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15년 영화이야기

[박물관이 살아있다 : 비밀의 무덤] - 마법은 계속되어야한다.

쭈니-1 2015. 1. 19. 08:59

 

 

감독 : 숀 레비

주연 : 벤 스틸러, 로빈 윌리엄스, 오웬 윌슨,스티브 쿠건, 댄 스티븐스, 르벨 윌슨

개봉 : 2015년 1월 14일

관람 : 2015년 1월 17일

등급 : 전체 관람가

 

 

2015년 첫 온가족 영화의 계획이 깨졌다.

 

2015년에 들어서며 저는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횟수가 작년보다 늘어났습니다. 그리고 웅이와도 벌써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과 [패딩턴]을 함께 봤습니다. 그러나 오직 구피와는 단 한편의 영화도 보지 못했네요. 구피의 컨디션이 계속해서 안좋기도 했지만, 구피가 극장에서 보고 싶어할 만한 영화가 개봉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러던 와중에 [박물관이 살아있다 : 비밀의 무덤]이 개봉한 것입니다.

구피도 이 영화에는 관심을 가졌고, 저희 가족은 지난 주말에 2006년에 개봉한 [박물관이 살아있다]와 2009년에 개봉한 [박물관이 살아있다 2]를 함께 보며 복습까지 마쳤습니다. 저는 2015년 들어서 저희 가족의 첫 극장 관람 영화를 위해서 만반의 준비를 했습니다. 우선 Daum에서 1장당 5000원이라는 금액으로 특가판매한 [박물관이 살아있다 : 비밀의 무덤] 전용 예매권을 구입했고, 일찌감치 예매까지 마쳤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기로한 토요일, 구피는 제게 "오늘 난 영화 안보면 안돼?"라며 조심스럽게 묻습니다. 다른 이유도 아니고 오랜만에 친구들과 만나기로 했다네요. 2015년 첫 온가족 영화인데, 솔직히 섭섭하긴 했지만, 그래도 친구들과 만나 수다를 떨며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 구피에겐 더 좋을 것 같아서 결국 웅이와 단둘이 2015년 들어서만 세번째 극장 나들이에 나섰습니다.

 

구피가 친구들과 신나게 놀고 집에 들어온 시간은 밤 11시. 저는 친구들과 만나 술마시다보면 시간이 후다닥 가버립니다. 하지만 구피와 구피의 친구들은 술도 안마시면서 도대체 이 늦은 시간까지 무얼 하면서 보낸 것인지... 구피의 말로는 친구 집에서 차마시며 거의 10시간 동안 그동안 하지 못했던 수다를 실컷 떨었다고 합니다. 

구피가 없는 동안 저와 웅이는 [박물관이 살아있다 : 비밀의 무덤]을 본 후, 날치알 새우볶음밥을 만들어 남자들만의 맛난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구피가 집에 오길 기다리며 [백 투 더 퓨처]도 함께 봤답니다. 그러고보니 [백 투 더 퓨쳐]가 제작된 1985년에 제 나이가 열세살이었습니다. 그런데 웅이가 함께 [백 투 더 퓨쳐]를 본 2015년 지금 현재 웅이의 나이도 열세살이니 참 묘한 인연입니다.

구피는 [박물관이 살아있다 : 비밀의 무덤]을 포기하고 친구들에게 달려간 댓가로 다음날인 일요일에 저와 [오늘의 연애]를 봤답니다. "로맨틱 코미디를 극장에서 보는 것은 돈낭비야!"라고 외치는 구피. 하지만 친구들과 밤늦게까지 놀고 들어온 댓가는 치뤄야겠죠? 제가 그랬듯이 말입니다. 암튼 뭐 이정도면 꽤 괜찮은 거래(?)인 듯합니다. ^^

 

 

실망스러운 2편, 그래서 초심으로 돌아간 3편

 

사실 지난 주에 온 가족이 거실에 모여 [박물관이 살이있다]와 [박물관이 살아있다 2]를 연달아 보며 1편에 비해서 2편의 완성도가 너무 부실하다고 느꼈습니다. 1편은 황금 석판으로 인하여 매일 밤이면 깨어나는 박물관에서의 소동을 바탕으로 한 판타지 영화입니다. 하지만 그 바탕에는 야간 경비원 래리(벤 스틸러)가 이혼한 전처와 살고 있는 어린 아들 닉(제이크 체리)에게 좋은 아빠로 거듭나는 과정을 감동스럽게 담고 있습니다.

