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15년 영화이야기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쭈니-1 2015. 1. 5. 22:52

 

 

감독 : 김성호

주연 : 이레, 김혜자, 강혜정, 최민수, 이천희, 이지원

개봉 : 2014년 12월 31일

관람 : 2015년 1월 4일

등급 : 전체 관람가

 

 

행복바이러스에 취하다.

 

사실 제가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을 2015년 극장에서 관람하는 첫 영화로 선택한 것은 그저 웅이와 함께 볼 수 있는 영화였기 때문입니다. 신월동사무실 화재사건으로 인하여 겨울방학을 맞이한 웅이와 제대로 놀아주지 못했기에 웅이와 시간을 보내야 했고,  제 마음의 휴식을 위해 영화는 보고 싶고, 이 두가지를 모두 충족시켜줄 수 있는 것은 웅이와 함께 영화를 보는 것 뿐이었기에 저는 다른 기대작들은 뒤로 미루고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을 선택한 것입니다. 

하지만 막상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을 보는 내내 저는 너무나도 행복했습니다. 마치 하늘이 저를 위로해주기 위해 이 영화를 내려준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영화를 보며 마음의 힐링을 얻었습니다. 2014년의 마지막 영화였던 [마다가스카의 펭귄]이 웃음으로 저를 위로해줬다면,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웃음과 감동의 종합선물세트를 제게 안겨준 것입니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미국의 여류작가 바바로 오코너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아빠는 도망가고, 살던 집에서는 쫓겨나고, 한순간에 철없는 엄마 정현(강혜정), 다섯살된 남동생과 거리에 나앉게된 10살 소녀 지소(이레)가 주인공입니다. 분명 암울한 현실을 그리고 있는 영화이지만 영화의 분위기는 순진난만하고 밝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요? 그것은 바로 이 영화가 희망을 그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소는 비록 집없이 엄마, 남동생과 미니 봉고차에서 지내야하지만 그녀에겐 아직 희망이 남아 있습니다. 그림같은 집을 구해서 친구들과 멋진 생일 파티를 할 수 있다는 희망. 물론 그 희망이라는 것이 어른 입장에서 본다면 참 어처구니없습니다.

지소의 희망은 부동산 가게에 붙은 '평당 500만원'이라는 전단을 보면서부터입니다. 우리 어른들은 압니다. '평당 500만원'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임을... 하지만 열살 소녀 지소와 지소의 단짝 채랑(이지원)은 그저 분당 근처 평당이라는 곳에서는 500만원이면 집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습니다. 지소가 가지고 있는 희망은 그녀의 순수한 동심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그리고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의 행복바이러스 역시 그러한 순수한 동심에서 비롯됩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많은 것을 배우고, 세상에 대해서 많은 사실을 알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왜 많은 것을 배우고, 많은 사실을 알게되면 될수록 행복은 저멀리 도망가버리는 것일까요? 지소가 만약 '평당 500만원'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알고 있었다면 희망을 가질 수 있었을까요? 희망이 없는 삶이 얼마나 불행한줄 알기에 순수한 지소의 모습이 너무나도 예뻤습니다. 자! 그렇다면 본격적으로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의 행복바이러스 속으로 여러분을 안내하겠습니다.

 

 

개를 훔치는 범죄에 대한 두가지 사례

 

우연히 잃어버린 개를 찾아주면 보상금으로 500만원을 준다는 전단지를 발견한 지소. 지소는 500만원을 벌기 위한 계획을 세우기 시작합니다. 레스토랑 마르셀의 주인인 노부인(김혜자)의 애완견 월리를 훔치고, 노부인이 월리를 찾는다는 전단지를 내면 월리를 데려다주고 500만원의 보상금을 받는다는 완벽한(?) 계획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동심에 의한 순수함으로 벌이는 일이라고해도 남의 개를 훔치는 것은 범죄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지소와 채랑이 월리를 훔치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기는 장면은 범죄영화의 한장면을 보는 것처럼 짜릿합니다. 그러나 범죄영화의 짜릿함과 순수한 동심을 그린 영화의 행복바이러스는 분명 별개의 문제입니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이 범죄 코미디로 영화를 이끌고 갈 것이 아니라면 지소와 채랑의 범죄에 대한 그 어떤 조치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마르셀의 지배인이자 노부인의 조카인 수영(이천희)입니다. 노부인의 자금관리인과 함께 호시탐탐 노부인의 재산을 노리는 수영은 노부인이 자신의 모든 재산을 월리에게 넘긴다는 내용의 유언장을 썼다는 사실을 알게되자 월리를 납치하여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이려는 계획을 세웁니다. 어떻게보면 지소와 수영은 월리를 훔치는 똑같은 범죄 계획을 세운 것입니다. 하지만 똑같아 보이는 이 두 범죄는 욕심에 찌든 어른과 동심의 순수한 아이라는 점에서 극명한 차이를 드러냅니다.

