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외이야기들/MARVEL COMICS

<피터 파커 스파이더맨 : 백 인 블랙> - 블랙 스파이더맨의 매력에 흠뻑 빠져보자.

쭈니-1 2014. 6. 27. 09:37

 

 

<스파이더맨 : 백 인 블랙> 이후의 이야기?

 

사실 <스파이더맨 : 백 인 블랙>을 읽은 후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분명 <시빌 워 :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에서 암살자의 총탄에 맞아 쓰러진 메이 숙모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해서 <스파이더맨 : 백 인 블랙>과 <피터 파커 스파이더맨 : 백 인 블랙>을 서둘러 구입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스파이더맨 : 백 인 블랙>에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539~543까지만 <시빌 워 : 어메이징 스파이더맨>과 이어지고, 나머지 부분은 블랙 스파이더맨의 활약담을 독자적으로 진행시켜 나갔습니다. 그리고는 메이 숙모의 운명은 아직 정발되지 않은 <ONE MORE DAY>에서 계속된다며 허무하게 끝내버렸습니다.

물론 그렇다고해서 제가 <스파이더맨 : 백 인 블랙>에 실망한 것은 아닙니다. 기대했던 메이 숙모의 운명은 만족스럽게 담겨 있지 않았지만, 그래도 블랙 스파이더맨의 다양한 활약담을 즐길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점은 <피터 파커 스파이더맨 : 백 인 블랙>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제가 <피터 파커 스파이더맨 : 백 인 블랙>을 구입한 이유는 <스파이더맨 : 백 인 블랙>과 스토리가 연결되는 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스파이더맨 : 백 인 블랙>이 <어메이징 스파이더맨>과 <프렌들리 네이버후드 스파이더맨>으로 구성되어 있다면 <피터 파커 스파이더맨 : 백 인 블랙>은 <센세이셔널 스파이더맨>과 <스파이더맨 패밀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워낙 인기가 있는 캐릭터이다보니 여러 작가들이 독자적으로 시리즈를 이어나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솔직히 저는 <스파이더맨 : 백 인 블랙>과 <피터 파커 스파이더맨 : 백 인 블랙>을 읽기 전엔 '스파이더맨' 시리즈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만 있는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다양한 '스파이더맨' 시리즈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스파이더맨 : 백 인 블랙>과 <피터 파커 스파이더맨 : 백 인 블랙>은 제게 충분한 가치가 있는 책이었습니다.

 

 

캘빈 재보라는 새로운 악당 등장

 

앞서 소개했듯이 <피터 파커 스파이더맨 : 백 인 블랙>은 <센세이셔널 스파이더맨>과 <스파이더맨 패밀리>로 나눠져 있습니다. <센세이셔널 스파이더맨>은 #35-40이 소개되어 있는데, #35-37까지의 부제는 '누군가의 괴이한 사건'입니다. 혹시 고전 문학의 팬이라면 이러한 부제만으로도 <센세이셔널 스파이더맨> #35-40의 내용을 파악했을지도 모르겠군요. '누군가의 괴이한 사건'은 로버트슨 루이스 스티븐슨의 고전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의 원제에서 따온 것이라 합니다.

'시빌 워'로 인하여 수배자가된 '스파이더맨' 결국 경찰의 함정 수사에 걸려 체포됩니다. 하지만 막상 가면을 벗겨보니 그는 피터 파커가 아닌 가짜 '스파이더맨'이었습니다. 문제는 거리를 활보하는 가짜 '스파이더맨'이 한둘이 아니라는 것이죠.