판타지한 가족 코미디로써 거의 완벽한 재미를 갖추고 있던 1편에 비해 2편은 스케일을 넓히는데에만 관심을 기울입니다. 영화의 무대가 뉴욕의 자연사박물관에서 워싱턴의 스미소니언으로 옮겨지며 온갖 새로운 캐릭터들이 새롭게 합류하였습니다. 게다가 카 문 라(행크 아자리아)라는 악당이 새롭게 등장함으로써 영화의 선과 악의 구분을 명확히 했습니다.

하지만 2편은 래리와 닉의 부자간의 관계를 소홀히하고 래리의 영웅담에 초점이 맞추며 1편이 가지고 있던 가족 드라마적 요소를 제거해버렸습니다. 그렇기에 2편은 1편이 가지고 있는 판타지한 가족 코미디로써의 재미는 잊어버리고, 그저 여러 캐릭터들이 난립하는 코믹 어드벤쳐에만 머물러 버린 것입니다.

 

2편의 부실한 완성도는 곧바로 흥행 성적으로 이어졌습니다. 1편은 북미에서만 2억5천만 달러의 흥행 수입을 올리며 대박 성적을 기록했지만, 2편은 북미에서 1억7천7백만 달러의 흥행 수입을 올리는데 그쳤습니다. 월드와이드 성적 또한 2편이 1편에 비해 적습니다. 영화의 스케일이 커지며 제작비가 대폭 늘어났지만 흥행 성적은 오히려 줄어든 것입니다.

[박물관이 살아있다] 3부작을 모두 연출한 숀 레비 감독도 분명 이러한 사실을 이미 파악하고 있는 듯합니다. 그렇기에 그는 [박물관이 살아있다 : 비밀의 무덤]에서는 1편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선언합니다. 래리와 이제는 대학 진학을 앞둔 청소년으로 부쩍 성장한 닉(스카일러 거손도)의 부자 관계를 다시한번 부각시켰고, 1편에서 결코 미워할 수 없었던 귀여운 악당이었던 세실(딕 반 다이크)을 비롯한 할아버지 삼총사도 깜짝 출연시킵니다.

2편과는 달리 [박물관이 살아있다 : 비밀의 무덤]에는 악당도 없습니다. 그저 마법의 기운을 잃어가는 황금 석판으로 인하여 박물관 친구들이 위기에 처하자 그들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래리의 모습을 그려냈을 뿐입니다. 2편을 본 후 "나름 재미는 있었지만 3편은 만들지마라"라고 쓴소리를 했던 저는 [박물관이 살아있다 : 비밀의 무덤]을 보며 '3편이 만들어지길 참 잘했다.'라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무대는 미국에서 영국으로 바뀌었다.

 

물론 [박물관이 살아있다 : 비밀의 무덤] 또한 무대를 뉴욕의 자연사박물관에서 영국 런던의 대영박물관으로 바꾸었습니다. 마법의 황금석판이 힘을 잃어가며 박물관 친구들이 위기에 빠지자 래리는 황금석판의 비밀을 알고 있는 유일한 존재인 아크멘라(레미 멜렉)의 아버지인 메렌카레(벤 킹슬리)를 찾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대영박물관의 야간 경비원인 틸리(르벨 윌슨)와 대영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여러 캐릭터들이 영화에 새롭게 추가되었습니다.

제레다야(오웬 윌슨)와 옥타비우스(스티브 쿠건)은 폼페이에서 죽을 뻔하고, 래리 일행은 중국의 신화에 나오는 괴물뱀 시앙류와 스펙타클한 대결을 펼치기도 합니다. 이미 2편에서 황금석판의 마법으로 사진 및 그림도 살아난다는 설정을 선보였는데, 이번 [박물관이 살아있다 : 비밀의 무덤]에서는 그러한 설정을 이용해서 네덜란드 화가 M.C. 에셔의 작품인 <상대성>을 이용한 멋진 장면을 연출하기도 합니다.

