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외이야기들/MARVEL COMICS

<스파이더맨 : 백 인 블랙> - '시빌 워'의 후폭풍, 그리고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재미.

쭈니-1 2014. 6. 8. 01:15

 

 

 

<시빌 워>이후 피터 파커는?

 

초인등록법으로인하여 촉발된 슈퍼 히어로들의 내전 '시빌 워'는 마블 유니버스에게 굉장한 후폭풍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그 중에서 초인등록법의 반대파 리더였던 스티브 로저스(캡틴 아메리카)가 '시빌 워'의 소용돌이 속에서 레드스컬에게 암살되었고, 초인등록법의 찬성파 리더였던 토니 스타크(아이언맨)는 '시빌 워'이후 닉 퓨리를 대신하여 쉴드의 국장이 되었습니다.

그들 외에도 '시빌 워'는 피터 파커(스파이더맨)에게도 굉장한 사건을 안겨줍니다. 그는 처음엔 토니 스타크의 편에서 초인등록법의 찬성파로 활동합니다. 그로인하여 TV 앞에서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는 모험을 감행했습니다. 하지만 만약 그가 계속 찬성파로 남아 있었다면 그의 인생은 큰 문제가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시빌 워'의 최종 승자는 토니 스타크가 이끄는 찬성파였고, 쉴드의 극장 자리에까지 오른 토니 스타크가 막강한 권력과 돈으로 피터 파커와 그의 가족을 지켜줬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피터 파커는 힘들어도 옳은 길을 선택합니다. 비록 처음엔 초인등록법의 찬성파로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는 모험까지 감행했지만, 토니 스타크가 초인등록법을 반대하는 슈퍼 히어로를 가두는 감옥인 네거티브존을 직접 두 눈으로 본 이후 자신의 선택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고 초인등록법의 반대파로 돌아섭니다.

 

 

스스로 고난의 길을 선택한 피터 파커

 

지난 달 내내 저는 토니 스타크... 일명 아이언 맨의 최측근이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운영을 직접 볼 기회가 있었고요. 전 정의의 개념 그 자체가 파괴되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전 히어로와 악당 모두가... 물론 위험한 친구들이긴 하지만 그래도 대부분 이 나라에서 태어난 사람들이, 정당한 법적 절차를 거부당하는 것을... 그리고 아마도 그들은 여생 내내 재판도 없이, 증거도 없이 감금당하게 될 것을 보았습니다. 네거티브존이라는 곳의 비안간적 환경에 구류되는 것을 말입니다. (중략)

솔직히 말하자면 양심에 찔려서라도 그것이 만들어지고 강요된 그대로 등록법을 지지할 수 없습니다. 전 잘못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이 순간부터 사력을 다해 법안을 반대할 것이고 자유라는 명분을 위해 법안에 반대하는 다른 이들을 협박하고 체포하려는 시도에 맞서 싸울 것입니다. 그리고 아마도 그게 제가 하고 싶은 말의 전부인 것 같습니다.

자신의 잘못된 선택과 그로인한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피터 파커는 또다시 TV앞에 섭니다. 그리고 그는 수많은 미국의 국민 앞에서 양심 선언을 합니다. 그로인하여 자신과 자신의 가족들이 위험에 빠질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역시 피터 파커다운 선택입니다.

하지만 그 결과는 피터 파커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욱 처참했습니다. '스파이더맨'의 숙적 중의 하나인 킹핀이 암살자를 고용했고, 그 암살자의 손에 피터 파커에겐 어머니 이상의 존재였던 메이 숙모가 총에 맞아 의식불명이 된 것입니다. <스파이더맨 : 백 인 블랙>은 바로 이 시점부터 시작합니다.

 

 

블랙 코스튬을 꺼내 입은 피터 파커

 

'스파이더맨'의 블랙 코스튬은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 3]를 통해 우리에게도 익숙합니다. 영화에서 블랙 코스튬은 외계에서 온 수수께끼의 유기체 심비오트에 감염된 것으로 나옵니다. 블랙 코스튬을 입은 '스파이더맨'은 한층 업그레이드되고, 강력해진 힘을 얻게 됩니다. 하지만 심비오트로 인하여 '스파이더맨'은 예전과는 다른 폭력적이고 안하무인의 성격으로 바뀝니다. 결국 피터 파커는 블랙 코스튬을 벗어버립니다.

<스파이더맨 : 백 인 블랙>에서 피터 파커가 블랙 코스튬을 꺼내 입었다는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큽니다. 그것은 그가 더이상 정의의 수호자 '스파이더맨'이 아닌 냉혈한 복수의 화신 '스파이더맨'이 되어 자신의 가족을 위협하는 이들을 응징하겠다는 강인한 의지의 표시이기 때문입니다.

