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15년 영화이야기

[테이큰 3] - 아듀, 브라이언 밀스! 이젠 평범한 아버지로 돌아가길...

쭈니-1 2015. 1. 14. 14:19

 

 

감독 : 올리비에 메가턴

주연 : 리암 니슨, 팜케 얀센, 매기 그레이스, 포레스트 휘태커

개봉 : 2015년 1월 1일

관람 : 2015년 1월 11일

등급 : 15세 관람가

 

 

가족 코미디로 힐링한 후, 저녁엔 잔인한 영화를...

 

2015년 들어서 저는 가볍고, 코믹하며, 착한 영화에서 힐링을 얻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액션, 스릴러와 같은 어두운 분위기의 영화에 대한 제 취향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한가지 생각해낸 것이 낮에는 착한 가족 코미디로 힐링을 얻은 후, 밤에는 그동안 미뤄뒀던 어두운 분위기의 영화를 보는 것입니다. 

1월 첫째주 일요일 낮에는 웅이와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을 보며 힐링을 한 후, 밤에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천재의 비극을 담은 [상의원]을 봤고, 둘째주 일요일에는 낮에 [패딩턴]을 본 후, 밤에는 [테이큰 3]을 보며 제 계획을 실행에 옮겼었습니다. 

사실 [테이큰 3]를 보는데 있어서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상의원]은 비록 조선시대의 천재 의상 디자이너 이공진(고수)과 그를 둘러싼 사람들의 비극을 다룬 사극 영화이지만, 그렇다고 영화가 마냥 우울하지만은 않습니다. 하지만 [테이큰 3]는 영화의 처음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암울한 분위기의 액션 영화입니다. 저로써는 2015년에 처음 만나는 잔인한 영화인 셈입니다.

그래도 한가지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은 파리 여행중 인신매매단에게 납치된 딸을 구출해야하는 브라이언 밀스(리암 니슨)의 액션을 담은 [테이큰]에 비해서 인신매매단의 복수를 그린 [테이큰 2]는 설정 자체가 덜 잔인했다는 점입니다. 어쩌면 [테이큰 3]도 제가 견딜 수 있는 만큼의 잔인함을 가졌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러한 제 예상은 맞아 떨어졌습니다. 영화를 보기 전까지만해도 '이 영화의 잔인함을 내가 견뎌낼 수 있을까?'라며 겁을 덜컥 집어 먹었지만, 막상 영화가 시작하자 편안한 마음으로 브라이언의 활약을 즐길 수가 있었습니다. 이것은 [테이큰 3]의 장점이자 단점이 됩니다.

솔직히 영화의 재미로만 따진다면 [테이큰]이 [테이큰 2]와 [테이큰 3]를 압도합니다. 설정 자체가 잔인해서 그에 따른 긴장감과 몰입도가 좋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2008년 4월 별 생각없이 구피와 [테이큰]을 봤다가 며칠동안 후유증을 느낄 정도였고, 구피는 [테이큰]을 본 이후 [테이큰 2]와 [테이큰 3]는 절대 보지 않겠다고 선언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브라이언의 일당백의 능력을 알게된 이후 보게된 [테이큰 2]는 나름 편안히 감상할 수 있었던 액션 영화였습니다. 브라이언이 인신매매단에 납치되어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초중반까지만 긴장감을 느꼈을 뿐, 막상 브라이언이 인신매매단에게 탈출하여 전부인인 레니(팜케 얀센)을 구하는 장면에서는 1편과 같은 긴장감을 느낄 수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테이큰 3]는 처음부터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입니다. 영화의 초반 레니가 죽는 그 순간까지만 긴장을 했을 뿐, 막상 레니가 죽고 브라이언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부분에서는 별다른 긴장감없이 편안히 영화를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편안함은 지금의 제겐 장점이 되었지만, 액션 스릴러라는 영화의 장르만 놓고본다면 단점이 될 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테이큰 3]를 편안하게 즐길 수 있었던 이유

 

제가 [테이큰 3]를 편안하게 볼 수 있었던 이유를 설명하려면 2008년에 개봉해서 의외의 흥행 성공을 거둔 [테이큰]이 지닌 영화적 재미를 다시한번 되새겨봐야 합니다. [테이큰]은 파리로 여행을 갔다가 인신매매단에게 납치된 딸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거는 브라이언의 액션담입니다. 

솔직히 영화적 설정은 평범한 편이지만, 부성애라는 코드를 강조하며 영화적 재미를 완성했습니다. 저 역시 한 아이의 아버지이기에 [테이큰]을 보며 브라이언에게 감정이 이입되었고, 킴(매기 그레이스)이 인신매매단에게 봉변을 당하기 전에 구출해야 한다는 생각에 극도의 긴장감을 느끼며 영화 속에 빠져 버렸었습니다.

