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15년 영화이야기

[오늘의 연애] - 주연배우의 매력 외에는 볼 것이 없다.

쭈니-1 2015. 1. 20. 16:45

 

 

감독 : 박진표

주연 : 이승기, 문채원, 이서진, 정준영, 화영

개봉 : 2015년 1월 14일

관람 : 2015년 1월 18일

등급 : 15세 관람가

 

 

드디어 구피와 로맨틱 코미디를 보는 역사적인 날

 

[오늘의 연애]가 개봉했던 지난 14일, 저는 넌즈시 구피에게 "내 생일 선물로 [오늘의 연애]를 함께 보러가면 안돼?"라고 물었다가 냉정하게 거절당했습니다. 저는 삐쳐서 혼자 [허삼관]을 보러 갔었는데, 막상 [허삼관]의 삼관(하정우)를 보며 '나는 저런 속좁은 남자는 되지 말자.'라고 다짐하며 삐친 것을 스스로 풀어버렸습니다.

하지만 제게 좋은 기회가 왔습니다. 지난 토요일 온가족이 함께 [박물관이 살아있다 : 비밀의 무덤]을 보러 가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는데, 구피가 갑자기 "오늘 난 영화보러 안가고 친구네집에 놀라가면 안될까?"라고 선언한 것입니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저는 구피에게 한가지 제안을 했습니다. "좋아! 그 대신 일요일에 나와 [오늘의 연애]를 봐야해." 구피는 즉답은 피했지만, 저는 얼른 [오늘의 연애]를 예매해버렸습니다.

이렇게 저와 구피가 [오늘의 연애]로 줄다리기를 하는 이유는 각자의 영화 취향 때문입니다. 저는 남성이면서도 불구하고 달달한 로맨틱 코미디를 좋아합니다. 하지만 구피는 여성이면서도 불구하고 로맨틱 코미디를 극장에서 보는 것은 돈낭비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개인의 취향차이 때문에 로맨틱 코미디가 개봉할 때마다 구피와 저는 이렇게 줄다리기를 하는 것입니다.

 

암튼 2015년 첫 로맨틱 코미디인 [오늘의 연애]를 극장에서 보기는 제 승리로 마감되었습니다. 일요일날 웅이가 태권도장에서 단체로 눈썰매장을 가기 때문에 구피 입장에서는 달콤한 낮잠을 잘 수 있는 황금시간이었지만 저와 억지로 극장나들이를 나서야 했던 것입니다. 대놓고 투덜거리지는 않았지만, 나중에 TV로 봐도 될 영화를 황금같은 일요일에 보러가야하니 구피 입장에서는 억울할 만합니다.

제가 이렇게 구피의 영화 취향을 무시하고 [오늘의 연애]를 밀어부친 이유는 이 영화가 그만큼 기대가 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승기와 문채원이라는 신선한 조합이 제 이목을 사로 잡았습니다. 사실 이승기와 문채원은 영화배우로는 초짜에 불과하지만 TV 브라운관에서는 블루칩으로 통하는 톱스타입니다. 게다가 이미 TV 드라마 <찬란한 유산>에서 호흡을 맞춘 적도 있기에 영화에서 그들의 케미가 저는 기대되었습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저는 [오늘의 연애]가 실망스러웠습니다. 분명 초중반까지 좋았고, 이승기와 문채원의 귀여운 연기도 좋았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후반으로 흘러가면 갈수록 점점 전형적이 되어 가더니 마지막 클라이막스에서는 손발이 오그라들기 시작했습니다. [너는 내 운명]과 [내 사랑 내 곁에]라는 꽤 괜찮은 멜로 영화를 만들었던 박진표 감독이기에 [오늘의 연애]도 믿었는데, 영화를 보고나서 구피에게 "재미있었어?'라고 묻는 것이 미안할 정도였습니다.

 

 

이승기와 문채원의 케미는 최고!

 

사실 [오늘의 연애]는 초중반까지는 제 기대치를 어느정도 충족시켜준 로맨틱 코미디였습니다. 이 영화에 대한 제 기대는 이승기와 문채원이라는 풋풋한 배우에게서 품어져 나오는 매력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오늘의 연애]는 그러한 두 주연 배우의 매력을 잘 활용입니다.

우선 이승기부터 보죠. 가수에서부터 예능, 드라마까지 두루 소화해내고 있는 이승기의 매력은 허당입니다. 이승기의 허당 매력은 KBS 예능프로인 <1박 2일>에서부터 만들어진 것입니다. 번듯하게 잘생긴 외모에서 품어져 나오는 허당 가득한 모습은 여성팬들의 모성애를 자극하기에 충분했고, 이를 토대로 그가 출연한 드라마 <찬란한 유산>,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더킹 투하츠>, <구가의 서>, <너희들은 포위됐다>는 물론 TV 예능프로인 <1박2일>, <강심장>, <꽃보다 누나>까지 시청률 대박을 이룬 것입니다. 

