 캐릭터를 보여주는데 더 알맞았습니다. 이래서 <울버린 웨폰 X>를 마블 코믹스 클래식 중에서도 걸작 중의 걸작으로 평가하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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