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닉 카사베츠
주연 : 카메론 디아즈, 레슬리 만, 케이트 업톤, 니콜라스 코스터 왈도
토요일의 여유
지난 10월부터 11월까지 매주말이면 스케줄이 있었습니다. 회사 동호회에서 낚시를 가거나, 회사 가을 야유회를 가거나, 혹은 회사 재고조사를 하는 등. 물론 12월에도 약속은 끊이지 않습니다. 당장 오늘 저녁에는 친구들과 송년회를 하기로 했고, 다음 주에 예정된 송년회만 세건이니까요. 하지만 오늘 약속은 저녁 8시이기 때문에 오랜만에 토요일 아침을 여유롭게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
맥도날드에서 맥모닝으로 여유로운 아침 식사를 하고, 웅이가 학교에 간 사이에 집에 돌아와 여유롭게 영화 한편을 봤습니다. 제가 고른 영화는 [아더 우먼]. 지난 목요일에 [빅매치]를 선택했듯이, 오늘 제가 [아더 우먼]을 선택한 이유는 부담없이 스트레스를 날려줄 수 있는 코미디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 영화의 주인공은 제가 좋아하는 카메론 디아즈를 비롯하여, 레슬리 만과 케이트 업톤. 솔직히 레슬리 만과 케이트 업톤이 누구인지는 잘 모르지만, 예고편을 보니 최소한 눈이 호강을 할 수는 있는 영화일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제 예상은 정확히 맞아 떨어졌습니다.
새로운 여신 탄생... 케이트 업톤
[아더 우먼]은 바람둥이 마크(니콜라이 코스터 왈도)를 혼내주기 위해 마크의 아내인 케이트(레슬리 만)와 마크의 애인이었던 칼리(카메론 디아즈), 엠버(케이트 업톤)가 뭉치는 내용입니다. 사실 영화의 내용만 놓고본다면 딱 여성 관객을 겨냥한 영화인 듯하지만, 앞서 언급해듯이 매력적인 세 여배우의 등장으로 남심마저 뒤흔드는 영화가 되었습니다.
그 중에서는 저는 카메론 디아즈를 가장 기대했습니다. 그녀는 1994년 [마스크]로 데뷔한 이후 언제나 제겐 최고의 할리우드 여신이었습니다. 특히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 [매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미녀 삼총사]등의 영화에서 보여준 그녀의 톡톡 튀는 매력은 언제나 저를 미소짓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마스크]가 어느덧 20년전 영화입니다. 카메론 디아즈도 이젠 40대 중반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영화 초반 카메론 디아즈의 모습이 클로즈업되었을 때 저는 '많이 늙었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아쉬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더 우먼]에는 그 대신 케이트 업톤이라는 새로운 할리우드 여신이 등장하거든요. [아더 우먼]에서 케이트 업톤의 첫 등장 장면은 [마스크]에서 카메론 디아즈의 첫 등장 장면만큼이나 인상깊었습니다. 사실 그녀의 연기 경력은 아직 미천하지만, 차분히 연기 경력을 쌓아간다면 충분히 제2의 카메론 디아즈를 기대할 수 있을 듯합니다.
세 여성의 캐릭터가 영화의 재미를 주도한다.
이렇게 [아더 우먼]은 카메론 디아즈, 레슬리 만, 케이트 업톤으로 이어지는 매력적이고 각기 개성이 다른 세 여배우의 캐스팅이 영화의 재미를 책임집니다. 주책바가지 스타일의 케이트, 그리고 노처녀 변호사인 칼리와 순진한 글래머 엠버의 조합은 남성들의 여성에 대한 로망을 가득 채워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힘을 합치니 칼리의 말 그대로 최고의 살인 병기가 되는 것입니다.
