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외이야기들/MARVEL COMICS

<엑스맨 : 다크 피닉스 사가> - 고전의 위대한 향취를 느끼다.

쭈니-1 2014. 7. 22. 23:23

 

 

<메시아 3부작>에 재도전하기 위한 워밍업

 

'스파이더맨'의 매력에 흠뻑 빠져서 <스파이더맨 : 백 인 블랙>과 <피터 파커 스파이더맨 : 백 인 블랙>을 읽은 이후 곧장 제 호기심이 향한 곳은 바로 <하우스 오브 엠>이후 '엑스맨'들이 어떻게 되었을까? 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곧바로 저는 <엑스맨 : 메시아 콤플렉스>, <엑스포스 / 케이블 : 메시아 워>, <엑스맨 : 세컨드 커밍>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메시아 3부작>을 구매했고 거침없이 읽어 나갔습니다.

하지만 <메시아 3부작>을 읽고나니 엄청난 혼란과 마음을 짓누르는 어두움이 저를 괴롭혔습니다. <메시아 3부작>은 스칼렛 위치로 인하여 멸종 위기에 몰린 뮤턴트들이 M데이 이후 태어난 최초의 뮤턴트 아기를 구하기 위해 벌이는 음모와 활약을 담은 장대한 대서사시입니다. 그러나 배경이 너무 암울했고, 등장하는 뮤턴트의 수도 굉장히 많아서 이제 막 마블 유니버스에 입문한 저로써는 버텨낼 재간이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엑스맨'의 고전을 먼저 읽고 나서 <메시아 3부작>에 다시한번 도전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래서 국내 정발된 '엑스맨'의 고전 중에서 가장 오래된 <엑스맨 : 다크 피닉스 사가>를 가장 먼저 꺼내든 것입니다. <엑스맨 : 다크 피닉스 사가>를 읽은 이후에는 <울버린>과 <울버린 웨폰 X>가 대기 중입니다. 아직 <엑스맨 : 뮤턴트 제네시스>와 <엑스맨 :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는 구매전이지만, 부디 <엑스맨 : 다크 피닉스 사가>, <울버린>, <울버린 웨폰 X>만으로 <메시아 3부작>에 재도전할 용기가 생겨주길 바랄 뿐입니다.

 

 

[엑스맨 : 최후의 전쟁]은 원작에 비하면 졸작이다.

 

<엑스맨 : 다크 피닉스 사가>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다크 피닉스로 변한 진 그레이의 이야기를 담은 '엑스맨' 시리즈 중에서는 꽤 유명한 고전 걸작입니다. 다크 피닉스로 변한 진 그레이의 이야기는 영화 [엑스맨 : 최후의 전쟁]에서도 등장했었습니다. 

[엑스맨 2]에서 죽은 줄 알았던 진 그레이(팜케 얀센)가 회생하여 돌아오고, 찰스 자비에(패트릭 스튜어트) 교수는  진 그레이의 숨겨진 이중자아 피닉스의 부활을 예감합니다. 한편 매그니토(이안 맥켈런)는 진 그레이를 이용하여 인간들을 몰살하려하죠. 결국 울버린(휴 잭맨)이 피닉스의 폭주를 막아냅니다.

사실 [엑스맨 : 최후의 전쟁]은 시리즈 최악의 졸작으로 평가받고 있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영화가 원작으로 삼고 있는 것이 '엑스맨' 최고의 고전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는 <엑스맨 : 다크 피닉스 사가>라는 것은 참 묘한 아이러니입니다.

<엑스맨 : 다크 피닉스 사가>는 '엑스맨' 멤버들이 프로메테우스와의 싸움을 승리로 이끌고 집으로 향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하지만 진 그레이는 타임슬립을 통해 200년 전의 시간으로 거슬러 올라가 제이슨 윈가드라는 신사와 사랑하는 사이가 되는 묘한 경험을 자꾸 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것은 환영술의 대가 마스터 마인드의 음모였습니다.

마스터 마인드는 미국 지도층의 모임인 헬파이어 클럽의 멤버입니다. 헬파이어 클럽의 리더는 [엑스맨 : 퍼스트 클래스]에서 케빈 베이컨이 연기한 세바스찬 쇼우. 헬파이어의 음모로 인하여 진 그레이는 블랙 퀸이 되고, 그로인하여 '엑스맨'은 위기에 처하지만, 마스터 마인드가 상상도 못했던 어마어마한 일이 벌어지고 맙니다. 바로 진 그레이 내면 깊숙이 자리잡고 있던 '피닉스'가 눈을 뜬 것이죠.

 

 

이건 우주적인 이야기이다.

 

<엑스맨 : 다크 피닉스 사가>의 특징이라면 첫번째, 원색의 칼라와 단순한 그림체, 그리고 캐릭터들의 생각을 담은 말풍선들입니다. <엑스맨 : 다크 피닉스 사가>는 1980년에 처음 출간된 30년도 넘은 작품이기에 최근작을 주로 봐온 저로써는 조금 낯설고 촌스럽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계속 읽다보니 오히려 너무 어둡고 암울했던 <메시아 3부작>보다 휠씬 친숙하게 느껴졌답니다.