이제 TV에서는 더이상 올라갈 곳이 없다고해도 과언이 아닌 이승기가 영화에까지 손을 뻗었습니다. [오늘의 연애]를 통해 영화배우로 데뷔를 하는 이승기는 일단 안전한 선택을 합니다. TV에서부터 인기를 끌은 이승기만의 트레이드마크인 착한 허당 매력을 [오늘의 연애]에 고스란히 펼쳐 보인 것입니다. [오늘의 연애]의 준수는 18년동안 친구로 지낸 현우(문채원)를 남몰래 짝사랑하며 그녀를 지켜주는 착하디 착한 허당 초등교사입니다. 

 

이승기가 안전한 선택을 했다면 문채원은 파격적인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습니다. <찬란한 유산>에서 악역으로 얼굴을 알리며 스타의 자리에 오른 그녀는 사실 [최종병기 활]을 통해 일찌감치 영화계에 데뷔했습니다. 그러한 그녀의 매력은 단아함입니다. 하지만 [오늘의 연애]에서는 단아한 외모와는 전혀 다른 털털한 매력을 선보입니다.

사실 [오늘의 연애]가 재미있기 위해서는 현우의 캐릭터적 매력이 관객에게 먹혀야만 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왜냐하면 현우는 친구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짝사랑하는 준수의 마음을 18년동안 농락했으며, 결정적으로 결혼한 직장 선배인 동진(이서진)과 불륜 관계에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캐릭터 설정은 남성관객에게도, 여성관객에게도 '나쁜년'이라는 욕을 먹기에 딱 좋을 뿐입니다. 로맨틱 코미디에서 매력이 없는 주인공은 결코 영화의 재미를 살려낼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문채원은 의외의 매력으로 현우를 매력적으로 탈바꿈시킵니다. 준수와 거리낌없이 스킨쉽을 하면서 "너에겐 심장이 안떨려."라고 태연하게 말하는 그녀. 동진에겐 온갖 아양을 떨면서도 준수 앞에서만 서면 털털하게 변해버리는 그녀. "씨댕아"라는 욕을 맛깔스럽게 하는 그녀. 분명 미워해야하는데, 준수가 18년동안 미워할 수 없었듯, 저 역시도 현우라는 캐릭터를 미워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것은 [오늘의 연애]의 영화적 재미가 됩니다.

 

 

카톡 이모티콘처럼 톡톡 튀는 매력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오늘의 연애]는 그러한 이승기와 문채원의 매력을 잘 활용합니다. 착한 허당 준수는 매번 현우를 위해 희생하며 허당 매력을 팍팍 발산하고, 악녀 현우는 문채원이라는 예쁜 옷을 입고서는 귀여운 매력녀로 탈바꿈합니다. 그들이 펼치는 각종 에피소드들은 그렇기에 즐겁기만합니다. 영화를 보다보면 "나도 저런 편한 여자친구(남자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여기에 박진표 감독의 톡톡 튀는 연출력도 한 몫을 합니다. 준수와 현우가 서로 문자 메시지를 보낼 때 등장하는 이모티콘은 신세대의 문화를 반영함과 동시에 [오늘의 연애]만의 젊은 감성을 보여줍니다. 영화의 촬영 장소도 독특하게 꾸며졌는데 준수와 현우의 아지트인 목욕탕처럼 꾸며진 술집을 비롯하여 홍대 춤선생, 홍대벽화거리, 자움과 모움 북카페, 젠틀몬스터 쇼룸 등 젊음의 거리 홍대 일대를 촬영장소로 선택함으로써 [오늘의 연애]를 젊은 영화로 만들어냈습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이승기와 문채원을 뒷받침해주는 조연 배우들도 꽤 신선했습니다. 걸그룹 출신 리지와 화영은 비중있는 조연으로 영화의 재미를 더해주고, 역시 가수 출신인 정준영, 그리고 준수의 옛 연인으로 깜짝 출연한 가인과 현우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 아역 배우 홍화리 덕분에 잠깐 얼굴을 비친 프로야구 선수인 홍성흔까지... [오늘의 연애]는 이렇게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의 재미를 맘껏 펼쳐 냅니다.