마크의 아내인 케이트는 생활 속에서 마크를 괴롭히고, 브레인 칼리는 법적인 문제로 마크를 궁지에 몰아 넣으며, 엠버는 육체적 매력으로 마크를 환장하게 합니다. [아더 우먼]은 그러한 그녀들의 매력을 잘 활용합니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닉 카사베츠 감독이 그녀들의 매력을 이용한 마크에 대한 복수를 결코 서두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영화 초반에는 케이트와 칼리가 조강지처와 불륜녀의 관계에서 벗어나 진정한 친구 사이가 되는 과정을 꽤 세밀하게 잡아냅니다. 이 영화의 히든 카드라고 할 수 있는 엠버가 등장하는 것은 영화가 시작한지 50분이 지난 후이며, 세 여자가 힘을 모아 마크에게 복수를 하는 장면은 1시간이 지난 후입니다. [아더 우먼]의 러닝타임이 1시간 50분임을 감안한다면 닉 카사베츠 감독의 세밀한 연출력이 돋보입니다.
바람둥이만으로는 부족하다.
영화의 절반이 훌쩍 지난 이후 케이트, 칼리, 엠버의 마크에 대한 복수가 시작됩니다. 처음 그녀들의 복수는 여성호르몬제 먹이기, 칫솔을 변기에 빠뜨리기, 제모제를 샴푸에 섞어 마크를 대머리로 만들기, 설사약 먹이기, 여장 남자와 자게 만들기 등 애교수준입니다. 사실 여성 입장에서 바람둥이는 굉장히 나쁜 놈이지만, 그렇다고 잔인한 복수를 하기엔 조금 모자란 악당이었던 셈입니다.
그러한 점을 잘 아는 닉 카사베츠 감독 역시 마크를 단순한 바람둥이를 뛰어 넘어 진정한 나쁜놈으로 만들어 놓습니다. 그는 케이트 이름으로 유령 회사를 만들고, 그곳으로 공금을 횡령합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공금 횡령이 들어나도 유령 회사의 대표이사로 이름이 오른 케이트가 덤탱이를 쓴다는 점입니다. 그러한 마크의 음모가 밝혀지면서 마크에 대한 복수는 더욱 가속도를 내게 됩니다.
하지만 [아더 우먼]의 문제는 바로 이 시점에서 발생됩니다. 세 여성이 우정을 나누게 되는 초중반까지 너무 심혈을 기울여 영화를 전개한 나머지 영화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마지막 부분의 전개는 조금 급하게 마무리되는 느낌입니다. 좀 더 여러 단계로 치밀한 복수를 기대했는데, 단 한방으로 마크를 KO시켜버리니 조금 싱겁다는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타인이 내 세상의 전부가 되지 않게끔 하라!
분명 [아더 우먼]은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코미디 영화입니다. 하지만 [아더 우먼]은 그것으로 그치지 않습니다. 케이트라는 개성 강한 캐릭터를 통해 관객들에게 생각할만한 문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케이트는 참 이상한 캐릭터입니다. 마크가 칼리와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칼리와 친구 되기를 자처합니다. 마크의 또다른 불륜 상대인 엠버에게도 먼저 다가갑니다. 칼리가 엠버에게 거부반응을 보이는 것과는 다른 모습입니다.
그런데 그러한 그녀의 행동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케이트가 칼리의 집에 찾아와 대화를 나누자며 거의 애원시피하는 장면을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그녀는 칼리에게 내 세상이 끝나버렸는데 난 직업도 없고 가진 돈도 없다며 좌절합니다. 결국 그녀에게 마크는 자신의 세상 그 자체였던 것입니다. 마크와의 이혼은 케이트에겐 내 세상이 끝나버렸다고 느낄만큼... 그렇기에 그녀는 영화의 후반, 마크를 용서하려했고, 마크가 결코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안 이후에는 다른 그 누구보다 큰 분노와 실망을 표출합니다.
여러분의 세상은 어떤가요? 혹시 사랑하는 사람이, 가족이 자신의 세상을 모두 차지하고 있지는 않은가요? 만약 그렇다면 여러분 또한 제2의 케이트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케이트처럼 칼리와 엠버라는 비현실적이고 완벽한 조력자가 없다면 여러분의 세상은 영화 속의 해피엔딩이 아닌 비극이 될 가능성이 더 큽니다. [아더 우먼]은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코미디 영화이지만, 이렇게 결코 가볍지 않은 메시지도 던져주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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