두번째 특징은 익숙한 캐릭터들입니다. <엑스맨 : 다크 피닉스 사가>에는 사이클롭스, 스톰, 나이트크롤러, 콜로서스, 울버린 등 익숙한 캐릭터들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여기에 키티 프라이드가 새롭게 데뷔합니다. 최근 개봉한 [엑스맨 :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에서 엘렌 페이지가 연기한 바로 그 캐릭터입니다.

이 뿐만 아니라 화이트 퀸, 엠마 프로스트도 악당으로 등장합니다. 엠마 프로스트는 [엑스맨 : 퍼스트 클래스]에서 세바스찬 쇼우의 측근으로 익숙하지만 최근 마블 유니버스에서는 개과천선해서 '엑스맨'의 리더로도 맹활약하고 있습니다. ('엑스맨'의 리더는 찰스 자비에 교수에서 사이클롭스, 그리고 엠마 프로스트로 이어집니다. <엑스맨 : 다크 피닉스 사가>는 찰스 자비에 교수에서 '엑스맨'의 리더가 사이클롭스로 옮겨지는 과도기 상태가 배경입니다.)

<엑스맨 : 다크 피닉스 사가>의 세번째 특징은 전 우주적인 스케일입니다. 제가 원작과 비교한다면 영화 [엑스맨 : 최후의 전쟁]은 졸작이라고 단언했던 것도 영화가 원작의 스케일의 발 뒷꿈치에도 닿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진 그레이가 변한 '다크 피닉스'는 우주를 멸망시킬 수 있는, 그 누구도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초강력 캐릭터입니다. 실제 '다크 피닉스'로 인하여 50억 인구가 몰살되기도 합니다. 그로인하여 시아 제국의 황제 릴란드라(찰스 자비에 교수의 연인이기도 합니다.)의 지휘아래 진 그레이의 처형이 강행되고, '엑스맨'은 진 그레이를 구하기 위해 명예의 결투를 신청하여 임페리얼 가드와 혈전을 벌이게 됩니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고작 인간 멸종의 도구로 사용하려 했으니 우스울 수 밖에요.

 

 

진 그레이의 희생... 그리고 비극적인 대서사시의 끝...

 

마지막으로 영화와 마찬가지로 스스로 자기 자신을 희생하여 우주(영화에서는 인류)를 지킨 진 그레이의 선택에 대한 주지자의 설명을 소개하고자합니다.

모든 존재의 내면엔 선과 악이 함께 담겨져 있다. 우리의 행동은 이 두 근원적 힘의 상호작용을 통해 결정되지. 우리의 이성은 이 힘을 깨달음과 동시에 우리에게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책임도 건네준다. 모든 선택이 명료한 것도 아니고, 흐릿한 갈등만 있는 것도 아니야.

이 아이는 힘을 얻음으로써 진화적 견지에서 볼 때 인간보다 훨씬 상위의 자리에 올라간 거야. 인간이 아메바보다 상위인 것과 마찬가지로. 그녀가 뭔가를 머릿속에 떠올리기만 하면 그것은 즉시 현실이 되는 수준에 이른 것이다.

그러나 피닉스는 또한 원시적 욕망의 힘이기도 해. 호모 사피엔스 역시 그 지성의 크기만큼 강력한 욕망을 지녔지. 욕망은 본래 유혹적이고 폭력적인 본성을 지녔다. 진은 그 욕망에 반응했고, 그 욕망에 따라 변화했어. 결국은 욕망에 휩쓸려 버렸고. 그러니까 요약하자면 혼돈을 가져다주는 검은 천사. 다크 피닉스가 된거야. 그녀는 선택의 기로에 놓였어. 훗날 죽음과 파멸을 가져올지라도 이 신의 힘을 간직하고 살 것인가, 아니면 목숨을 끊을 것인가. 그녀는 후자를 선택했어.

이 우주에서 인간이 특별한 이유가 이것이야. 자기희생의 의미를 이해하는 종족은 흔치 않아. 그건 동기만 옳다면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시련까지도 극복하게 하는 힘이야. 그 결과가 죽음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지. 엑스맨은 깨닫지 못할 것이고, 깨닫는다해도 인정하려 하지 않겠지만, 오늘은 그들의 젊은 인생에서 가장 위대한 승리를 거둔 날이야. 진 그레이는 살아서는 신이 되었어.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그녀가 인간으로 죽었다는 사실이야.

이렇게 진 그레이의 희생으로 <엑스맨 : 다크 피닉스 사가>는 끝이 납니다. 처음엔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한 <엑스맨 : 다크 피닉스 사가>. 하지만 책의 끝에 진 그레이와 스콧 서머스(사이클롭스)의 행복한 모습을 담은 그림과 함께 '만일 진이 살았다면 <X-MAN>#138은 묘지 장면 대신 이 스플래시 페이지로 시잭했을 것이다.' 설명을 읽고나니 왠지 마음이 찡해졌습니다. 이것이 바로 고전의 위대한 향취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