누군가 젊은 남성들을 납치하여 어떤 약물을 투입하고 그가 '스파이더맨'의 능력을 갖도록 도운 후 거리로 풀어 놓은 것입니다. 그러한 범행을 저지른 자의 이름은 캘빈 재보. 그는 평상시에는 과학자이지만, 스스로 약물을 투여하면 에드워드 하이드라는 엄청난 힘을 지닌 괴물로 변신합니다. 말 그대로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를 연상시키는 슈퍼 빌런인 셈이죠. 그렇다면 캘빈 제보는 왜 가짜 '스파이더맨'을 만든 것일까요? 그것은 캘빈 재보의 음성 기록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재보의 음성 기록. 112번. '스파이더맨 프로젝트' 십... 팔일째. 다른 이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이해하고자 하는 나의 욕구를... 한 평범한 열다섯 살짜리 소년이 어찌된 일인지 문짝 거미와 같은 속도와 힘, 그리고 민첩성을 얻었다... 그리고는 난데없이 세상을 돕기 시작했다. 십대 소년에게 엄청난 능력이 주어졌는데... 그걸 자신을 위해 쓰지 않는다...? 이걸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분명 지구상의 모든 인간은 두가지 본성을 함께 지니고 있는데... 선과 악이라는... 게다가 거미는 기본적으로 공격적인 생물인데 말이다. 이에 대한 나의 논지는 간단하다. 같은 상황이 주어진다면 선을 행하는 인간과 악을 행하는 인간이 같은 수로 나눠거나, 혹은... 그렇지 않거나. 이는 결국 선천성과 후천성에 대한 슈퍼 히어로 차원에서 검증이 될 것이다. 피터 파커는 어린 나이때부터 부모와 떨어져 지냈다. 그러므로 이 실험의 대상들 역시... 집이 없는 아이들 혹은 다양한 이유로 가족, 특히 부모와 떨어져 지내는 아이들로 구성된다.

그렇습니다. 캘빈 제보는 '스파이더맨'의 정의심을 이해하고 싶었고, 그것이 삐뚤어진 실험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하긴 누군들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모든 것을 희생하고 정의를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피터 파커의 모습을... 정부조차도 그를 체포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데 말이죠.

 

 

다시 등장한 에디 브룩

 

<센세이셔널 스파이더맨> #38-39의 부제는 '에디 브룩 최후의 유혹'입니다. 이 역시 그리스의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인간 예수의 삶과 죽음을 다룬 소설에서 따온 제목입니다. 우리에겐 마틴 소콜세지 감독의 영화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으로 더 잘 알려졌죠.

부제에 등장하는 에디 브룩을 혹시 기억하시나요? 그렇습니다. 그는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 3]에서 토퍼 그레이스가 연기한 캐릭터로 데일리 뷰글의 신문기자였으나 가짜 기사를 쓴 것이 탄로나 데일리 뷰글에서 쫓겨나고, 이후 '스파이더맨'을 증오하다가 심비오트에 감염되어 베놈이 되었었습니다. <센세이셔널 스파이더맨> #38-39에서 에디 브룩의 모습은 처참했습니다. 그는 회상합니다.

하지만 그 이후... 그래, 내 인생은 뭘 해도 풀리지 않는 나락이었다. (파커놈 때문이야.) 그냥 자살하려고 했지만 그마저 외계 공생체 때문에 이루지 못하고 숙주 노릇이나 하게 됐고. (역시 파커놈 때문이지.) 그 와중에 베놈의 꼭두각시로 능멸을 당한 적도 한두번이 아닌데. (이것도 거의 파커놈이었지.) 결국 사망선고까지. (이 일에 파커가 어떻게 관여했는지는 아직 밝혀내지 못했지만, 곧 알아낼거다.) 나는 개심하려 했고, 돈을 받고 공생체를 경매에 넘기기로 했다. 구매자가 행여 악당이라고 해도... 암이 나를 잠식하기 전에 돈을 벌어서 자선단체에 기부하고 싶었다. (거의 성공할 뻔했던) 두번째 자살 시도. 내 선택의도와는 달리 '새로운' 베놈이 죄 없는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죽이고 있다는 걸 알고는 죽으려 했다. 누군가 태어난다. 삶을 산다. 죽는다... 이렇게 홀로, 쪼그라든 채. 고통 속에서. 낮 동안에는 죽음의 냄새가 가득한 병원 복도를 한 걸음, 한 걸음씩 걸으며 시간을 보낸다. 밤에는 잠들지 못해 말기 환자 병동에서 뜬 눈으로 아침을 기다린다. 내 자신의 기억에 사로집힌 채... 하지만 찾아오는 건 기억만이 아니다.