[테이큰 2]는 [테이큰]이 가지고 있는 영화적 재미를 전복시킵니다. [테이큰]에서 브라이언에게 혼쭐이난 인신매매단은 [테이큰 2]에서 브라이언에게 복수를 감행합니다. [테이큰]에서 인신매매단에 납치되었던 킴은 [테이큰 2]에서는 인신매매단에게 납치된 아버지와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홀로 나섭니다. 일당백의 인간병기 브라이언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나약하기만 했던 킴이 직접 나서야 하는 상황. [테이큰 2]의 재미는 그렇게 완성됩니다.

하지만 브라이언이 탈출에 성공한 이후 [테이큰 2]의 긴장감은 급속도로 사라지기 시작합니다. 그것이 바로 [테이큰 2]가 흥미로운 속편임에도 불구하고 결코 [테이큰]을 넘어설 수 없었던 결정적 이유가 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테이큰] 시리즈는 이렇게 브라이언과 킴에 의해 영화적 재미를 완성합니다. [테이큰]에서 브라이언의 능력을 알면서도 긴장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킴이 잡혀 있었기 때문이고, [테이큰 2]에서는 킴이 혼자 남아 목숨을 걸고 브라이언의 탈출을 도와야했기에 중반까지 영화적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테이큰 3]에서 위기에 빠진 것은 킴이 아닌 브라이언입니다. 레니의 죽음이라는 충격적인 설정으로 영화가 시작되지만, [테이큰]은 물론 [테이큰 2]에서조차 존재감이 미비했던 레니이기에 그녀의 죽음에 대한 충격의 잔상은 오래 남아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레니의 살해범으로 누명을 쓰고 경찰에 쫓기는 신세가 된 브라이언이 건재했고, 킴은 안전해 보였기에 [테이큰 3]의 긴장감은 이전의 시리즈와 비교해서 감소될 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레니의 죽음이라는 현실과 마주한 브라이언은 복수를 위해 또다시 전열을 가다듬습니다. 비록 브라이언이 레니의 살해범이라 생각하는 경찰이 그를 끈질기게 뒤쫓고, 정체 불명의 러시아 암살단이 호시탐탐 브라이언을 노리지만, 아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테이큰]과 [테이큰 2]에서 이미 브라이언의 능력을 우리는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올리비에 메가턴 감독도 브라이언이 건재하고, 킴이 안전한 상황에서는 영화의 긴장감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지한 듯합니다. 그렇기에 브라이언의 적수로 유능한 경찰 프랭크 도출러(포레스트 휘태커)를 배치했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레니를 죽인 살인범이 킴도 노리고 있다는 점을 암시하는 것이죠.

 

 

브라이언의 적수인 도출러는 오히려 편안함의 이유였다.

 

분명 [테이큰 3]는 영화의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 여러 장치들을 만들어냈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인 것은 바로 프랭크라는 캐릭터입니다. 사실 이전까지 브라이언의 모험에서 경찰은 철저하게 배제되었습니다. 그저 브라이언과 브라이언의 가족을 위협하는 범죄단의 대결에 초점을 맞췄을 뿐입니다. 

하지만 [테이큰 3]에서는 브라이언의 적이 늘어난 것입니다. 레니를 죽이고, 킴마저 위협하는 범죄단과, 브라이언의 뒤를 쫓는 경찰. 브라이언은 이 두 집단과 대결을 펼쳐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어떤 집단의 브라이언의 적수가 되지 못합니다. 특히 경찰은 프랭크를 제외하고는 브라이언이 언제든지 제압할 수 있는 조무래기에 불과합니다.

그렇기에 프랭크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범죄 스릴러 영화의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는 [도망자]에서 리차드 킴블(해리슨 포드)을 끝까지 뒤쫓는 연방 경찰 사무엘 제라드(토미 리 존스)처럼, 프랭크는 브라이언을 뛰어넘는 카리스마를 보여줘야 했고, 그래야만 영화의 긴장감과 재미가 살아날 수 있는 것입니다. 

실제 포레스트 휘태커의 묵직한 연기는 프랭크의 카리스마를 잘 표현했습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프랭크는 브라이언을 위협하는 적수가 되지 못합니다. 아니 적수가 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프랭크는 처음부터 브라이언이 범인이 아님을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저는 프랭크가 베이글을 먹고 "맛있군."이라며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을 때 이미 그가 진실을 알고 있음을 눈치챘습니다.

 

프랭크는 브라이언이 범인이 아님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프랭크는 브라이언을 위협하는 적수가 아닌 레니를 죽인 진범을 찾는 동료가 됩니다. 비록 영화는 마지막에 반전이라며 프랭크가 브라이언을 만나 "나는 당신이 범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요."라고 밝히지만, 굳이 그러한 말이 필요가 없을만큼 브라이언과 프랭크 사이에는 서로 통하는 그 무엇이 있었습니다.