 

하지만 역시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조연 배우는 동진을 연기한 이서진입니다. 동진은 현우의 직장 선배이자 유부남입니다. 결국 현우와 동진의 관계는 불륜일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불륜이라는 소재는 결코 아름다워 질수 없기에 현우와 동진의 관계 설정은 [오늘의 연애] 입장에서는 파격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정작 영화를 보다보니 박진표 감독이 이러한 파격적인 선택을 당당하게한 자신감의 이유가 있었습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문채원의 매력은 현우가 불륜녀임에도 불구하고 결코 시들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현우의 상대인 동진은? [오늘의 연애]는 동진의 비중을 높이면서까지 그의 매력을 관객들에게 어필하려합니다. 현우에게 치근덕거리는 직장 상사에 맞서 현우를 지켜주는 멋진 모습에서부터 현우와 자신의 스캔들이 기사화하자 스스로 모든 것을 책임지고 물러나려는 모습까지... 분명 동진은 이전의 불륜남과는 다른 매력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박진표 감독은 현우와 동진이 비록 불륜 관계이지만 어느 정도의 선을 넘지 않게 연출함으로써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그 둘의 관계에 '더러운 불륜'이라며 외면하지 못하게끔 만듭니다. 그리고이 모든 것은 이서진이라는 배우의 힘입니다. 이서진은 비록 특별출연에 불과하지만, 주연인 이승기, 문채원 다음으로 [오늘의 연애]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배우였습니다.

 

 

그런데 후반부의 오글거림은 뭐지?

 

사실 따지고 보면 [오늘의 연애]의 모든 재미는 배우들의 매력에서 시작해서 끝납니다. 이승기, 문채원, 이서진 등 매력이 철철 넘치는 배우들의 통통 튀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오늘의 연애]는 충분히 재미있는 로맨틱 코미디가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합니다. 배우들의 매력만으로 버티기엔 [오늘의 연애]의 러닝타임이 너무 길다라는 점입니다.

[오늘의 연애]의 러닝타임은 2시간입니다. 다른 영화들에 비해서 결코 긴 러닝타임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스토리가 부실한 가운데 배우들의 매력만으로 버티기엔 충분히 긴 시간입니다. 솔직히 저는 영화의 초중반까지 재미있게 감상했지만, 후반부가 되면 될수록 "왜 이렇게 안끝나지?"라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입니다.

[오늘의 연애]가 후반까지 그 뒷심을 발휘하려면 탄탄한 스토리 전개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저는 후반부에 현우와 동진의 불륜이 도화선이 되어 현우가 위기를 맞이할 것을 초반부에서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박진표 감독은 친절(?)하게도 그 도화선에 불을 붙이는 것이 현우의 직장 선배인 명선(박은지)임을 공공연하게 드러냈습니다. 너무 뻔한 전개이기에 하품이 나오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뻔한 전개는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오늘의 연애]의 후반부는 오글거림의 연속입니다. 사실 그러한 분위기는 중반에서부터 감지되었습니다. 동진이 현우에게 마음껏 날리는 느끼한 대사들... 그런데 중반까지만해도 저는 이러한 느끼함이 동진이라는 캐릭터 성격일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제 오판이었습니다.

이 영화의 클라이막스라고 할 수 있는 자이드롭 장면은 참을 수 없는 오글거림의 연속입니다. 지금까지 오글거림의 최고봉은 [트와일라잇] 시리즈라고 생각했는데, [오늘의 연애]을 보고나니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오글거림은 [오늘의 연애]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님을 느꼈습니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준수가 자이드롭을 타면서 현우에게 고백을 하는 장면은 진정 저를 극장 밖으로 뛰쳐 나가고 싶게 만들 정도로 참을 수 없는 오글거림을 안겨줬습니다.

TV 영화 소개프로그램을 보니 실제 고소공포증이 있는 이승기는 박진표 감독에게 자이드롭 장면만큼은 좀 다른 놀이기구로 바뀌주면 안되겠냐고 요청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박진표 감독은 [오늘의 연애]에서 자이드롭 장면은 결정적인 장면이라며 밀어부쳤다네요. 네, 맞습니다. 결정적인 장면... 최근 들어서 이렇게 뻔뻔스럽게 오글거리는 결정적인 장면을 저는 본 적이 없습니다. 그렇기에 [오늘의 연애]는 배우들의 매력도 좋았고, 초중반의 통통 튀는 연출도 좋았지만, 결국엔 그다지 재미있었던 영화로 제게 기억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로맨틱 코미디에서 배우의 매력은 절대적이다.

하지만 배우의 매력만으로 영화를 이끌어갈 수는 없지 않은가?

이 영화는 배우의 매력을 활용한 나쁜 예가 될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