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4년 아짧평

[링컨] - 우리가 몰랐던 '링컨'의 이야기.

쭈니-1 2014. 12. 2. 14:15

 

 

감독 : 스티븐 스필버그

주연 : 다니엘 데이 루이스, 샐리 필드, 토미 리 존스, 조셉 고든 레빗

 

 

'링컨'이 감기몸살도 이겼다.

 

지난 토요일, 저는 가족들에게 한가지 선언을 했습니다. "오늘밤 10시에 케이블 TV에서 방영하는 [링컨]을 봐야하니까 아무도 날 건드리지말아줘." 하지만 저는 [링컨]을 꼭 보고야 말겠다는 선언을 해놓고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감기몸살 기운 때문에 영화를 볼 수 있는 컨디션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스스로 [링컨]을 포기하고 토요일 밤,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일요일 아침, 감기몸살 기운은 여전했습니다. 밤새 코막힘과 기침 때문에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한 저는 이불 속에서 뒤척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 아침 일찍 일어나 거실에서 TV를 보던 웅이가 쪼르르 제게 달려왔습니다. 그리고는... "아빠, TV에서 [링컨]해주는데... 어제 못봤잖아요. 오늘 같이 봐요."라며 저를 깨웁니다.

사실 여전히 저는 영화를 볼 수 있는 컨디션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불 속에 계속 누워 있는다고해도 감기몸살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기에 그냥 이불을 박차고 거실로 나갔습니다. 그리고 웅이와 3시간 동안(영화의 러닝타임은 2시간 30분입니다.) [링컨]을 봤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링컨]을 보는 동안 감기몸살 기운이 조금은 나은 듯한... 그리고 3시간 동안 꼼짝 안하고 [링컨]을 진지하게 보던 웅이도 신기했습니다.

 

 

 

내가 이 영화를 기대한 이유, 1년이 넘게 안본 이유

 

사실 [링컨]은 2013년 3월부터 꾸준히 '봐야지.'라고 결심했던 나름 기대작입니다. [링컨]이 기대작일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인데다 2013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다인 12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으며, 다니엘 데이 루이스에게 생애 3번째 아카데미 남우주연상([나의 왼발], [데어 윌 비 블러드])을 안겨줬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북미 흥행 성적이 무려 1억8천2백만 달러입니다. 이는 [링컨]이 작품성과 흥행성을 골고루 갖추고 있음을 뜻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1년 8개월만에 그것도 케이블 TV를 통해 [링컨]을 보게 되었습니다. 왜일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링컨]은 미국의 제16대 대통령인 링컨을 소재로한 영화입니다. 그는 미국에서 흑인 노예를 해방시키는 굉장한 업적을 쌓아 올렸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150여년전의 일입니다. 150여년전, 남의 나라 대통령의 이야기는 제게 흥미를 안겨주지 못했고, 결국 선뜻 이 긴 영화를 선택하지 못하면서 1년 8개월이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린 것입니다.

실제 [링컨]은 개인적으로 재미있었던 영화는 아닙니다. 미국 역사상 가장 아픈 상처라는 남북전쟁의 종결과 노예제도 폐지라는 두개의 대업을 동시에 얻으려는 링컨(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정치력을 담담하게 그린 이 영화는, 정치 드라마에 익숙하지 않은 저에게 지루함을 안겨줬을 뿐입니다.

 

 

 

지루했다... 그런데 영화 보기를 멈출 수가 없었다.

 

분명 저는 [링컨]이 지루했습니다. 사실 이 영화에는 특별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저 우리 모두 알고 있는 남북전쟁이 남부의 항복에 의한 북부의 승리로 귀결될 것이라는 사실과 노예제도 폐지를 담은 수정헌법 13조는 하원에서 통과될 것이라는 사실만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감기몸살과 영화의 흐름을 깨는 케이블 TV의 중간광고 타임을 극복하고 무려 3시간 동안 꼼짝도 하지 않고 TV 앞을 지켰습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그것은 웅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제가 웅이에게 "재미없지?"라고 물으니 웅이는 고개를 끄덕이더군요. 하지만 웅이 역시 [링컨]을 끝까지 봤고, 그날 저녁 '링컨'의 생애에 대한 일기까지 썼습니다.

자! 그렇다면 제가 [링컨]을 지루해하면서도 영화에 끝까지 빠져들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첫번째 요소는 바로 아카데미가 인정한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연기입니다.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링컨 대통령의 외모와 너무나도 빼다박은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모습은 제가 영화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닌, 실제 '링컨'의 모습을 보고 있다는 착각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아카데미가 브래들리 쿠퍼, 호아킨 피닉스, 휴 잭맨, 덴젤 워싱컨 등을 물리치고 다니엘 데이 루이스를 선택한 이유를 알겠더군요.

 

 

 

우리가 몰랐던 '링컨'의 이야기

 

제가 [링컨]을 끝까지 볼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우리가 몰랐던 '링컨'의 이야기가 흥미로웠기 때문입니다. 남북전쟁의 종결과 수정헌법 13조 통과를 모두 이뤄내려는 링컨의 정치력도 흥미로웠지만, 아들인 로버트(조셉 고든 레빗)의 입대 문제로 아내인 메리(샐리 필드)와 겪는 갈등, 그리고 급진주의자인 스티븐스(토미 리 존스) 의원과의 전략적 동맹까지 그동안 우리가 몰랐던 '링컨'의 이야기는 저를 TV앞에서 떠나지 못하게 했습니다.

그 중에서 한 나라의 대통령이 아닌 한 가정의 가장으로써의 '링컨'의 모습은 신선했습니다. 장남의 죽음과 그로인한 아내와의 갈등, 둘째 아들인 로버트는 자신도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군대에 입대하겠다며 고집을 피우고, 로버트까지 잃으면 용서하지 않겠다며 메리를 고함을 지릅니다. 여기에 너무 어린 막내 아들까지... 미국의 역사를 이루어낸 위대한 대통령 '링컨'도 한 가정의 평범한 가장임을 알고나니 그의 이야기가 친숙하게 느껴졌습니다.

우리는 모두 압니다. 수정헌법 13조가 극적으로 하원에서 통과될 것임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마지막까지 잔잔한 긴장감을 불어넣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연출력도 [링컨]을 끝까지 집중하며 볼 수 있었던 요인 중의 하나였습니다. '링컨'의 암살로 끝을 맺는 [링컨]. 재미있는 영화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여운이 남는 영화였습니다.