바로 그러한 설정이 프랭크라는 캐릭터를 통해 영화의 긴장감을 높이겠다는 올리비에 메가턴 감독의 의도와는 달리 오히려 브라이언에게 든든한 아군을 안겨줌으로써 영화의 편안함을 높이는 결과가 되어 버렸습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끝까지 브라이언을 끈질기게 뒤쫓고, 프랭크 역시 브라이언과의 통화에서 "내 임무는 당신을 체포해서 법정에 세우는 겁니다."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프랭크는 브라이언을 위협할 생각이 애초에 없었고, 프랭크를 제외한 다른 경찰들은 프랭크의 상대가 되지 않으니 늘어난 브라이언의 적수는 아무런 소용이 없는 셈입니다.

자! 그렇다면 [테이큰 3]의 긴장감을 높이기 위한 남은 방법은 단 한가지, 바로 킴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입니다. 레니를 죽인 범죄단이 킴까지 노린다는 사실을 알게된 브라이언. 킴이라면 자신의 목숨보다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브라이언이기에 이러한 설정은 영화의 긴장감을 높여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이것마저 실패합니다.

 

 

킴의 안전을 위협해도 좀처럼 긴장감이 높아지지 않는다.

 

킴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은 [테이큰 3]의 긴장감을 높이기 위한 마지막 카드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카드는 [테이큰] 시리즈의 테마와도 같습니다. 게다가 이번 3편에서는 킴이 임신을 했다는 설정까지 추가되며 브라이언이 목숨을 걸고 킴을 보호해야하는 이유가 더 명확해졌습니다.

하지만 영화의 초반엔 브라이언을 잡기 위해 잠복중인 경찰이 킴을 본의아니게 지켜줬고, 영화의 중반부터는 아예 브라이언이 킴을 안전한 아지트로 데려가 그녀의 안전을 책임져줍니다. 영화의 후반부에 가서야 킴은 레니를 살해한 진범에게 납치되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지지만 이 진범이 그다지 위협적으로 보이지 않아 1편과 같은 긴장감은 전혀 느낄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러시아 범죄단의 두목은 팬티 차림으로 우스꽝스럽게 브라이언과 대적을 하며 제게 웃음을 선사하기까지합니다. 워낙 브라이언이 막강한 캐릭터이다보니 악당들이 브라이언에 비해 너무 초라해보인다는 [테이큰] 시리즈의 약점이 [테이큰 3]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난 것입니다. 

1편은 킴의 납치로, 2편은 설정의 전복으로 영화적 긴장감을 지켜냈지만 결국 [테이큰 3]에는 긴장감을 높이기 위한 모든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던 것입니다. 그것은 [테이큰]이 3편의 시리즈를 진행시키며 어쩔 수 없이 감당해야하는 단점인 셈입니다. 

 

하지만 말입니다. 저는 오히려 이러한 긴장감 부재의 편안함이 좋았습니다. 만약 이 영화가 [테이큰]처럼 과도한 긴장감으로 저를 압박했다면 어쩌면 영화를 보고나서 그 후유증이 오래 갔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결국 [테이큰 3]의 긴장감 부재는 최소한 제겐 단점이 아닌 장점이 된 것입니다.

부실한 악당들 사이에서 맘껏 실력발휘를 하는 브라이언의 모습을 보며 저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있었습니다. 거구의 리암 니슨에게서 품어져 나오는 묵직한 액션과 그의 몸동작 하나에 추풍낙엽처럼 쓰러져만 가는 악당들, 하지만 킴 앞에만 서면 다정다감한 아빠가 되는 브라이언의 부드러운 카리스마는 [테이큰 3]에서 더욱 두드러집니다. 이 영화가 액션보다는 드라마를 강조했다는 평을 받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어찌되었건 [테이큰 3]는 더이상 속편은 없음을 선언했습니다. 물론 이 영화가 지난 주말 북미 개봉에서 3천9백만 달러의 오프닝 성적을 올리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고, 이는 [테이큰]보다는 높고 [테이큰 2]보다는 낮은 양호한 성적임을 감안한다면 약속을 깨고 다시 4편이 나올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레니의 죽음과 이제 곧 할아버지가될 브라이언의 입장을 생각한다면 이쯤에서 딸의 안전을 위한 것이라면 그 무엇도 막을 수 없는 영화 사상 최강 아버지의 모험은 끝을 내는 것이 알맞아보입니다. 비록 시리즈가 진행되며 긴장감은 점점 사라졌지만, 그래도 브라이언 밀스라는 멋진 캐릭터를 선사한 [테이큰] 시리즈에 이제는 안녕을 고할 수 있기를...

 

[테이큰]시리즈는 끝이 다.

하지만 아버지인 브라이언 밀스의 역할은 이제부터 시작이 아닐까?

이제는 평범한 아버지로써 킴을 지킬 수 있도록 [테이큰] 시리즈는 끝이나야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