1편에서 인기를 끌었던 티라노사우루스의 화석 대신 트리케라톱스의 화석을 새롭게 출연시킨 것 역시 1편에 환호를 했던 관객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하지만 한가지 알아두셔야할 것은 티라노사우르스의 화석은 1편의 무대인 뉴욕 자연사박물관의 메인홀에 실제로 자리잡고 있지만, 트리케라톱스의 화석은 영화의 무대인 대영박물관이 아닌 영국 자연사박물관에서 찾아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렇게 새롭게 추가된 캐릭터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원탁의 기사 랜슬롯(댄 스트빈스)입니다. 영국의 전설적인 군주인 아더왕의 부하 중에서 가장 뛰어난 능력을 가졌던 랜슬롯. 하지만 그는 아더왕의 부인인 기네비에를 남몰래 사랑하기도 했습니다. 그러한 아더왕와 랜슬롯, 그리고 기네비에의 삼각관계는 제리 주커 감독의 1995년 영화 [카멜롯의 전설]을 통해 제게 익숙한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랜슬롯은 자신이 진짜가 아닌 박물관의 모형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성배를 찾아 아더왕에게 바치는 임무를 수행해야한다는 사실에만 집착합니다. 그러한 그의 집착은 래리에게 황금석판을 빼앗는 악행으로 이어집니다. 하지만 랜슬롯은 2편의 카 문 라와 같은 전형적인 악당은 아닙니다. 그저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조금은 측은한 1편의 세실과도 같은 악당입니다. 이것 또한 2편의 실수를 만회하고 1편으로 되돌아가고자 했던 숀 레비 감독의 의지에 의한 것입니다.

랜슬롯의 활약(?) 덕분에 특별한 악당이 없는 [박물관이 살아있다 : 비밀의 무덤]의 재미는 더욱 풍성어해졌습니다. 특히 영국 런던 트라팔라 광장의 거대한 네마리 사자 동상이 살아나는 장면과 연극 <카멜롯>을 공연 중인 극장에서 아더왕을 연기하고 있는 휴 잭맨을 만나는 장면은 이 영화만의 깜짝 이벤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마법은 계속되어야 한다.

 

[박물관이 살아있다 : 비밀의 무덤]의 신나는 모험이 끝날 때쯤에는 묘한 여운이 남습니다. 그것은 바로 황금석판이 두 군데에 있을 수 없다는 점입니다. 래리는 뉴욕 자연사박물관 친구들과 다시 미국으로 되돌아 가야하지만, 대영박물관에서 부모를 만난 아크멘라는 영국에 둬야합니다. 결국 아크멘라와 함께 황금석판이 영국에 남아야한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바로 이 부분에서 [박물관이 살아있다 : 비밀의 무덤]을 관객들에게 쿨한 이별을 선언합니다. 2006년에 1편이 전세계 관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으며 빅히크작으로 부상했던 [박물관이 살아있다]는 2014년에 스스로 이별을 고한 것입니다. 비록 2편을 보며 실망을 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그동안 제게 영화적 재미를 안겨줬던 시리즈이기에 아쉬움도 많이 남았습니다.

특히 [박물관이 살아있다] 시리즈에서 테디 루즈벨트를 연기한 로빈 윌리엄스의 최근 죽음과 맞물려 [박물관이 살아있다 : 비밀의 무덤]의 이별 선언은 제게도 찡한 감정을 안겨줬습니다. 물론 틸리를 내세운 4편이 제작되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2014년 12월 19일에 북미에서 개봉한 [박물관이 살아있다 : 비밀의 무덤]의 흥행성적이 현재까지 1억1백만 달러로 시리즈중 가장 부진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번이 진짜 이별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이렇게 [박물관이 살아있다] 시리즈도 이별을 고했지만, 저는 영화의 마지막 외침처럼 마법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박물관이 과거의 유산을 담아놓은 지루한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박물관에 가면 과거의 생생한 생동감이 느껴집니다. 비록 영화처럼 박물관의 전시물들이 살아 움직일 수는 없을테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전시물들이 살아 움직이는 것을 마음 속으로 느낄 수가 있는 것입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함께 영화를 본 웅이와 만약 우리에게 마법의 석판이 있다면 무엇을 되살리고 싶은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장래 고생물학자가 꿈인 웅이는 역시나 공룡을 되살리고 싶어했지만, 공룡 화석이 갑자기 되살아난다면 영화에서처럼 큰 소동이 일어날테니, 웅이가 보물 1호로 간직하고 있는 조그마한 삼엽층 화석만 살짝 되살아나게 하고 싶다고 하네요.

박물관의 마법이 과거의 생동감을 느낄 수가 있는 것이라면 영화의 마법은 이렇게 상상력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것이겠죠? 이러한 마법이 있기에 우리의 삶이 더욱 풍성해지는 것은 아닐까요? 비록 [박물관이 살아있다]의 마법은 끝이 났지만, 웅이와 나의 마법은 영원히 계속될 것이기에, 웅이와 저는 영화를 본 후 행복한 귀가를 서둘렀습니다.

 

주말이면 웅이와 함께 박물관, 전시회 등을 자주 가려고 노력한다.

그곳에 가면 나는 과거 한때 우리의 삶 속에 존재했던 전시물의 역사를 이해하려 노력한다.

그리고 그 역사를 이해하게되면 바로 그때 '박물관이 살아있다'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