자신의 모든 불행을 '스파이더맨' 즉 피터 파커 때문이라고 생각한 에디 브룩. 그런데 자신이 입원한 병원에서 우연히 메이 숙모를 발견합니다. 베놈은 에디 브룩에게 피터 파커에게 복수를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메이 숙모를 죽이라고 속삭입니다. 그러한 가운데 에디 브룩은 마지막 남은 인간성과 베놈의 악마와 같은 속삭임 속에서 방황하며 갈등합니다. 

<센세이셔널 스파이더맨> #40의 부제는 '피터 이야기'입니다. 메이 숙모가 쓰러진 후, 자신의 불행에 낙담하던 피터 파커에게 그 어떤 전지전능한 존재가 찾아와 그를 위로하는 내용입니다. 그래도 마지막에는 모두가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다고 해두지요. 라고 마무리 지음으로써 피터 파커를 위로합니다.  

 

 

블랙 스파이더맨의 매력은 절대적이다.

 

곧바로 이어지는 <센세이셔널 스파이더맨 애뉴얼> #1에서는 정체가 밝혀진 피터 파커로 인하여 곤욕을 치루고 있는 메리 제인을 위로합니다. 피터 파커와 메리 제인이 처음 만나는 회상 장면이 나오고, 엠파이어 빌딩 꼭대기에서 피터 파커와 메리 제인은 영원한 사랑을 약속합니다. 부제는 '죽음이 우리는 갈라 놓는 날까지'입니다.

<스파이더맨 패밀리>에서는 작가와 작화가가 바뀌면서 그림체가 바뀝니다. 부제가 '향수'인 #1에서는 심비오트에 감염된 블랙 코스튬의 정체를 미처 알지 못했던 '스파이더맨'과 고향별을 그리워하는 심비오트의 기묘한 모험담을 담고 있으며, #2에서는 자신을 실험체로 이용한 제약회사의 임원진에 대한 베놈의 복수와, 진실을 밝히고 제약회사 임원진들을 법의 심판에 맡기는 '스파이더맨'의 활약담이 담겨 있습니다.

이렇듯 <피터 파커 스파이더맨 : 백 인 블랙>은 블랙 '스파이더맨'이라는 하나의 소재로 다양하고 매력적인 에피소드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물론 이것이 끝이 아닙니다. 보너스 페이지에는 '스파이더맨'의 모든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정보들로 넘쳐납니다.

'백 인 블랙 스파이더맨 작가들의 원탁회의'에서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작가인 J. 마이클 스트라진스키와 <센세이셔널 스파이더맨>의 작가 로베르토 아기레사카사, 그리고 <프렌들리 네이버후드 스파이더맨>의 작가 피터 데이비드의 인터뷰가 실려 있습니다. '백 인 블랙 아트 갤러리'와 '전설의 스파이더맨 작화 갤러리 : 스티브 딧코'에서는 고전적인 '스파이더맨'의 그림을 감상할 수있습니다. 그 외에 <스파이더맨 비저너리 : 로저 스턴> Vol 1.의 발매를 앞둔(미국에서겠죠.) 기념으로 로저 스턴의 인터뷰 기사와 우리에겐 생소한 '스파이더걸' 을 소개하고, 마지막으로 '스파이더맨 : 백 인 블랙 핸드북'에서는 '스파이더맨'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들을 상세하게 설명합니다. 우와~ 이 정도면 '스파이더맨'의 백과사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듯...

<피터 파커 스파이더맨 : 백 인 블랙>은 <시빌 워 :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이후 메이 숙모가 궁금한 분들에겐 추천하기 힘든 책이지만, '스파이더맨'을 좋아하고, 특히 블랙 '스파이더맨'에 매력을 느끼시는 분이라면 필독해야할 책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