 

지소가 월리를 훔치는 동기는 집을 사기 위한 돈 500만원을 구하기 위해서입니다. 집이라는 것은 사람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요소입니다. 그렇기에 집없이 미니봉고에서 생활을 해야하는 지소에게 집을 산다는 것은 생존권과 맞닿아 있습니다. 그만큼 지소는 절박했던 것입니다.

월리를 찾아주는 보상금에 대해서도 지소는 딱 500만원을 목표로 합니다. 월리에 대한 노부인의 애정을 안다면 좀 더 욕심을 부려도 될터인데, 지소는 집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금액인 500만원 이상을 욕심내지 않습니다. 500만원으로 집을 살 수 있다는 생각 자체만으로도 순수하지만, 그 이상의 욕심을 내지 않고 오로지 500만원만을 요구하는 지소의 태도 또한 저절로 미소를 번지게 합니다.

그와는 달리 수영의 동기는 욕심입니다. 고모 덕분에 마르셀의 지배인으로 풍족한 삶을 사는 수영은 그것으로 모자라 고모의 전재산을 노리고, 그를 위해 월리를 없애려하는 것입니다. 욕심에 눈이 먼 그에겐 절박함 따위는 없습니다. 그리고 훔칠 수 있는 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 그렇기에 재개발이라는 허울에 속아 더욱 과감하게 범죄를 실행에 옮기려하는 것입니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지소의 깜찍한 범행으로 인하여 수영의 끔찍한 범행을 막아냈다는 점에서 지소에게 첫번째 면죄부를 안겨주고, 결정적으로 자신의 잘못을 솔직하게 노부인에게 털어놓는 지소의 용기를 통해 두번째 면죄부를 선사합니다. 그렇기에 개를 훔치는 지소의 행동은 더이상 범죄가 아닌 순진한 아이들의 깜찍한 말썽이 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토끼와 개구리에 대한 이솝 우화의 교훈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영화의 오프닝에서 깜찍한 애니메이션을 통해 토끼와 개구리에 대한 이솝 우화를 소개합니다. 내용은 이러합니다.  숲에서 가장 약하고 겁이 많은 토끼들은 더이상 이렇게 두려움만 느끼며 살 수 없다는 생각에 강에 몸을 던져 자살을 하기로 합니다. 하지만 죽기 위해 강에 갔지만, 토끼의 발걸음 소리에 놀라 도망치는 개구리를 보며 자신보다 겁이 많은 존재가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이 동화의 교훈은 자신이 가장 불행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자신보다 불행한 사람은 얼마든지 많으니 희망을 가지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지소는 이솝 아저씨가 자신의 상황을 안다면 그런 소리를 하지 못할 것이라고 단정합니다. 다시말해 지소는 이 세상에는 자신보다 더 불행한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확신한 것입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다른 시선으로 본다면 지소의 성장담이 될 수 있습니다. 지소는 철없는 엄마가 밉습니다. 아빠대신 엄마가 떠났다면 이렇게 미니 봉고차에서 생활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다섯살난 동생도 버겁습니다. 돈을 벌어야 하는 엄마 대신 동생을 보살펴야하지만, 지소에겐 이 모든 것이 그저 귀찮기만합니다. 지소는 오로지 500만원을 구해서 이 불행한 삶을 마감하고 싶은 생각 뿐입니다.