블랙 코스튬을 입고 적을 하나씩 처단해나가는 피터 파커. 그는 결국 킹핀 앞에 섭니다. 피터 파커는 킹핀에게 말합니다.

이 슈트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당신은 알지 못해. 이건 나와의 약속. 내가 지키겠다고 다짐한 것... 그리고 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것. 절대 넘지 않겠다고 다짐한 선이야. 왜냐하면 그 선을 넘으면 내 자신에게 약속한 모든 것을 무너뜨리는 것이기 때문이지. 지금의 난 당신이 예상했던 것과 다를 거야.

결국 블랙 코스튬을 입은 '스파이더맨'에게 킹핀은 완벽한 굴욕을 당합니다. 피터 파커는 킹핀에게 굴욕을 안겨주며 죽음보다 더한 치욕을 맛보게 한 것입니다. 하지만 복수를 했다고해서 메이 숙모가 깨어나는 것은 아니죠. 메이 숙모의 운명은 <ONE MORE DAY>에서 계속된다고 합니다. (안타깝게도 <ONE MORE DAY>는 아직 국내에 정발되지 않았습니다.)

 

 

스파이더맨과 블랙 코스튬의 활약

 

사실 제가 <스파이더맨 : 백 인 블랙>을 구입한 것은 <시빌 워 :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에서 암살자의 총에 맞아 쓰러진 메이 숙모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스파이더맨 : 백 인 블랙>은 메이 숙모가 어떻게 되었는지, 끝내 보여주지 않고 블랙 코스튬을 꺼내 입은 피터 파커의 복수극만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아쉬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스파이더맨 : 백 인 블랙>은 두툼한 책의 두께(336페이지)만큼이나 다양한 서비스가 담겨져 있기 때문입니다. <시빌 워 :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에서 이어지는 부분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539~543까지이고, 나머지는 <프렌들리 네이버후드 스파이더맨> #17~23 및 <프렌들리 네이버후드 스파이더맨 애뉴얼> #1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프렌들리 네이버후드 스파이더맨> #17~23에는 '스파이더맨'이 샌드맨과 함께 샌드맨의 아버지의 억울한 누명을 벗겨주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여기에서의 설정은 2211년의 대체 미래에서 온 홉고블린 2211이 차원을 넘나들며 살인 행각을 벌이고 피터 파커를 유인하기 위해 다른 차원의 벤 삼촌을 이 세계에 데려온다는 설정입니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과는 설정이 많이 다르지만 그래도 '시빌 워'의 후폭풍으로 메이 숙모가 누군가의 총탄에 맞아 생명이 위독하자 복수를 위해 블랙 코스튬을 꺼내 입었다는 설정만큼은 서로 같습니다. 

영화 [스파이더맨 3]에서 슈퍼 빌런으로 활약했던 샌드맨이 '스파이더맨'과 티격태격하면서도 팀을 이뤄 아버지를 구한다는 내용도 흥미롭지만 <프렌들리 네이버후드 스파이더맨 애뉴얼> #1에서는 샌드맨이 악당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슬픈 사연이 소개되어 더욱 저를 감동하게 만들었습니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도 좋지만, <프렌들리 네이버후드 스파이더맨>도 원더풀

 

<프렌들리 네이버후드 스파이더맨> #17~23에는 샌드맨 외에도 모습을 타인의 핏속 DNA를 이용하여 자유자재로 모습을 바꿀 수 있는 카멜레온과 해방거미라는 끔찍한 슈퍼 딜런도 등장합니다.

특히 해방거미(애로우)는 다른 거미를 먹고 사는 육식 거미로 '스파이더맨'에게는 천적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이 해방거미가 알을 낳기 위해 피터 파커의 절친인 플래시 고든을 이용하고, 결국 '스파이더맨'과 한바탕 대결을 펼치는 등 <프렌들리 네이버후드 스파이더맨>은 잠시 '시빌 워'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난 '스파이더맨'의 활약과 다양한 주변 인물의 출연이 매력적이었습니다.

그것이 끝이 아닙니다. 한때는 동료였지만, 이제는 쫓기는 신세로 전락한 피터 파커 문제로 로버트슨 편집장이 해고되자 피터 파커가 악명높은 조나 사장을 찾아가 단판짓는 속시원한 내용도 실려 있습니다.

마지막엔 <Leah>라는 제목의 단편도 수록되어 있는데 '스파이더맨'을 동경하는 어느 노숙 소녀의 슬픈 죽음을 담겨 있습니다.

이렇듯 <스파이더맨 : 백 인 블랙>은 예상하지 못한 선물들로 가득합니다. 처음엔 메이 숙모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한 마음에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나중에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과는 또 다른 <프렌들리 네이버후드 스파이더매>만의 재미와 다양한 부록으로 뿌듯한 마음을 안고 책을 덮을 수가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