 

하지만 월리를 훔치고 그동안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었던 주위 사람들을 만나며 지소는 비로써 깨닫습니다. 이 세상에는 자신보다 불행한 사람이 훨씬 많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거리에서 만난 노숙자인 대포(최민수)가 그러합니다. 무서운 외모에 자유로운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는 대포이지만, 사실은 딸이 보고 싶어도 가까이 갈 수 없는 불행한 아빠에 불과합니다.

마르셀이라는 근사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노부인은 행복할까요? 사실 그녀는 화가가 되겠다는 아들과의 불화로 하나뿐인 핏줄과 인연을 끊었습니다. 하지만 아들은 거리에서 돌연사를 하고, 노부인은 아들의 곁을 지킨 윌리를 자식처럼 아끼고 아들이 그린 그림을 수집하며 뒤늦게 아들에게 속죄를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자유롭게 살아도, 돈이 많아도 그들은 불행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곁에 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불행은 지소가 그토록 미워했던 엄마 정현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언제 돌아올지 모를 남편을 기다리며 동네를 떠나지 못하고 미니 봉고차 생활을 선택한 정현. 그러한 엄마의 속사정을 안 지소는 그제서야 꿈에서 만난 이솝에게 사과를 합니다. 자신이 경솔했음을... 그렇게 지소는 한바탕 소동을 겪은 이후 한층 더 성장한 것입니다.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처음 지소의 희망은 500만원을 구해서 평당에 있는 멋진 집을 구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월리를 훔치면서 여러 사건을 겪게되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지소는 깨닫게 됩니다. 돈은 결코 희망이 될 수 없음을 말입니다. 그리고 그제서야 지소는 새로운 희망을 맞이하게 됩니다. 아빠가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을 보다보면 지소와 채랑의 귀여움으로 인하여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게 됩니다. 그리고 지소가 한층 성장하듯이 영화를 보는 저 역시도 새로운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그것은 바로 내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에 대한 깨달음입니다. 왜냐하면 저는 나를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에 나오는 캐릭터 중에서 가장 돈이 많은 노부인은 어쩌면 영화 속에서 가장 불행한 인물이 아니었을까요? 집 없이 떠돌아다니는 대포는 용기를 낸다면 돌아갈 가족이 있고, 정현과 지소는 남편이, 아빠가 언젠가는 돌아올 것이라는 희망이 있습니다. 하지만 화려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노부인은 아들과 화해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녀는 오로지 아들이 그린 그림을 보며 추억속에 젖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것이죠. 단지 아들이 그린 자신의 그림을 보며 아들에 대한 그리움을 곱씹을 뿐입니다. 그렇기에 그녀는 영화 속의 그 누구보다 불쌍해보였습니다.

 

요며칠 사무실 화재사건으로 매일 야근을 하고, 주말에도 일을 나가야 했던 저는 지치고 힘들었습니다. 몸과 마음이 지쳐있다보니 나도 모르게 혼잣말로 "짜증나, 지겨워."라며 중얼거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집에서 언제나 저를 기다려주는 구피와 웅이가 있기에 저는 행복합니다. 웅이는 오늘도 제가 퇴근하기만을 기다리며 저와 놀이를 할 생각에 빠져 있습니다. 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요?

영화가 끝나고 웅이를 꼭 안아줬습니다. 그리고 간식으로 한끼 식사보다 비싼 크라페를 사줬습니다. 딸기 아이스크림 크라페를 먹으며 행복해하는 웅이의 모습을 보니 저도 모르게 행복바이러스가 증폭되었습니다. 집에서 저와 웅이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릴 구피를 위해서는 과일 크라페를 준비했는데, 구피도 크라페를 너무 맛있게 먹어줬습니다. 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요?

사람들은 가끔 세상에서 자신이 가장 불행하다는 착각에 빠집니다. 이솝 우화 속의 토끼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우리에겐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는 희망이 있습니다. 내 주위의 작은 것에서 행복을 찾는다면 우린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는 것입니다. 누군가 나를 생각해주고, 누군가 나를 기다려주고, 누군가 나를 사랑해준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이 세상은 행복바이러스로 가득차지 않을까요? [개룰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바로 그러한 행복바이러스를 제게 안겨준 소중한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를 보며 깨닫게 되는 것은 행복을 완벽하게 느끼는 방법이다.

극장 안, 가득했던 관객들이 느꼈던 행복들을 더 많은 사람들이 느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